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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정상회담] 비핵화·체제보장 합의…디테일의 악마가 시작됐다
[북미정상회담] 비핵화·체제보장 합의…디테일의 악마가 시작됐다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8.06.13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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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대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로 첫발

北 미사일실험장 폐쇄 美 한미연합훈련 중단

文 대통령 “냉전 해체한 세계사적 합의”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미 정상이 65년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관계’로 첫발을 내딛었다.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말레이시아어로 ‘평화와 고요’를 뜻하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만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약 12.5초 동안 세기의 악수를 나눴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인민복 차림을 한 김 위원장과 붉은 넥타이를 맨 트럼프 대통령은 카펠라 호텔 회담장에 마련된 인공기와 성조기를 배경으로 두 손을 맞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전 “무한한 영광이고 좋은 대화를 할 것”이라며 “엄청나게 성공적인(tremendously successful) 회담 결과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 관행들이 때로는 눈과 귀를 가렸다.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왔다”고 화답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악수를 청하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전 세계가 주목하던 ‘비핵화 담판’은 약 5시간 만에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합의문 조율이 있었던 단독회담과 확대회담만 보면 140여분 만이다. 양 정상은 배석자 없이 통역사만 대동한 단독 정상회담을 약 36분간 갖고 곧바로 배석자들이 함께하는 확대정상회담을 100여분간 진행했다. 확대회담은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리수용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리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이어지는 업무오찬까지 양 정상은 농담을 건네는 등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트 대통령에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일종의 판타지나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농담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오찬에서 사진기자에게 “잘생기고 날씬하게 찍어달라”고 말했다. 특히 양 정상은 오찬 회동 이후 사전 계획에 없었던 단독 산책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공동성명에) 서명하러 이동 중”이라며 당초 예정에 없었던 서명식을 깜짝 발표하기도 했다.

서명식이 이뤄진 것은 오후 1시39분께.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에 앞서 “오늘 우리는 아주 중요한 문서에 서명하게 될 것”이라며 “이 문서는 상당히 포괄적인 문서다. 양국 모두가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과거를 걷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 문건에 서명하게 된다.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며 “이런 자리를 위해 노력해 주신 트럼프 대통령께 사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서명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두고 “굉장히 재능이 많고 북한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재차 김 위원장에 악수를 건넨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다시 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깡통 합의vs이제 시작일 뿐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내내 ‘포괄적 합의가 있었다’고 언급한 것처럼, 이번 싱가포르 회담 공동성명은 비핵화 로드맵이나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등 구체적인 이행방안은 들어가지 않았다. 합의문 내용은 ▲북미 새로운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 ▲4·27 판문점선언 재확인과 북한 완전한 비핵화 ▲미국 전쟁포로 유해 발굴 등 4가지다. 정상회담에 앞서 북미 실무진이 판문점-뉴욕-싱가포르 등지에서 치열하게 협상한 결과로는 다소 기우뚱한 결과라는 평가다.

공동합의문에 서명하는 김저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AP/뉴시스)
공동합의문에 서명하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진=AP/뉴시스)

특히 이번 공동성명 서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안전보장 제공’을 적은 반면 북한은 비핵화에서 미국이 줄기차게 강조하던 ‘검증 가능’과 ‘되돌릴 수 없는’이라는 표현을 제외했다. 다만 미국도 북한의 안전보장 제공의 주체를 미국이 아닌 트럼트 대통령으로 하고 체제보장 방식 등을 명시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 결과가 이전의 합의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지극히 원론적인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평가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합의문의 네 개 조항 중 어떤 것도 구체적인 것이 없다. 판문점선언에도 있는 종전선언조차 들어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남주홍 경기대 교수도 “새로운 내용이 없다”면서 “4항은 이쪽의 신뢰구축 조치인데 굉장히 미약한 내용이다. 70년 전 실종자 유골발굴도 과거부터 내려왔던 양측 간 유골발굴을 하겠다는 건데 지금까지 해왔다”고 말했다.

북한의 ‘완전한 승리’라는 평가도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 원장은 “미북회담 성공 또는 실패의 핵심은 CVID 를 하느냐 마느냐다. 이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CVID가 합의되지 않았는데 후속회담서 뭘 하겠나 싶다”고 혹평했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너, 트럼프 루저로 승패가 갈렸다”면서 “트럼프는 역시 비즈니스 맨이라 북핵 문제를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그런 상태에서 회담에 나왔고, 그래서 상대방이 CVID 타임테이블을 못받겠다니까 북한 요구를 받는 식으로 용두사미로 끝났다. 전임 3명의 미국 대통령은 이런 걸 못해서 안한 게 아니다. 이렇게 밖에 못하니까 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첫 술에 배부르나’는 의견도 있다. 이번 북미 정상의 만남은 수십년간 적대관계를 이어오던 북미 양국의 정상이 만나 평화체제 기틀을 마련한 것에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형석 전 통일부 차관은 “미북이 과거하고는 다른 새로운 방향으로 가겠다는 양 정상의 의지가 반영된 합의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합의문에는 적히지 않았지만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논의도 있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합의가 3개의 ‘포괄적인 문건’으로 구성됐다고 밝혀 성명 외에 부속합의서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한미훈련 중단”에 한반도 발칵

하지만 북한이 얻은 진짜 ‘선물’은 따로 있다. 연례적으로 진행되던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중단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체제보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냐’라는 질문에 “나는 (한국에서) 우리 병사들을 빼내 고향으로 데려오고 싶다. 우리는 한국에 3만2천 명의 군인들을 두고 있다. (지금은) 논의 대상이 아닌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는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도록 워 게임을 중단할 것”이라고 폭탄 발언을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 게임’을 “한국과의 군사훈련”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미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괌에서 우리 폭격기가 6시간 이상 한국까지 날아가서 폭탄을 떨어뜨리고 돌아온다. 나는 비행기들에 대해 아주 잘 아는데 매우 비싸다. 나는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내 말이 도발적일 수 있는데, 나는 말을 해야겠다. 우리가 포괄적이고 완전한 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워 게임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가 않다”고 강조했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지는 폭스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도 “우리가 북한과 선의(in good faith)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군사훈련 중단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13일 노동신문 등 관영언론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못박기에 나섰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확대회담에서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이 지역과 세계평화와 안전보장에 중대한 의의를 가진다. 당면해서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들을 중지하는 용단부터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트럼트 대통령이 이에 “이해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 사이에(북미 간)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조선(북한)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미국-남조선(한국)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하며, 조선에 대한 안전담보를 제공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관계 개선이 진척되는 데 따라 대(對)조선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의향을 표명했다”고도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이 신뢰구축 조치를 취할 경우 ‘추가적인 선의의 조처’를 취할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이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약속했다. (평양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 프로세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북한과 미국이 미사일 실험장 폐쇄와 한미훈련 중단을 주고받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그러나 한미훈련은 북핵문제에 확장적 억제력을 부여할 수 있는 만큼, 북한이 더 큰 보따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한미군사훈련 중단은 미국이 내놓을 수 있는 중차대한 카드를 쓴 것으로 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게임을 중단하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혜택”이라고 보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중단 요구를 지속해서 거부해왔으며, 미 국방부도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태세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환영받을 조치”라고 평가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결국 ‘디테일의 악마’가 남았다. 이번 공동선언문에는 “북미는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장관과 북한 고위층인사가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다음 협상을 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실렸다. 실질적인 비핵화 이행조치와 이행기간 등 핵심 논의는 후속회담에서 계속된다는 의미다.

회담 후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AP/뉴시스)
회담 후 기자회견 하는 트럼프 대통령. (사진=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이 포함되지 않은 이유로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이미 시작됐다고 강조하며 “앞으로 많은 사람이 (비핵화 검증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미국과 국제기구가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북미회담을 총괄해온 폼페이오 장관은 13일부터 이틀간 방한해 후속협상 준비에 나선다. 폼페이오 장관은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해 북미정상회담 합의내용을 설명하고 양국간 공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후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협의 결과를 발표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으로 출국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주 중으로 폼페이오 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롯한 외교안보팀을 소집해 북한과의 후속협상을 본격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두 번째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아마도 또다른 회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백악관 또는 마라라고 별장으로 초대하거나,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하는 등 기대감이 제기된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회담에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을 해체한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시작이고 앞으로도 숱한 어려움이 있겠지만 다시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이 담대한 여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이번 합의가 온전히 이행되도록 미국과 북한, 그리고 국제사회와 아낌없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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