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초석이 단단히 마련되고 있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신중히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고, 같은 날 남북은 11년 만에 군 장성이 만나 군사회담을 가졌다.

지난해 8월 전개된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합동군사연습. (사진=뉴시스)
지난해 8월 전개된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합동군사연습. (사진=뉴시스)

문 대통령의 한미훈련 중단 시사 발언은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나왔다. 이날 청와대에서 NCS를 연 문 대통령은 “대북 군사적 압박에 대해 유연한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북한이 진정성 있게 비핵화 조치를 실천하고 적대 관계 해소를 위한 남북, 북·미 간 성실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상호 신뢰 구축 정신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신중한 검토를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워게임을 중단하겠다”는 폭탄선언에 기반한 것이다. 트럼트 대통령은 12일 열린 북미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미훈련 중단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미국 국방부 역시 이에 발맞춰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훈련 중단)취지를 충족하는 ‘옵션’들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NCS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NCS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한미훈련은 당장 오는 8월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부터 중단될 전망이다. 폭스뉴스 등 미 언론은 미국 관리의 발언을 인용, 미 국방부가 조만간 UFG 연습 중단을 선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매년 3월 경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 훈련(FE)도 중단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훈련들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핵 전략자산이 전개될 수 있는 훈련으로, 북한은 한미훈련 때마다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한미훈련 중단 시사 발언과 관련, “6·12 북·미 합의의 신속한 이행과 비핵화 후속 대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 훈련 중단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미”라면서 “물론 연합훈련 때 전략자산의 전개 여부는 미국이 결정할 사안이며 우리 정부는 이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역시 한미훈련 중단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조치를 위한 것을 분명히 했다. 이미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시한을 ‘2년 반’이라고 못박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미회담 후속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한 자리에서 기자들에게 “남북 간에 이야기해온 시간표가 있으며, 대통령이 말한 대로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 건 주지의 사실”이라며 “2년 반 동안에 ‘주요 비핵화’와 같은 것이 달성되길 희망한다. 우리는 우리가 해결해 낼 수 있다는데 희망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도 북한이 협상에 진지하게 나선다는 걸 전제조건으로 하는 것이며, 협상이 중단되면 연합훈련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남북 군사적 충돌 문제도 해결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 이날 남북은 오전 10시부터 판문점 북측에서 11년만에 장성급 군사회담을 갖고 동·서해 군통신선을 전면 개통하기로 합의하했다. 비무장지대(DMZ) 및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핵심 의제는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는 못했지만, 해당 의제들이 ‘전쟁위험 실질적 해소’를 위해 필요한 사항임을 협의하고 후속 회담을 갖기로 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날 장성급 회담에서는 남측 수석대표로 김도균 육군소장(국방부 대북정책관)이, 북측 수석대표인 안익산 육군 중장이 나섰다. 회담은 안 대표가 지난 2007년 차 남북정상회담때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소나무 사진을 들어보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안 대표는 “10.4 선언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김정일 국방위원장 동지와 탄생시킨 선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성산 식물원에 있는 노무현 대통령께서 직접 심으신 나무를 돌아보고 왔다”면서 “우리 군부가 어렵사리 마주 앉았는데, 소나무처럼 풍파 속에서도 그 어떤 외풍과 역풍 속에서도 북남 공동선언을 이행하는 길에서 자기 초지를 굽히지 말자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담은 점심시간까지 거른 채 이어지는 등 치열하게 진행됐다. 공동보도문은 오후 3시께 시작됐지만 5시간이 지나도록 남북간 의견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지연되는 진통을 겪었다. 결국 공동보도문에서 핵심 의제들은 후속회담으로 미뤄졌다. 이에 안 대표는 “다시는 이렇게 회담하지 맙시다. 참 아쉽게 됐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북측은 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의 이행 차원에서 한미연합훈련의 중단”을 요구했고, 남측은 이에 대해 “상호 신뢰구축 과정에서 풀어갈 문제이며, 한미 간에 협의가 진행 중에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균 대표는 브리핑에서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 우발적 충돌 방지,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 평화수역화 등을 우호적 분위기 속에서 협의했다”면서 “특히 DMZ 공동유해 발굴 문제는 남북정상회담 논의 사항일 뿐 아니라 북미정상회담에서도 합의한 사안인 점을 고려해 실효적 조치를 취해나가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후속회담 일정에 대해서는 “6~7월 중 장성급회담 또는 군사실무회담을 개최해 한 단계 심화된 결과를 가지고 성과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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