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5배 증가...여성들 불안 점점 커져
몰카 '시청자'도 처벌...청와대 청원 6만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타인의 신체를 몰래 불법 촬영하는 이른바 '몰래카메라(이하 몰카)'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지 오래다. 2016년 몰카 유포의 온상인 불법 성인 사이트 '소라넷'이 폐쇄됐지만, 몰카는 여전히 여성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사진=뉴시스)

몰카는 공중화장실이나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최초 촬영자가 누군지 모르게 찍히는 사례와 본인의 동의 없이 성관계 동영상이 유포되는 '리벤지 포르노' 사례 등이 있다. 누구나 스마트폰 한 대 쯤은 갖고 있고, 인터넷이 발달한 한국 사회에서 몰카로부터 자유로운 여성은 찾기 힘들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26) 씨는 "화장실 갈 때마다 몰카가 의심되면 주변에 있는 구멍을 휴지로 막는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달 1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에서는 1만 명 이상의 여성이 참여한 '몰카 성차별 편파 수사 규탄' 시위가 개최됐다. 몰카 이슈로 1만 명 이상의 여성이 시위에 참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여성 모델이 동료 남성 모델의 나체를 몰래 촬영해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되고 포토라인에 선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가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피해자가 남성일 때 여성일 때보다 수사 강도와 처벌이 강하다고 지적한 것이다.

여성들의 분노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참가자들은 편파 수사 규탄 외에도 몰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공권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에 여성 몰카 지금 당장 규제하라", "몰카 찍는 놈·올린 놈·보는 놈 모두 구속 수사하라" 등의 구호는 이 같은 여론을 잘 보여준다. 실제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몰카 적발 건수는 2011년 1,300여 건에서 2016년 5천여 건으로 5년 새 5배 가까이나 증가했다. 해마다 늘어나는 몰카 범죄를 정부가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몰카 범죄'에 대한 여성들의 거센 분노에 정부는 대책을 내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행정안전부와 여성가족부, 교육부 등 정부 부처는 '몰카 근절'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행안부는 특별재원 50억을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해 몰카 탐지기를 확보하고 공중화장실부터 상시 점검한다. 여가부는 피해자를 돕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센터'를 열고, 교육부는 일선 교육현장에서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

이같이 정부의 '몰카 근절 대책'은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던 과거 정책보다는 진보했다. 하지만 이들 대책은 여가부를 제외하면 주로 '몰카' 예방에 집중됐다. 몰카 범죄 피해가 단순히 촬영을 막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미루어볼 때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몰카 범죄'의 심각성은 불특정 다수가 유포된 영상물을 온라인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실에 있다. 운 좋게 촬영자와 유포자를 처벌한다고 해도 불법 영상물은 계속 온라인상을 떠돌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킨다. 지난달 스튜디오 성폭력을 폭로해 충격을 줬던 유튜버 양예원 씨 역시 사진 유출이 가장 두려웠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몰카를 촬영·유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을 소지하거나 시청하는 것 역시 심각한 가해 행위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몰카 시청자'도 처벌해야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몰카 시청자'도 처벌해야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청원. (사진=청와대)

지난달에는 몰카를 소비하는 '시청자'도 처벌하는 법을 만들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청원은 마감일까지 6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비록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을 만큼의 동의를 얻지 못했지만, 이 같은 청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몰카를 촬영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청하는 것도 가해 행위라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 역시 몰카를 시청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국디지털 성폭력상담소 서랑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고 소지하는 것은 피해자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동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것 외에도 시청하고 소비하는 것도 직접적인 가해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불법 촬영물을 시청하는 사람에 대한 법적 처벌 규정은 없다"면서도 "관련법이 없다고 해서 가해행위가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서 대표는 또 "법은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완벽하지 못하다"라며 "해외에서는 불법 촬영물을 보는 행위를 '사이버 강간'이라 부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관련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몰카 시청자'를 당장 처벌할 수는 없다. '몰카 시청자'를 처벌하려는 법을 만든다고 해도 입법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금도 피해자들의 몰카는 '포르노'란 이름으로 온라인상에 떠돌고 있으며 유포되는 속도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이 같은 상황에서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선 '몰카'를 보는 것도 '가해'라는 인식이 퍼져야 한다. 당장 피해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선 모두가 그 영상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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