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한반도 정세에서 '재팬패싱'이 현실화되고 있는 일본이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한 대피 훈련까지 중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일 북일정상회담을 촉구하며 북한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현 시점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올해 도치기, 가가와현 등 9개현 지자체에서 시행하던 주민대피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오는 8월 예정됐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중지되는 등 국제정세 변화를 고려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동안 이뤄진 훈련은 정부와 지자체, 경찰, 자위대 등이 공조해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의 훈련 경보 발령 및 이에 따른 주민 대피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당초 J얼럿 훈련은 지진이나 쓰나미 정보를 전달하다가 최근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 긴급정보를 전하는 데 사용됐다.

그동안 아베 총리는 연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일정상회담 개최 의사를 피력해왔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8일 참의원 결산위원회에서 “마지막에는 내가(아베 총리) 김정은 위원장과 마주해, 북일정상회담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북일회담을) 납치문제에 이바지하는 회담이 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과 일본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해서, 상호불신이라는 껍데기를 깨는 첫걸음을 내딛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16일 요미우리 TV와의 인터뷰에서도 북일정상회담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아베 총리는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거론하며 “김정은 위원장의 큰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북한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 북한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다리고 싶다”고 말했다.

북한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의한 사찰 비용을 지원하겠다는 용의도 밝혔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사찰비용 지원 외 관련 비용의 부담을 검토할 방침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시큰둥한 모양새다. 이날 북한 관영언론인 노동신문은 논평을 통해 아베 총리의 회담 러브콜을 겨냥해 “외토리 신세에 놓여있는 자의 비루한 구걸행위”라고 맹비난했다. 노동신문은 “일본이 '국제적 압력'에 대해 끈질기게 떠들어대며 군사력 증강에 날뛰고 있는 것은 지역정세흐름에서 완전히 밀려난 저들의 가긍한 처지를 가려워보려는 단말마적 발악에 불과하다”면서 “역사적인 조미수뇌상봉(북·미정상회담)은 일본이 아무리 제동을 걸며 못되게 놀아대도 조선반도와 지역에 도래하고 있는 화해와 평화, 안정과 번영을 위한 역사적 흐름을 절대로 막지 못한다는 것을 똑똑히 실증해줬다”고 강조했다.

지난 15일에도 북한은 국영 라디오 평양방송 논평을 통해 “일본은 이미 해결된 납치문제를 끄집어내서 자신들의 이익을 얻으려 획책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일치해 환영하는 한반도 평화 기류를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는 치졸하고 어리석은 추태”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한편, J얼럿 훈련은 아베 정부가 북한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해서 국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본 시민단체 사이에서 나온 적도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도쿄에서 대피 훈련을 실시했고, 북-미 정상회담 이틀 전인 지난 10일에도 군마현에서 훈련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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