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오늘도 강팀장은 출근하자마자 커피믹스부터 찾는다. 재빠르게 이지컷을 뜯어 홀린 듯 홀짝홀짝 커피를 마신다. “휴, 네가 없는 회사생활은 상상할 수도 없지” 노란 커피믹스 포장지를 보며 회의 전 잠시나마 ‘나만의 휴식’을 갖는다. 출근해서 먹는 커피믹스는 꿀맛 그 자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기호식품 ‘커피믹스’를 만든 동서식품이 2018년 현재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다. 50년간 쌓아온 ‘인스턴트 커피’ 이미지를 탈피한 원두커피 전문점 ‘맥심 플랜트’를 오픈한 것. 그동안 모카다방‧책방‧우체국 등 팝업스토어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과의 소통하며 트렌디함을 뽐냈던 동서식품이 커피 제조 노하우가 집약된 공간을 선보이며 ‘대중성과 전문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포부를 보이고 있다.

(사진=홍여정 기자)

그 곳에 가면 ‘믹스커피’가 있을까

기자는 지난 2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위치한 ‘맥심 플랜트’를 방문했다. 커피원두를 상징하는 듯한 고동색의 외관에 ‘맥심’ 로고가 보이는 곳. 매장 안을 들어가 보면 모던한 인테리어 안에 푸릇한 식물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테이블 배치도 비교적 여유 공간이 많아 답답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각 층 벽면에는 커피 공정 과정을 형상화해 배치했다. 또한 계단을 오르내리며 보이는 벽면에는 커피에 관련된 문구를 써놓기도 했다. ‘도심 속 정원, 숲 속 커피공장’ 이라는 컨셉이 구석구석 느껴졌다.

(사진=홍여정 기자)

입구 쪽 오픈된 테라스로 들어가면 1층 홀에 자리 잡은 바(bar)에서 전문 바리스타들이 고객들을 맞이한다. 평일 점심이 지난 시각이었지만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아직 오픈 초기라 핸드폰을 들고 건물 구석구석을 사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이날 처음 방문했다는 직장인 이 모(여‧32)씨는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커피 맛도 좋다”며 “다른 카페들보다 테이블이 여유롭게 배치돼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모(남‧35)씨도 “잠깐 여유시간이 생겨서 와봤는데 전망이 좋은 테라스에서 경치를 감상하며 커피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며 “저녁에 오면 더 분위기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오픈한지 이제 한 달 반 정도 됐는데 반응이 좋다”며 “주말에는 대기를 하면서까지 매장을 이용하고 가시는 고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네 주민들부터 온라인상에서 찾아보고 오시는 분들까지 남녀노소 이용하고 간다”고 덧붙였다.

“나만의 커피를 찾고 싶다면 ‘공감각 커피’에서 찾아보세요”

지난 4월 28일 오픈한 ‘맥심 플랜트’는 동서식품이 ‘맥심’의 철학과 감성, 전문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서 기획됐다. 총 8개 층(지하 4층~지상 4층)에 연면적 1,636㎡(495평) 규모로 이 중 지하 2층부터 지상 3층까지 5개 층을 커피 관련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맥심이 선별한 원두로 만든 커피를 경험할 수 있는 커피 플랜트와 맥심의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덕션 플랜트, 문화와 트렌드를 즐길 수 있는 컬쳐 플랜트 등 3가지 테마로 구성됐다.

특히 공장(Plant)과 식물(Plant)의 두가지 의미를 잘 살려 한 공간에 녹여냈다. 커피 제조설비를 활용한 인테리어와 함께 다양한 식물을 테라스와 창가에 배치해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사진=홍여정 기자)

우선 지하 2층으로 가봤다. 이 곳에는 ‘맥심 플랜트’에서 사용하는 모든 원두가 만들어지는 로스팅 룸이 자리한다. 동서식품의 커피 공정 일부를 축소해 그래도 들여논 것. 규모는 지하 2층에서 1층까지다. 여러 산지의 생두를 저장하는 9개의 사일로(Silo,원통형 저장소)에서 로스터(Roaster,생두를 볶는 기계)로 원두가 자동 투입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옆에 자리한 아카데미 룸에서는 커피에 대한 교육이나 다양한 커피추출방식을 체험할 수 있게 해놨다. 

지하 1층에는 라이브러리 공간을 마련해 커피에 관련된 전문 서적들을 배치해 놓았다. 중앙에 크게 자리잡은 긴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고, 같은 층 테라스에서 커피를 즐길 수도 있다. 지하임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느낌보다 은은한 조명과 여유있는 좌석 구성으로 아늑한 느낌을 받는다.

지상 1층과 2층은 커피와 음료 주문 후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구조로 돼있다. 2층은 테라스에 앉거나 1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가운데 좌석에 자리를 잡아도 된다.

(사진=홍여정 기자)

지상 3층으로 올라가보니 1, 2층과 별도로 주문을 할 수 있는 THE RESERVE 층이 나온다. 이 곳에서는 맥심플랜트의 스페셜 커피인 ‘공감각 커피’를 맛볼 수 있다. 3층 한 켠에 마련된 터치패드에서 산미, 로스팅 정도, 좋아하는 향 정보를 입력하면 24가지 스페셜 블렌딩 커피 중 취향에 알맞은 커피를 제공해준다.

3가지 질문에 원하는 취향을 입력하니 기자에게는 Atuumn Scene가 추천됐다. 바로 위에 진열된 24가지 스페셜티 커피중에서 해당 카드를 찾는다. 카드 앞면에는 커피에 대한 이미지가, 뒷면에는 해당 커피에 대한 설명과 음악, 글귀가 쓰여있다. 해당 카드를 로스팅바에 제시하면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려준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다양한 공감각적인 보조장치들을 통해 어렵고 난해했던 스페셜티 커피를 익숙하고 편하게 오감으로 경험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진=홍여정 기자)

대중적인 맥심, 전문성 강조한 ‘맥심 플랜트’

동서식품은 지난 50년 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은 양의 커피 원두를 다뤄왔다. 또한 원두 수입 규모도 세계적으로 손꼽힌다. 매장을 둘러보니 원두에 대한 전문성과 탄탄한 노하우를 이번 ‘맥심 플랜트’에 쏟은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일부 고객들은 원두에 대한 전문성이 강조됐기 때문에 누구나 다 아는 ‘맥심 커피’의 그 맛과 이미지는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 고객은 “맥심하면 커피믹스가 딱 떠오르는데 여기 매장에 와보니 기존 커피 매장과 다른 점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맥심 커피도 판매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고객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고급스러운 커피를 맛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집이나 직장에서 손 쉽게 타먹는 믹스커피의 이미지보다 스타벅스 같은 전문 매장의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매장을 둘러보며 ‘공장’과 ‘식물’이라는 ‘플랜트’의 역설적 표현을 한 공간에 담아낸 이 공간에서 동서식품의 대중적이지만 고급‧전문적 이미지가 함께 어우러지길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맛’을 찾게 위해 원두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한 결과 지금의 대중적이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죽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는 지난 50년간 쌓아온 저희만의 노하우가 담긴 스페셜 커피를 소비자들에게 좋은 공간에서 제공하고자 맥심 플랜트를 오픈한 것”며 “매장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가 매장 오픈 계획에 대해서는 “일부 고객들의 문의는 있었지만 아쉽게도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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