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당 수습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장 비상대책위원회 결성을 위한 준비위원회가 발족됐지만 채 하루도 안 돼 중진의원들이 나서서 준비위 해체를 요구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도화선은 ‘비박계’인 모 의원의 메모에서 시작됐다. 이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 ‘세력화가 필요하다. 적으로 본다. 목을 친다’ 등 살벌한 내용이 담겼다. 메모를 적은 의원은 ‘친박계가 비박계 의원들을 치려는 게 아니냐는 염려를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가 친박계를 치려 하는 게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메모에서 중요한 것은 ‘목을 치는’ 주체가 아니었다. 고질적으로 이어오던 당내 계파갈등이 여전히 건실하며, 의원들 간 불신이 팽배하다는 사실이었다. 친박-비박 간 고질적인 불신은 지난 2016년 4·13 총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중에야 밝혀진 사실이지만, 총선 당시 비박계 의원들의 살생부를 만들고 ‘공천학살’을 단행한 주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보수당에 유리한 지역에서 친박 의원들을 탄생시키기 위해 일명 ‘진박 여론조사’까지 벌였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또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다른 이야기 안하고 말 잘 듣는 충성스러운 8~90명의 의원만 당선되면 좋다는 게 청와대의 입장”이라는 노골적인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오죽했으면 김무성 당시 당대표가 직인을 갖고 잠적하는 촌극을 벌였을까. 이후 총선 과정에서 ‘진박 감별사’까지 대거 등장하는 상황에서 친박-비박 간 불신은 더욱 깊어갔을 것이다.

촛불민심으로 박근혜 정권이 탄핵으로 끝나고, 좌초하던 한국당은 ‘박근혜 제명’이라는 초강수로 재활을 꿈꿨다. 하지만 친박-비박 간 갈등은 빈번하게 일어났고, 결국 지방선거 참패라는 쓴 열매로 돌아왔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건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떠난 보수에는 계파 갈등이 남았던 것인가.

이대로라면 당권 장악을 누가 하던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가 계속될 것이 자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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