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 공개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와 국군미구사령부(기무사)가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 시 ‘계엄령’을 선포하고 전국에 무장병력을 투입하려 했다는 문건이 공개됐다.

(사진=군인권센터 제공)
(사진=군인권센터 제공)

6일 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을 공개했다. 센터에 따르면, 당시 기무사 1처장이었던 소강원 소장(현 기무사 참모장·기무사 개혁TF위원)이 작성한 이 문건은 ‘탄핵심판 기각’을 가정해 △위수령 발령 △계엄 선포 △향후 조치 순으로 국가 장악 계획이 상세히 담겼다.

(자료=군인권센터 제공)
(자료=군인권센터 제공)

이 문건에는 ‘국민들의 계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고려, 초기에는 위수령을 발령해 대응하고 상황 악화 시 계엄 시행을 검토’ 한다고 명시됐다. 이에 대해 센터는 “군이 위수령을 발령하면 촛불정국과 분명 마찰을 빚을 것을 예견했을 것”이라며 “이를 빌미로 ‘경비계엄’과 ‘비상계엄’을 순서대로 선포해 최종적으로는 행정과 사법을 마비시키고 국토를 접수하겠다는 계획”이라고 해석했다.

계엄령이 선포될 경우 투입될 군 무장병력도 매우 상세히 기재돼 단순한 구상 수준을 넘어섰다. 서울의 경우 탱크 200대와 장갑차 500대를 동원하고 특전사 1400명을 포함한 6200명의 무장병력을 동원하도록 돼 있다. 전국 지자체는 육군으로 구성된 기갑여단, 공수특전여단, 기계화보병사단이 배치돼 장악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자료=군인권센터 제공)
(자료=군인권센터 제공)

계엄령 시 군대를 통솔할 사령부의 편성표도 등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현행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사령관은 합동참모총장이 맡아야 하지만 이 문건에는 육군참모총장으로 편성됐다”며 “군이 지휘계통을 무시하고 꼼수까지 동원하며 합참을 배제하고자 한 것은 이것이 정상적 계엄령 선포가 아닌 ‘친위쿠데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문건에 등장한 사령부는 공군과 해군 등이 배제된 육군사관학교 42~44기 출신 특정 장교로 구성됐다.

계엄령 선포에 방해가 되는 ‘제한사항’도 상세히 나열해 대응방안을 세웠다. 국군법에 따라 부대이동 등 군사사항은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위수령’은 아직 법 개정이 되지 않아 군령권이 육군참모총장에게 귀속돼 있는 맹점을 노렸다. 국회가 위수령 무효법안을 제정할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 2개월 이상 위수령을 유지할 수 있는 방안도 담겼다.

센터는 이 문건을 ‘내란 음모’로 규정하고 “가담한 책임자들을 낱낱이 밝혀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센터가 이 문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으로 지목한 사람은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육사28기)과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육사31기), 문건을 보고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육사38기), 계엄사령관으로 내정된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육사36기), 병력 동원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구홍모 전 수도방위사령관(現 육군참모차장, 육사40기), 조종설 전 특전사령관(육사41기) 등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016년 11월 당시 청와대가 “계엄령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가 돌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해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이라며 반발했고 추 대표는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문건의 등장으로 추 대표의 발언은 재평가를 받게 됐다. 추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 발언 직후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어제 실제 위수령과 계엄령에 대한 법률 검토를 넘어서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담은 문건이 추가로 드러났다”면서 “민간인 사찰, 불법 정치 개입에 댓글 공작도 모자라 군정 획책 계획까지 나섰다는 것은 실로 충격적아더, 12·12 군사 반란과 아주 닮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