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첫 번째로 열린 비핵화 후속협상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비핵화 신고·검증은 물론 미군 유해 송환까지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하고 돌아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2차 방북 때와는 다르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만나지 못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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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은 미군 유해송환 이벤트에 ‘+α’의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북미회담 이후 지지부진하던 후속협상이 시작된 데다가 미국 측이 한미훈련을 중단하고 미국 내 강경파에서 제기되는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서도 부인하는 등 유연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

그러나 이번 북한 외무성은 폼페이오 장관이 평양을 떠난 직후 ‘미국 측이 일방적으로 비핵화를 강요했다’는 비판 성명을 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 고위급 회담에서 비핵화 시간표에 대해 “복잡한 이슈이긴 하지만 논의의 모든 요소에서 우리는 진전을 이뤘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과는 다른 입장이다.

북미간 신경전은 양측이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차를 보이며 불거졌다. 외무성 담화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 측에 오는 27일 65주년을 맞는 정전협정 체결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하고 △미사일 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발굴 등을 ‘각기 동시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런데 미국이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 문제까지 이런 저런 조건과 구실을 대며 뒤로 미루어놓으려고 했다”고 주장했다는 것.

미국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종전선언은 ‘선 비핵화’ 이후 진행될 수 있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추측된다. 북한이 내놓은 미사일시험장 폐기와 유해송환 카드가 ‘종전선언’ 카드와 맞바꿀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

북한 외무성은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은 것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고 응수했다.

다만 북미는 오는 12일 유해 송환과 관련된 후속 협상을 열기로 하면서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았다. 북한 외무성 담화문도 그동안 보였던 과격한 표현보다 ‘유감’을 표하면서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도 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미국과 베트남 현지 기업인 모임에서 “미국과 베트남이 한때 상상할 수 없던 번영과 파트너십을 갖고 있는 점에 비춰, 김정은 위원장을 위한 메시지가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의 나라가 이 길(베트남의 길)을 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당신이 이 순간을 잡으면 (번영은) 당신의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번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표출된 이견은 ‘샅바싸움’이라고 9일 규정했다. 이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면위로 보이는 모습은 격한 반응으로 비칠 수도 있는데 누가 더 샅바를 깊숙이 안정적으로 유리하게 잡느냐 하는 밀당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며 “이틀간 회담이 3시간, 6시간 도합 9시간의 회담이 진행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서로 양쪽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톡 까놓고 서로 의견을 개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처음 만남에서 현재 서로 유리한 실무적 논의를 위해서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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