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북한과 미국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후속협상에서 종전선언을 두고 이견을 보인 가운데 서로 ‘신뢰’를 언급했다.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보장이라는 과제를 풀기 위해 치열하게 협상하면서도 ‘판’을 깨지 않으려는 의지를 서로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나는 김정은이 우리가 서명한 합의문,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한 악수를 지킬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북미 후속협상 이후 미국 내에서 회의론이 불거진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방장관은 지난 6~7일 평양을 방문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은 앞선 1,2차 방북 때와는 달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했고, 일각에서 기대했던 비핵화 로드맵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돌아왔다. 이후 북한이 외무성 담화문을 통해 후속협상에 대한 유감의 뜻을 전하며 회의론은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핵문제에 대한 ‘일괄타결’ 보다는 북미간 ‘선의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38노스의 공동설립자인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수석연구원은 “북미정상의 싱가포르 공동성명만으로 북한의 모든 핵·미사일 활동이 중단될 것이라고 보는 것 자체가 무리”라며 “과거 미국과 옛 소련도 군축협상을 타결하는 순간까지 무기를 증강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북미 합의를 끌어내는 실무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트 연구원은 “실제로 중요한 부분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 않으면서 선의의 관계를 유지하는데 무게를 뒀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 역시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의 전화브리핑을 통해 “(북한 담화문은) 과거 20여 년 간 수많은 사례에 비춰보면 훨씬 온화하고 신중했다. 이번 담화에서 어떤 파괴적인 부분은 없었다”고 9일 전했다.

앞서 북한 외무성은 후속협상에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심을 아직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언급한 바 있다.

한편, 북미간 이견은 ‘종전 선언’을 두고 불거졌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장 폐기 △미군 유해발굴 등을 제안하며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일에 종전선언을 발표하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은 종전선언은 북한이 내놓은 카드가 아닌 ‘선 비핵화’ 이후 진행될 수 있다고 선을 그은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수면위로 보이는 모습은 격한 반응으로 비칠 수도 있는데 누가 더 샅바를 깊숙이 안정적으로 유리하게 잡느냐 하는 밀당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틀간 회담이 3시간, 6시간 도합 9시간의 회담이 진행되지 않았는가”라고 반문하며 “서로 양쪽이 자신이 원하는 바를 톡 까놓고 서로 의견을 개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 처음 만남에서 현재 서로 유리한 실무적 논의를 위해서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