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경기도의 한 사립 중·고등학교 교직원이 20대 부하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여직원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학교를 그만뒀으나, 학교 측은 이를 축소·은폐를 시도한 것이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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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경기도 파주 Y학교 행정실에서 근무했던 피해 교직원 A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올해 3월 행정실 사무직으로 입사한 A씨는 상급자인 B씨의 지속적인 언어적 성추행 때문에 불과 3개월 만인 지난 6월 학교를 그만뒀다.

A씨에 따르면 B씨의 성희롱은 입사 후 약 3주가 지나면서 시작됐다. B씨는 "다리가 두껍다. 살 빼라", "쟤는 타고난 몸매는 괜찮다니까" 등 불쾌감을 느낄 만한 말을 했다.

이후 4월 중순경에는 A씨의 신체를 B씨가 줄자로 재는 등 희롱의 강도가 높아졌다. A씨는 "행정실에서 간식을 먹는 중이었다"라며 "(B씨가) '다리가 두껍다'고 놀리더니 줄자를 들고 와 허벅지 사이즈를 재고 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가 싫다는 의사를 밝혔음에도 B씨는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당시 수치심과 모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A씨가 퇴사를 결심한 것은 지난 5월경 열린 워크숍에서 벌어진 성희롱 때문이다. A씨는 "숙소에서 자고 있는데 B씨가 속옷 차림으로 방에 들어왔다. 볼을 찌르면서 깨워서 너무 놀랐다"며 "분명히 문을 닫았는데 B씨가 있어 기겁했다. 속옷만 입고 들어와 더욱 두려웠다"고 설명했다.

결국 A씨는 더 큰 일을 당하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입사 약 3개월 만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근무 당시에 겪었던 성추행으로 인해 현재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성희롱 피해 직원은 A씨 뿐만이 아니다. A씨는 "B씨가 또다른 교직원 C씨에게 '확실히 젊어서 살결이 좋다. 방 잡아 줄 테니 술 먹고 가라, 큰 방 잡으면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A씨는 B씨의 상습적인 성희롱이 근무 중 음주를 한 상태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B씨가 교직원뿐 아니라 교사와 학생들에게까지 성희롱 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학교는 "참고 다니라" 은폐 의혹

그러나 B씨는 피해자 C씨에게 "변호사를 선임할 테니 대법원까지 가자"고 말하는 등 적반하장 식 반응을 보였다고 A씨는 주장했다. B씨는 A씨에게도 "나는 그럴 뜻이 아니었다. 기억은 안 나지만 네가 불쾌했다면 사과하겠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이런 얘길 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사과 아닌 사과를 받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학교 측은 성고충 피해를 수습하기는커녕 도리어 은폐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교감이 C씨에게 '참고 다니라'고 말해 C씨가 그 자리에서 쇼크를 받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A씨와 C씨는 민원 등 조치와 함께 B씨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내 교사들 사이에서도 문제 제기가 돼 성고충위원회도 열렸다. A씨는 "B씨의 일로 선생님들까지 분노했다"며 "피해자와 교사 등이 B씨의 무거운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오는 9월 징계위원회를 회부할 예정이라고 알고 있다. 현재 B씨는 직위해제 상태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본지는 사실 확인을 위해 B씨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Y학교 관계자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학교 측 입장은 어떨까. 지난 9일 Y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교내 성희롱 피해에 대해 "그런 사실 없었다"며 "옆에서 볼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고 전면 부인했다.

B씨가 직위해제됐다는 것에 대해서는 "B씨가 직위해제를 당한 게 아니라 휴가 중"이라고 답했다. 반면 Y학교 교무실에서는 "공식적으로 직위해제를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징계위가 열리는 날짜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하는 등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학교 측은 성추행 사건 은폐 의혹과 징계위를 곧바로 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공문으로 질의하라"며 말을 아꼈다. 이에 질의서를 학교 측에 수차례 공문으로 보냈으나 학교 측은 답변을 하지 않았다. 

A씨는 "학교는 일이 커지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거 같다"며 "학교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대개 중년 남성이라 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모르는 거 같다"고 B씨의 처벌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꼽았다.

 

교육청도 "대책 없다"...관련 법안 마련 시급

결국 B씨에 대한 징계 여부는 명확히 드러난 사실이 없는 상황이다. 답답함을 느낀 피해자들은 경기도교육청에 문의했으나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교육청 측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대해 경기도 교육청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현행법상 교직원과 교직원 사이에 일어난 성범죄의 경우 교육청이 관여할 방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학생을 대상으로 교직원이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교육청에서 조사를 할 수 있어도 징계권은 해당 사립학교재단에 있기 때문에 더는 조치를 할 수 없다. 사실상 사립학교는 교내 성추행 사건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다만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징계권자 재량이었던 사립 학교 교직원에 대한 성희롱·성폭력 징계 기준을 국공립만큼 높이도록 관계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해당 법 개정은 아직 추진 단계에 있어 개정 이전까지 사립 학교 교직원들이 성범죄 사각지대에 놓여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현행법상 사립학교 문제에 대해 도 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다"며 "아이들을 사립과 공립으로 나눌 수 없는 만큼 교육청이 이 문제에 적극 나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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