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물 담화’가 국군 기무사령부 문건에서 사전에 기획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1일 KBS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PI 제고 방안 제언’ 기무사 문건을 공개했다. PI란 President Identity의 약자로 ‘대통령 이미지’를 의미한다.

이 문건에는 세월호 참사 이후 폭락한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당초 군 방첩과 국군 보안업무 등을 수행하는 기무사의 업무범위와는 무관한 내용이다.

KBS에 따르면, 이 문건에는 대통령 이미지 제고 방법으로 △대국민 담화 △감성적인 모습 △희생자 이름 호명 △자필로 쓴 위로편지 △페이스북 소통 등을 제시했다.

문건에서 제시된 방법들은 대부분 현실화됐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문건이 보고된 지 5일 뒤인 2014년 5월19일 대국민 담화를 가졌고, 이 담화에서 눈물을 흘리며 세월호 희생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기도 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흐르는 눈물을 닦지 않고 담화를 해 일각에서는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밖에도 기무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가족 중 홀로 살아남은 5살 어린이에게 장학금을 주면 여성 대통령으로서 모성애 이미지를 강조할 수 있다는 내용도 보고했다고 KBS는 전했다.

뿐만 아니라 기무사는 청와대에 세월호 희생자의 ‘수장(水葬)’까지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에서는 “시체를 바다에 흘려보내거나 가라앉히는 수장은 오랜 장례법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세월호 선체가 인양될 경우 정부 비난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 ‘인양 반대 여론’을 키우기 위한구체적인 방법도 제시했다. 전문가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인양의 비현실성을 홍보한다는 내용이다. 기무사는 인양비용에 최소 2천억원, 기간도 6개월 이상 길어지는 등 내용을 조목조목 청와대에 알렸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으로 꾸려진 독립수사단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까지 수사한다. 이에 이번에 세간에 드러난 기무사의 PI문건 역시 수사 대상에 오를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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