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부인 민주원 씨가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안 전 지사의 비서 김지은 씨에 대해 증언했다. 그런데 민씨의 증언이 김씨의 행실에 초점이 맞춰져 2차 가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13일 오후 2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 심리로 열린 안 전 지사 비서 성폭행·추행 혐의 5차 공판에서는 민씨가 안 전 지사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날 민씨는 김씨가 자신의 남편을 평소 좋아하는 거 같아서 불쾌했다고 증언했다.

민씨는 "지난해 8월 충남의 리조트에서 투숙했을 당시 김씨가 새벽 4시경 부부의 침실에 들어왔다"며 "그 날 이후 남편을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1층에서 누군가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 잠에서 깼는데, 김씨가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왔다"며 "이후 김씨가 침대 발치에서 3, 4분 간 지켜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민씨는 "피고인이 김씨를 발견하고 부드러운 음성으로 '지은아 왜 그래'라고 묻자 당황한 김씨가 1층으로 내려갔다"며 "새벽 4시에 불쑥 찾아왔는데 너무 부드럽게 대해 불쾌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하지만 김씨는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해 곧바로 사과하지 않았다"며 "김씨가 '술을 깨려고 2층에 올라갔다가 제 방인 줄 알고 잘못 들어갔다'고 이틀 뒤 오전이 되어서야 사과를 했다"고 덧붙였다.

민씨는 또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이성적으로 좋아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김씨가 남편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남편을 의심한 적은 없었다"고 울먹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민씨의 증언이 김씨의 행실 부분에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2차 가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에 진행된 공판에서 김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발언권을 요청해 "재판 공개결정 이후 증인들의 발언이 그대로 언론에 노출되고 피고인에 유리한 일부 증언만 강조되면서 2차 가해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은 "언론에는 피고인에 유리한 일부 증언만 짜깁기돼 나오고 있다"며 "수행비서가 해야 할 일인 숙박 예약마저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했다는 식으로 보도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호인 측은 김씨가 공판에 불참한 이유를 전했다. 그는 "피해자는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재판을 방청하려 했으나 지난 2일 16시간의 증인 신문 뒤 불안감 등으로 입원 치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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