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최근 국군기무사령부의 내부 문건이 잇따라 폭로되며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공개된 문건은 ‘계엄령 검토’, ‘세월호 유가족 사찰’, ‘박근혜 전 대통령 이미지 제고’ 등 세 가지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해당 문건들을 종합하면 기무사는 본연의 ‘군 방첩’과 ‘국군 보안업무’ 업무범위에서 한참을 벗어나 활동한 것은 물론 국군조직법 상 상급자 소관인 계엄령을 검토하는 등 월권행위까지 서슴지 않았다.

가장 논란이 된 것은 지난 6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 문건이다. 당시 기무사 1처장이었던 소강원 소장(현 기무사 참모장·기무사 개혁TF위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이 문건은 ‘탄핵심판 기각’을 가정해 △위수령 발령 △계엄 선포 △향후 조치 순으로 국가 장악 계획이 상세히 담겼다.

지난 2일에는 국방부 사이버 댓글사건 조사 TF가 기무사의 세월호 유족 사찰 문건을 공개했다. TF 조사에 따르면, 기무사는 세월호TF를 구성하고 실종자 가족의 이름과 거주지, 주변인 관계, 심리상태 등을 자세히 기재했다. 특히 유가족들의 성향을 ‘강경’과 ‘중도’로 분류하고 “온건 성향자부터 개별 설득 필요”라고 적었다. 이 문건에는 기무사가 단원고를 사찰하고 세월호 집회에 대항하는 ‘맞불집회’를 도운 정황도 드러났다.

세월호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눈물 담화’가 기무사의 사전 기획 문건에서 나왔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 11일 KBS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PI 제고 방안 제언’ 기무사 문건을 공개하고 이같이 보도했다.

PI란 President Identity의 약자로 ‘대통령 이미지’를 뜻한다. 세월호 참사 이후 폭락한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안을 기무사에서 작성한 것인데, 기무사는 대통령 이미지 제고 방법으로 △대국민 담화 △감성적인 모습 △희생자 이름 호명 △자필로 쓴 위로편지 △페이스북 소통 등을 제시했다.

이들 문건을 조합하면 기무사는 본연의 업무보다 전 정부 청와대의 ‘호위무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논란이 커지자 결국 군 통수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의 군검찰로 구성된 특별수사단을 지시했다. 이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바로 다음날인 11일 특수단 단장에 전익수 공군 대령을 임명했다.

전 단장이 이끄는 특수단은 해·공군 출신 군 검사와 검찰 수사관 약 30명으로 구성됐다. 수사단은 오는 16일부터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을 담당할 수사 1팀과 계엄령 관련 문건을 담당할 수사 2팀으로 분리해 활동할 예정이다.

이번 수사의 쟁점은 기무사 문건들이 작성된 경위와 ‘어느 선까지’ 올라갔는지다. 수사 결과 민간인 사찰과 계엄령 검토 등에 전·현직 기무부대원이 대거 연루된 사실 등이 밝혀진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무사는 1979년 12·12 사태에서 신군부의 권력 장악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보안사령부’를 전신으로 두고 있다. 당시 보안사는 방첩 활동을 이유로 민간인 사찰과 고문 등을 일삼다가 1990년 야당 정치인과 사회 인사들의 검거 작전을 세운 것이 들통나 기무사로 개편됐다.

기무사 문제는 매 정권마다 불거져왔지만 제대로 된 개혁은 단행되지 못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당시에는 대통령 독대 보고가 부활해 논란이 일었다.

당초 기무사는 개혁TF를 구성해 대대적인 개혁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특수단 구성으로 ‘올스톱’ 된 상태다. 특수단의 수사 결과 민간인 사찰과 계엄령 검토 등에 전·현직 기무부대원이 대거 연루된 사실 등이 밝혀진다면 기무사는 해체 수준의 개혁 요구를 거세게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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