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방선거 참패와 계파갈등으로 바람잘 날 없던 자유한국당에 ‘원조 친노’인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구원투수로 나섰다. 17일 한국당은 제2차 전국위원회에서 김 교수를 혁신 비상대책위원으로 최종 추인하고 당 쇄신을 위한 전권을 맡겼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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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이날 전국위 의결 직후 “계파 논쟁과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지 않겠다”며 강력한 혁신을 예고했다. 그는 “무엇을 ‘관리’라고 하고 무엇을 ‘혁신’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은 분명히 당의 많은 분야를 아주 많이 바꾸는 것”이라며 “그렇게 생각하면 혁신이라는 말이 잘 어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 총리를 지낸 김 위원장은 ‘노무현의 남자’로 통하는 원조 친노(親盧)다. 그는 1990년대 초반 학계에서는 드문 ‘지방 분권’을 강조했던 학자로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던 노 전 대통령과 이어졌다. 1993년 노 전 대통령이 설립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특강을 계기로 친분을 쌓았고, 2002년 대선 당시 드러내놓고 선거전에 나서 노 전 대통령을 위해 뛰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친노 진영과 멀어지면서 정치권과는 거리를 두게 됐다. 이후 김 위원장은 보수 언론사 기고글 등을 통해 친노·친문 진영을 비판하고 박근혜 정부의 주요 정책에도 ‘일침’을 가하는 등 행보를 보였다. 정치권에서 다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린 것은 지난 2016년 탄핵 정국에서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면전환을 위해 김 위원장을 책임총리에 지명했지만 당시 야당의 강력한 반대로 무산됐다.

 

김병준의 ‘無계파’ 친박 겨눌까

그의 과거 행보에서 보이듯 진보·보수 진영에서 한발짝 떨어져 있는 김 위원장은 ‘비대위 위원장’ 단골 후보였다. 이번에 한국당 비대위원장에 선출된 것도 그의 옅은 계파색이 한몫 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 위원장은 정통 보수출신이 아닌 만큼 당 쇄신을 위한 강력한 정치기반을 갖지 못했다는 단점도 있다.

실제로 비대위 구성이 시작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한국당 내에서는 비대위 권한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김 위원자에 차기 총선 공천권까지 쥐어주는 ‘전권형’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공천권이 없는 ‘관리형’ 권한을 부여할 것인지 의견이 분분한 상황.

활동 기한 역시 처음에는 2020년 차기 총선 공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전권 비대위’ 모델이 언급되다가 비대위원장 선출이 가까워지자 ‘빠른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총선까지 2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비대위에 공천권까지 주어지면 장기적인 비대위체제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친박계에서 3개월짜리 짧은 비대위를 주장하고 있는 만큼 비대위를 흔들어 허울만 남긴 혁신이 될 위험성이 있다. 김 위원장이 헤쳐가야 할 난관도 만만치 않다. 당장 비대위 임기에 대해 시비가 붙고 있다.

친박계 중진으로 분류되는 유기준 의원은 ‘임기가 6개월 이상 남은 당 대표가 결원 처리되면 60일 이내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 한국당 당헌·당규를 들고 나왔다.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6월 14일 사퇴했기 때문에 당헌 상으로는 내달 12일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한국당 당헌 120조에는 ‘비대위는 비상상황이 종료된 후 소집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이 선출될 때까지 존속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비대위 구성이나 권한 등 세부적인 사안이 남아 있어 당내 계파갈등이 폭발할 불씨가 남아있는 상태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당내 계파갈등과 ‘싸우다 죽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보였다. 그는 비대위원장 추인 후 연설에서 “한국 정치를 반역사적인 계파논리와 진영논리에서 벗어나게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면서 “잘못된 계파 논쟁, 진영 논리 속에서 그것과 싸우다가 오히려 죽으라고 제게 얘기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한국당 내 고질적인 계파갈등을 타파하려면 ‘인적청산’부터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한국당은 지난해 인명진 비대위 사례에서와 같이 인적청산을 시도하다가 친박계의 강한 반발에 부딪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결국 비대위 성패는 당내 지지를 얼마나 얻는냐에 달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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