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출신에 CJ그룹 경력, CJ푸드빌에서 첫 대표 1년 못채우고 이동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CJ ENM 출범 이후 CJ그룹 계열사 CEO들의 도미노 인사이동이 단행됐다. 눈길을 끄는 건 구창근 CJ올리브네트웍스 신임 대표의 행보다. 지난해 7월 CJ푸드빌의 대표이사로 선임된 구 대표가 데뷔전 경영성적을 온전히 검증받지 못한 채 그룹 핵심계열사로 불리는 CJ올리브네트웍스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달 초 CJ E&M과 CJ오쇼핑의 합병 법인인 CJ ENM의 출범으로 허민호 전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가 CJ ENM 오쇼핑 부문 대표로 이동했고, 구 대표는 허 전 대표의 공석을 메웠다. CJ푸드빌 수장이었던 구 대표의 후임은 정성필 전 CJ CGV 국내사업본부장 상무다.

구 대표가 경영무대에 본격 데뷔한 건 지난 2017년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후 단행된 비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CJ푸드빌 대표로 선임된 것. 선임 당시 구 대표의 나이는 만 43세로, CJ그룹 계열사의 최연소 CEO 타이틀을 얻었다.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후 삼성증권 등에서 식음료, 유통 분야 애널리스트로 10년 이상 활동한 전력이 있다. 2010년 CJ그룹 이적 후 CJ 기획팀과 사업팀 식품담당, 사업팀장, 전략 1팀장 등도 거쳤다. 이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한 구 대표의 감각이 만성 적자에 시달리던 CJ푸드빌 체질 및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받으며 차세대 리더로 급부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CJ푸드빌의 실적은 연결기준 매출 1조3917억 원, 영업손실 23억 원, 당기순이익 13억 원으로, 적자 전환한 상태였다.

때마침 경영일선에 복귀한 이재현 회장은 CJ그룹 새 비전인 ‘그레이트CJ’를 내놓았다. 2020년까지 그룹 매출 10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건데, CJ푸드빌 역시 글로벌 톱10 외식전문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비전2020’을 밝힌 상황이어서 주목도는 더 높았다. 이 사업이 구 대표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첫 번째 공식 무대인 셈이었다.

하지만 구 대표가 재직한 2017년 CJ푸드빌의 실적은 매출 1조4275억 원, 영업손실 38억 원, 당기순손실 325억 원에 머물렀다. 2015년 실적을 만회한 2016년과 달리 2017년은 오히려 영업적자폭이 커지고 당기순손익은 다시 적자전환한 것이다. 투썸플레이스의 물적 분할로 유동성은 트였지만 수익성은 떨어지면서 첫해 경영 성적으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과적으로 구 대표는 CJ푸드빌에서 ‘구창근 체제’의 온전한 1년 경영 성적표는 받지 못한 채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로 이동하게 됐다.

이재현 회장의 기대주로 떠올랐던 구 대표가 CJ푸드빌에서 CJ올리브네트웍스 대표이사로 이동한 것은 여전히 이 회장의 신임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CJ시스템즈와 CJ올리브영이 흡수합병돼 출범한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 내 핵심계열사로 꼽힌다. CJ의 주축으로 떠오르는 미디어 계열사인 CJ ENM의 허민회 총괄대표와 허민호 오쇼핑부문 대표 두 사람은 모두 CJ올리브네트웍스를 거친 전력이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2014년 이후 급성장했다. 연결기준 전체 매출은 2014년 4240억 원에서 2017년 2조739억 원으로 289.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26억 원에서 2017년 1162억 원으로 173% 성장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H&B(헬스앤뷰티) 사업을 운영하는 올리브영 부문은 최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전체 성장을 견인한 알짜배기 사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CJ올리브네트웍스에서 올리브영 부문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14.9%에 불과했지만 2017년에는 69.2%로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비중도 9.8%에서 59.2%로 늘었다.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은 55.01%를 소유한 CJ주식회사가 최대주주다. 2대주주는 17.97%를 소유한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다. 이 회장의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는 지분 6.91%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의 두 자녀가 지분 24.88%를 갖고있는 핵심 계열사 대표에 CJ그룹의 기획팀, 사업팀, 전략실 등을 거치며 이 회장의 신임을 받은 구창근 대표가 선임된 것은 자연스러운 행보라는 분석이다.  

대표이사로서 경영능력 검증이 미완인 구창근 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연결감사보고서 기준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