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러시아 순양함 '돈스코이호'가 경북 울릉 앞바다에서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해당 함대의 침몰 원인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돈스코이호. (사진=뉴시스)
돈스코이호. (사진=뉴시스)

지난 17일 신일그룹은 돈스코이호가 울릉도 저동 해상 1.3km, 수심 434m 지점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신일그룹은 14일 침몰 추정해역에 유인잠수정 2대를 투입해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박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에는  'DONSKOII(돈스코이)'라는 함명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돈스코이호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매스컴은 일제히 흥분했다. 신일그룹이 주주로 있는 제일제강의 주가가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렇듯 돈스코이호가 연일 화두에 오르면서 온·오프라인에서는 침몰 원인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113년 전 울릉도 앞바다에선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러일전쟁 당시 함장이 고의로 침몰 시켜

돈스코이호가 침몰한 1905년 당시 러시아는 일본과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이른바 러일전쟁이 진행되고 있던 것이다. 돈스코이호는 제정 러시아 발트함대 소속으로 전쟁에 참가했다.

6,200t급 대규모 함대인 돈스코이호는 14세기 몽골제국에 맞서 싸운 드미트리 돈스코이 모스크바 대공국 대공의 이름을 땄다. 돈스코이 대공은 현재에도 러시아의 전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러일전쟁은 돈스코이 대공의 명성과는 달리 러시아에 불리하게 흘러갔다. 러시아 함대는 5월 동해에서 일본 해군과 치열한 혈투를 벌였지만, 속속 격침당했다. 돈스코이호 역시 울릉도 앞바다 70km 부근에서 일본 해군에 포위되고 말았다.

일본은 돈스코이호를 포위하고 러시아 해군 측에 항복을 권유했다. 하지만 당시 함장이었던 레베데프 대령은 함대에 있던 군자금 등을 적국게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해 선원 770여 명을 해변으로 이동시킨 뒤 함대를 고의로 침몰시켰다. 레베데프 대령은 이때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얼마 뒤 사망했다. 러일전쟁은 결국 일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울릉 앞바다 속 돈스코이호. (사진=신일그룹 제공)
울릉 앞바다 속 돈스코이호. (사진=신일그룹 제공)

한국 현대사 비극 담고 있는 '돈스코이호'

돈스코이호는 우리나라와 만주의 지배권을 둘러싸고 한반도에서 벌어진 러일전쟁의 치열했던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전쟁 이후 일본은 조선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해 나갔고, 결국 식민지배하기까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현재 돈스코이호에 대한 관심은 역사적 배경뿐만 아니라 그 안에 보물이 있을지 모른다는 소문에도 쏠려있다. 돈스코이호는 상당수의 금화와 금괴 등을 싣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장병들의 임금 역시 금화로 지급됐는데, 돈스코이호가 '150조원 대 보물선'이라는 소문은 이 같은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이 때문에 돈스코이호 인양은 여론의 집중 관심을 받아왔다. 1916년 일본이 처음으로 돈스코이호 인양 사업을 시작한 이래 국내에서는 1981년 도진실업이 최초로 시도했다. 그러나 기술의 한계로 돈스코이호를 찾지는 못했다.

이후 1998년 동아 건설이 인양 사업에 착수하고, 2003년 한국해양연구원 유해수 박사가 끈질긴 노력 끝에 돈스코이호를 발견했다. 하지만 동아그룹의 부도로 돈스코이호 인양 작업은 실현되지 못했다.

신일그룹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100년 넘게 바다 속에 잠들었던 돈스코이호가 우리 눈앞에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어마어마한 양의 보물과 어쩌면 보물보다 중요한 현대사의 비극이 담긴 돈스코이호가 수면 위로 올라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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