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미투 운동’으로 무고한 사람을 성범죄자로 낙인 씌운 사람에 형을 가중시키는 ‘무고죄 특별법’을 제정해달라는 국민청원에 청와대가 “우리나라 무고죄 법정형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앞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무고죄 특별법 제정 관련한 청원에 24만618명이 서명해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한 바 있다.

(사진=11시30분 청와대입니다 방송 캡쳐)
(사진=11시30분 청와대입니다 방송 캡쳐)

19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SNS 방송 ‘11시30분 청와대입니다’에서 “무고죄는 형법 15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데, 미국·독일(5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 프랑스(5년 구금형과 벌금), 영국(6개월 이하의 즉결심판이나 벌금형)에 비해 높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실제 무고죄 처벌은 기소율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무고 혐의로 입건된 사람은 1만219명이었으나, 이중 1848건만 기소됐다. 구속된 인원은 단 5%인 94명에 불과했다. 처벌 역시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되는 등 가벼운 편이다.

이에 대해 박 비서관은 “현재 무고죄 양형 기준이 법정형에 비해 낮게 설정된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무고사건의 상당수는 혐의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고, 이에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비서관은 무고사범의 ‘엄중처벌’을 약속했다. 그는 “일부 성폭력 범죄와 관련해 고소·고발이 죄없는 사람을 매장하는 수단으로 변질해 사회적 지위와 인격, 가족까지 파괴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청원의 배경으로 보인다”면서 “무고로 인한 피해가 크고 반성의 기미가 없는 경우 초범이라 하더라도 실형을 구형하는 등 중하게 처벌하는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성범죄 수사 종료까지 원칙적으로 성범죄 피해자의 무고·사실적시 명예훼손 고소 수사를 중단하는 내용의 대검찰청 ‘성폭력 수사매뉴얼’ 개정 반대 청원도 21만7143명이 서명에 동참해 청와대의 답변을 받았다.

당시 청원인은 해당 개정안이 헌법상 권리인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평등권과 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비서관은 “그동안 성폭력 사건은 2차 피해 우려 때문에 고소를 주저하거나, 수사가 진행되는 도중에 심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사건 진행을 포기해 버려, 결국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왔다”면서 “이에 따라,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무고로 역고소가 제기된 경우 검사는 성폭력 사건의 혐의 유무를 먼저 밝힌 다음, 무고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하라는 취지로 수사매뉴얼을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뉴얼은)성폭력 사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모든 형사사건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이라며 “원 사건의 사실관계를 명확히 확정한 후에야 무고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원칙을 유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등권 침해에 대해서는 “문제가 제기된 매뉴얼은 성폭력 사건의 고소인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고소가 동성 간에 이루어졌든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 것일 뿐, 차별적 수사절차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무고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성폭력이 있었는지 여부를 먼저 명확히 하라는 수사의 일반 원칙을 규정한 것으로 평등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박 비서관은 “대검찰청 수사 매뉴얼이 한국에만 있다는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제야 국제적 기준에 발맞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며 “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는 한국 정부에 7개 사항에 대하여 권고안을 제시한 바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피해자에 대한 무고죄 적용과 같은 형사소송절차 상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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