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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커지는 북한석탄 논란, 외교문제로 비화할까
[포커스] 커지는 북한석탄 논란, 외교문제로 비화할까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8.07.20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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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석탄 선박, 아직도 韓영해 들락날락
美 국무부 “행동 취할 것”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로 전면 거래 금지된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 산으로 둔갑, 지난해 10월 우리나라로 반입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제재를 위반하면) 독자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밝혀 외교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미국 민간위성이 3월 14일 포착한 북한 남포항의 새 석탄 야적장 모습. (사진출처:구글어스)
미국 민간위성이 3월 14일 포착한 북한 남포항의 새 석탄 야적장 모습. (사진출처:구글어스)

북한 석탄선박의 국내 유입은 올해 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이 작성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알려졌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산 석탄을 실은 배는 파나마 선적인 ‘스카이 엔젤’ 호와 시에라리온 선적의 ‘리치 글로리’ 호로, 10월 2일과 11일 각각 인천과 포항에 도착했다.

이렇게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에 들어온 석탄은 약 9천여톤. 이 석탄들은 북한 원산·청진에서 북한 선박인 능라2호 운봉2호 을지봉6호에 실려 러시아 사할린 남부 홀름스크항에서 환적해 러시아산으로 둔갑하는 과정을 거쳤다.

당초 인천과 포항을 ‘최종 목적지’로 지목한 유엔 보고서는 최근 ‘환적지’로 수정됐다. 하지만 두 선박에 있던 석탄들은 모두 수입신고 접수가 완료돼 도착 동시에 하역처리가 됐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다. 결국 9천여톤의 북한산 석탄이 우리나라에서 풀렸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유입된 석탄들은 모두 행방이 묘연하다.

특히 북한 석탄을 싣고 국내로 들어온 문제의 선박 2척은 아직도 우리나라 영해를 가로질러 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에 불을 지폈다. 19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방송은 선박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을 분석, 문제의 선박 중 ‘스카이엔젤’호가 한국시간으로 19일 오후 7시35분 전라남도 완도군의 섬인 당사도에서 약 4km 떨어진 지점에서 신호가 잡혔다고 보도했다. 통상 해외 선박들은 중국에서 러시아 극동으로 이동할 때 한국 남해를 지나 부산과 포항 앞바다를 지나간다. ‘리치글로리’호도 일본을 떠나 한국 시간으로 20일 새벽 2시 현재 대한해협 인근을 지나고 있다.

전남 완도군 당사도 앞을 지나는 북한 석탄 선박. (사진=VOA 캡쳐)
전남 완도군 당사도 앞을 지나는 스카이엔젤호. (사진=VOA 캡쳐)

이 밖에도 북한은 버젓이 최근까지 석탄을 배에 싣는 작업을 계속했다는 게 VOA의 주장이다.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 16일과 18일 북한 원산 항구에 있는 석탄이 90m 길이의 선박에 선적됐다는 것.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12월 채택한 2397호를 통해 석탄을 포함한 모든 북한산 광물에 대한 거래를 금지시킨 바 있다. 이에 북한은 석탄을 수출할 거의 모든 통로가 막힌 상황이다. 해당 보도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북한은 불과 이틀 전까지 석탄 수출을 위해 석탄을 배에 실은 것이 된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공조가 뿌리부터 흔들렸다는 얘기다.

현재 미국과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제재 공조가 흔들릴 경우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 국무부는 VOA의 논평 요청에 “유엔 제재를 위반해 북한 정권을 계속 지원하는 주체에 대해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이 유엔안보리에 ‘북한이 정제유를 밀수입해 연간 상한선을 초과했다’며 추가 판매 금지조치를 요청한 것도 ‘비핵화 없이는 제재완화가 없다’는 대북제재 기조를 강조하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는 추가 판매금지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시한인 19일, “검토할 시간을 더 달라”며 “미국에 추가적인 사실에 근거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반응이다. 당초 북한산 석탄이 우리나라에 반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도 정부는 사건 당시 해당 선박들을 한 차례 검색만 했을 뿐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안보리 결의대로라면 북한 제재를 위반한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할 경우 ‘나포, 검색, 압류’를 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작년 10월에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제재 위반에 관여한 선박을 억류하는 조항이 없었고 혐의도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선박들은 국내 여러 항구에 작년 말부터 이달 초까지 24차례에 걸쳐 드나든 것이 조선일보 등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결국 정부는 지난해 말 결의한 안보리 제재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북한산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더라도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선박의 북한산 석탄 적재 사실을) 더 빨리 알지 못해서 막지 못했다고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외교부 관계자는 19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까지 대북제재를 확고히 유지해나가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대북제재 방조 의혹에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석탄 국내반입에 대해서도 “관계당국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에는 처벌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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