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지난 2014년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여수 일대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GS칼텍스가 또 유출사고를 일으켰다. 마산항 4부두 인근에 위치한 GS칼텍스 저장탱크의 경보장치 센서가 고장이 나면서 기름이 넘쳐 바다까지 흘러들어가게 된 것이다. 이번 사고에 대해 창원해경이 업무상 과실이나 해양방제법 위반 여부 등을 수사 중인 상황이라 조사 결과에 따라 행정조치가 내려질 가능성도 점처진다. 

(사진=뉴시스 제공)
(사진=뉴시스 제공)

GS칼텍스, 해경 눈치보기?

지난 12일 오전 경남 창원시 마산항 4부두에서 정박한 S유조선이 GS칼텍스 저장탱크에 경유를 이적하는 과정에서 기름이 넘쳐 바다에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창원해경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의 원인을 경유 이적 당시 GS칼텍스의 저장탱크 내의 센서가 고장이 나면서 넘치게 됐고 회사 내 우수관로를 따라 인근 하천을 통해 마산 앞바다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당 사고와 관련해 해경은 경비함정과 민간 방제선 등 11척을 동원해 방제작업을 진행중이다. 또한 경유 유출 장소를 중심으로 360m길이의 오일펜스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유출 확산 방지를 위해 기름 회수기와 기름 흡착제 등도 함께 활용하고 있다.

창원해경은 저장시설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유 유출량과 사고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GS칼텍스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해경과 성산구청 쪽에서 조사 중”이라며 “사고원인, 유출량 등을 회사 쪽에서 먼저 이야기하면 조사에 혼란을 줄 수 있어서 발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해당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센서 고장’에 대해서는 “어디서 언급된건지 모르겠지만 공식적인 해경 발표는 아닌 걸로 안다”며 “조사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해경에서 진행하는 조사에 회사 측에서도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하천 방제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환경단체와도 지속적으로 만남을 가지며 향후 대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기름유출사고와 관련해 환경단체는 GS칼텍스와 창원시에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마산창원진해(이하 마창진)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7일 “마산항 4부두에서 발생한 기름 유출 사고 원인자인 GS칼텍스는 사고 원인과 추정 유류 유출량을 공개발표하라”며 “창원시는 GS칼텍스가 유류사고 대응 매뉴얼에 따라 적절한 방제활동을 진행했는지 점검하라”라고 촉구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은 "GS칼텍스측은 사고 원인과 유류 유출량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며, 다만 해양경찰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기름이 다 차면 파이프를 차단하는 저장시설의 경보장치 센서 고장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GS칼텍스가 선제적으로 사고원인과 추정유출량을 발표하고 유출량에 상응한 방제대책과 복원대책을 수립하는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며 "유출된 기름의 전량 수거는 불가능하며 수거한 기름은 물과 섞여 유출량 추정치 또한 오차범위가 넓을 수밖에 없어 스스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 측은 이번 사고로 마산만에 미친 영향에 대해 면밀히 조사하고 그 결과와 대책을 발표하라고 GS칼텍스에 요구했다. 또한 창원시에 대해서도 생태계 모니터링을 위해 민관대책위원회 구성하고 마산항내 유류 및 화학물질 저장시설에 대한 민관합동 전수조사팀을 구성하는 등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마창진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성명서 발표 이유에 대해 “사고가 일어났으면 회사 측이 원인과 유출량을 발표하고 거기에 맞는 방제계획이 세워져야 한다”고 말하며 “그러나 회사 측에서는 해경 조사 결과 이후 발표를 하겠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해당 성명서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후 GS칼텍스는 23일 지역신문에 회사 측의 사과문을 게재했으며, 방제 시점이나 하천 복원 등과 관련해서 간담회도 예정된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유출 원인에 대해서도 “폐유의 경우 일부러 유출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건은 '경유'가 유출된 것으로 이는 회사 자산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고의 유출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처음 ’센서 고장‘으로 원인이 발표되었지만 확실 한 건 이후 해경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지역민과 의회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창원시의회는 GS칼텍스에 기름유출 방제작업 및 사후관리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할 계획이다.

창원시의회 환경해양농림위원회 노창섭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산은 오염 총량제를 시행을 통해 바다 환경이 개선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도시다"며 "지난해 7월에도 마산항 일대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또다시 이같은 사고가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고는 기름을 공급받는 과정에서 '넘침 방지 설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지 않은 GS칼텍스 측의 잘못"이라며 "저장탱크의 잔여량 비교를 통해 유출된 기름의 양을 알 수 있음에도 GS칼텍스는 '해경 수사'를 핑계로 전혀 공개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위원장은 "다행이 해경과 지자체가 초기 대응을 잘해 해양의 기름이 심각하게 번지지는 않았지만 오염된 경유가 하천쪽으로 유입되며 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주민들이 안심하고 거주할 수 있도록 GS칼텍스는 시설 점검을 더욱 강화하고 기름 유출 방제작업에 대한 모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바다에 한번 유출된 기름은 해양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제2차 피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재앙이다"며 "중국의 경우 환경을 훼손할 시 최대 약 1억7천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의 경우 원유유출을 낸 기업에 수십조원의 천문학적인 배상금을 물리는 등 전세계적인 환경오염 기업에 대해 강화하는 추세"라며 정부의  실질적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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