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한국 문학의 '큰 별' 최인훈 작가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그의 대표작 '광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3일 오전 10시 46분께 최인훈 작가는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 향년 84세의 나이로 숨졌다. 그는 지난 3월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최인훈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가족과 함께 월남해 전라남도 목포에 자리 잡았다.

이후 서울대 법학대학에 입학한 그는 혼란스러운 사회 탓에 대학을 중퇴하고, 1959년 '자유문학에' 단편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와 '라울전'으로 등단했다.

2년 뒤 최인훈은 '새벽' 지에 장편 소설 '광장'을 실어 이름을 알렸다. '광장'은 험난한 한국 근현대사에서 고뇌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그의 대표작이다.

'광장'이 발표된 1961년은 4·19 혁명 1년 뒤 5·16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해이다. 쿠데타 세력은 이념을 이유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을 사형시키는 등 남북 간의 극심한 이데올로기 대립을 야기했다.

소설 '광장'은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대립을 파헤친 작품이다. 최인훈 역시 한국 전쟁 당시 잔혹했던 이데올로기 대립의 피해자였다.

주인공인 이명준은 이데올로기 대립에 무관심한 청년이었지만,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이유로 불려가 고문을 당한다.

이 사건 이후 이명준은 이상적인 사회를 기대하며 월북한다. 여기서 아버지를 만난 이명준은 노동신문에 취업하게 된다. 하지만 퇴색한 혁명 구호와 관료제만 있던 북한에서도 이상사회는 없었다.

남한에서 개인의 '밀실'을 빼앗겼다고 생각한 이명준. 북한에서는 개인의 '밀실'은 없고 사회적 '광장'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 한국 전쟁이 터지자 이명준은 군관 신분으로 참전해 서울로 오게 된다. 이곳에서 그는 자신의 연인의 죽음을 목격하고, 포로가 된다.

지긋지긋한 전쟁이 멈춘 후 포로 신분의 이명준은 남한도 북한도 아닌 중립국을 선택해 인도행 배에 오른다. 하지만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그는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바다에 몸을 던진다.

'광장'은 전쟁과 혁명, 쿠데타 등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치적 허무주의에 빠진 개인의 비극적인 삶을 담고 있다.

뛰어난 작품성과 세련된 문체로 출간 이후 현재까지 200쇄 이상을 찍고, 교과서에 다수 실리기도 했다. 2004년 문인들이 선정한 한국 최고 소설에 들기도 했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