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그야말로 ‘살인적인 폭염’이다. 낮에는 불볕더위, 밤에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사람들은 하루종일 더위에 시달리며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 길거리의 사람들은 부채, 선풍기로 땀을 식히지만 역부족이다. 너도나도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져 있는 상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가 더위를 식힌다.

그러나 가정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에어컨 버튼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더운 여름 시원하게 보내려고 산 에어컨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게 하는 ‘주범’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사용할 때마다 전력량을 확인하고, 전원을 껐다 켰다 하는 원인에는 전기 사용량에 따라 전기요금 단가가 올라가는 누진제가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누진세를 폐지해 달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누진세 폐지 혹은 감면에 관한 글이 27일 기준 300건을 돌파했다.

청원자 A씨는 “영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곳은 하루 내내 에어컨 가동하고 문 열고 지내도 전기세 걱정을 안 하는데 왜 서민들만 누진세에 시달려야 하나?”고 호소했다. 경북에 사는 40대 남성이라고 소개한 청원자 B씨는 “폭염을 재난으로 인정한다면 이 폭염에 저 같은 서민들이 에어컨이라도 틀고 쓴 만큼만 전기세를 낼 수 있도록 7~8월 한시적으로나마 누진세 폐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정부는 누진세에 관해 재검토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6년 12월 주택용 누진제를 6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한 바 있기 때문. 그러나 전력 소비 55%에 달하는 산업용 전력보다 13%의 가정용 전력이 더 비싼 전기요금 체계는 달라지지 않았다.

전기사용량 조절을 위해 누진세가 필요하다는 취지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부담이 서민들에게 집중된다면 이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염은 점점 심해지는 데 상황에 맞게 정부정책이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신뢰도는 떨어질 것이다.

폭염은 이미 ‘재난’이 됐다.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지도 모른다. 더워서 전기를 썼는데 수십만원의 전기요금이 나온다면 누가 마음 놓고 사용할 수 있을까. ‘재난’으로 선포했으면 그에 맞는 대책을 세워달라는 것이 국민의 목소리다. 길에 물을 뿌리고 그늘막을 설치하는 등 보여주기식 정책보다 장기적으로 보고 누진세 폐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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