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조계종 개혁을 요구하며 40일이 넘게 단식 농성을 이어온 설조스님이 급격한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88세 노승의 목숨을 건 단식에도 조계종의 개혁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설조스님을 살립시다' 제공)
(사진=페이스북 페이지 '설조스님을 살립시다' 제공)

30일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 측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서울 조계사 옆 우정공원에서 41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오던 설조스님은 건강 악화로 이날 오후 3시 30분께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시민연대 측은 "설조스님이 단식 농성을 이어가려고 했으나, 건강을 염려하는 신자들과 활동가들의 간곡한 요청에 병원행을 허락하셨다"고 설명했다.

앞서 설조스님은 지난달 20일부터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와 함께 불교 개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설조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과 교육원장 현응스님·포교원장 지홍스님 등 3원장의 퇴진과 자승 전 총무원장의 구속, 종단의 전체적인 개혁을 요구했다.

설조스님의 목숨을 건 단식 농성은 설정스님과 자승스님 등의 비리와 불법행위를 다룬 MBC 'PD수첩' 방송분이 보도되면서 촉발됐다. 지난 5월 MBC 'PD수첩'은 설정스님의 은처자·부정축재 의혹, 현응스님의 성추행·성매매 의혹, 자승스님의 도박 혐의 의혹 등을 다뤄 파문을 일으켰다.

올해 나이 88세의 노승인 설조스님은 7월 최악의 폭염이 한반도를 덮친 상황에서도 목숨을 건 단식을 이어갔다. 하지만 심각한 건강 악화로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시민연대 측은 "웬만한 장기가 다 손상됐고, 특히 심장에 큰 무리가 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신을 잃으시진 않았으나 건강이 심각하게 나빠지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설조스님의 목숨을 건 농성에도 조계종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시민연대 측에 따르면 설정스님은 28일 자신의 진퇴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PD수첩'에서 나온 혐의들은 전부 부정했다. 현응스님과 지홍스님은 여전히 묵묵부답이고, 자승스님의 경우 현재 국고보조금 횡령 혐의로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연대 측은 "설조스님의 단식에도 조계종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지않다"면서도 "그래도 설정스님의 답변을 이끌어낸 점, 불교계가 다음 달 21일 24년 만에 전국승려대회를 열게 된 점 등이 성과로 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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