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대북제재 해제를 위해 문을 두드리면서 남북미간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지난해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진=뉴시스)
지난해 11월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사진=뉴시스)

북한은 대남선전매체를 통해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 관광을 다시 시작하라고 연일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모양새다. 1일 북한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관계개선과 대북제재 과연 어느 것이 진짜 속심인가’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고 “제재와 대화는 절대로 양립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전날(지난달 31일)에도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대북제재 해지를 공개적으로 촉구한 바 있다. 매체는 “겉으로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제창하고 돌아앉아서는 그 입으로 대북제재를 운운해나서고 있는 남조선 당국의 처사는 결국 이전 보수 정권의 반통일적인 대북정책을 그대로 되풀이하겠다는 것”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이 해야 할 바는 대북제재의 철저한 이행이 아니라 온 겨레가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는 판문점선언의 충실한 이행”이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기관지 ‘노동신문’ 논평에서는 개성공단 재가동·금강산 관광 재개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며 압박했다. 신문은 “청와대 주인은 바뀌었지만 이전 보수 정권이 저질러 놓은 개성공업지구 폐쇄나 금강산 관광 중단에 대한 수습책은 입 밖에 낼 엄두조차 못하고 도리어 외세에 편승해 제재·압박 목록에 새로운 것을 덧올려 놓은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24 대북 제재 조치라는 것만 보아도 이명박 역적패당이 집권 위기 출로를 위해 천안함 침몰 사고를 북 소행으로 날조하여 조작해낸 한갓 서푼짜리 대결 모략극에 지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에 미국 측은 ‘비핵화 이전에 대북제재 해지는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VOA(미국의 소리)가 북한의 대북제재 해제 논평에 대한 입장을 묻자 “미 국무부는 안정을 저해하고 도발적인 북한 행동에 맞서 개성공단을 폐쇄한 2016년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도 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지역안보포럼(ARF)에서 대북제재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 북한과 철도·도로·이산가족 상봉 등 논의를 계속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난감한 표정이다. 아직 북한의 비핵화에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대북제재라는 국제사회 공조를 깨뜨릴 수 없기 때문. 그러면서도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제재의 틀 안에서 교류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이날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이산가족 상봉시설을 점검하기 위해 금강산에 방문하는 것을 두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자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는 개성공단 관련한 북한의 촉구 성명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유진 부대변인은 “정부는 가능하면 개성공단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히면서도 “정부는 대북제재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관계국과 대북제재와 관해 긴밀히 협의하면서 공조해 나가고 있고, (대북제재를) 유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대북제재의 틀 속에서 개성공단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중요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한반도 비핵화 이해당사국간의 물밑 외교전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당장 정의화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서훈 국정원장 등 쟁쟁한 외교통들은 잇따라 미국을 방문해 당국자와 접촉했다. 특히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서 국정원장은 미 당국자와의 만남에서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등 남북 화해협력사업에 대한 대북 제재에 예외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원장의 촉구에 미 당국자 반응이 어땠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저작권자 © 뉴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