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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의 은산분리 완화, 금융혁신 될까
문재인의 은산분리 완화, 금융혁신 될까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8.08.08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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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에 한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유는 ‘혁신성장’이다.

(사진=청와대 제공)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은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방문해 영국의 ‘붉은 깃발법’을 예로 들면서 규제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붉은 깃발법은 19세기 말 자동차 산업이 고개를 들 무렵, 마차사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 속도를 제한한 법이다.

문 대통령은 “결국 영국이 시작한 자동차산업은 독일과 미국에 뒤처지고 말았았다. 규제 때문이었다”며 “제도는 새로운 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고 사장시켜버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의 은산분리 완화 발언에 정부와 재계는 크게 들썩였다. 여당은 은산분리 제재를 풀어서는 안 된다는 진보세력의 반발을 잠재우려 진땀을 빼고 있고, 야당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재계는 인터넷은행 등을 취급하는 카카오뱅크의 2대주주인 카카오의 주가가 하루 새 5.73%가 치솟았다.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도 ‘은산분리’가 내내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관심이 집중됐다.

은산분리가 뭐길래

은산분리법은 은행법, 금융지주회사법, 공정거래법 등 조항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대기업 등 산업자본이 은행의 지분을 소유하거나 지배하지 못하도록 제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은행법의 경우, 산업자본은 은행의 지분을 10%까지만 보유할 수 있고 이중 4%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식이다.

은산분리는 은행이 대기업들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장치다. 만약 은산분리가 되지 않으면 재벌 기업이 소유 은행에 마음대로 대출을 받거나 경쟁사의 대출을 제한할 위험이 있다. 지난 2013년 발생한 동양그룹 사태가 비슷한 사례다.

당시 동양그룹은 기업 재정상태가 악화돼 부도위기를 맞자 동양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통해 회사채를 잔뜩 발행했고, 결국 동양그룹 전체가 무너져 내렸다. 이 과정에서 회사채를 사들인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전문가들은 만약 동양그룹이 증권사가 아닌 은행을 갖고 있었다면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있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진보진영에서도 이 같은 논리로 은산분리 완화에 강경한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부분은 이번 완화 정책으로 물꼬가 터져 점차 기업의 은행 지배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과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등이 지난 7일 연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도 이런 우려가 쏟아졌다.

토론회에 참여한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재인정부가 왜 이렇게 입장을 바꿨는지 모르겠다.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 부실화와 정부의 금융정책 실패를 숨기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동양사태를 통해 금융계열사가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했을 때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 보았다”며 “정부와 여당은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규제완화를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고 건전성이 악화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혁신 이룰까

철통같이 지켜왔던 은산분리의 빗장이 풀린 것은 ‘핀테크(financial+technology)’ 등 신사업이 등장하면서다. 카카오뱅크나 케이뱅크 등 인터넷 은행은 출범 당시 핀테크 기술을 등에 업고 △비대면 계좌 개설, △24시간 은행업무, △저렴한 해외송금 수수료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갖고 나왔다. 진입장벽이 높은 은행업에 인터넷은행이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면서 소비자들은 더 편한, 더 나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하지만 인터넷은행을 개발한 카카오, KT 등 기업은 현행법에 따라 해당 은행의 지분 10% 이하를 가져 전략적 투자자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한국금융지주이고 케이뱅크는 우리은행이다. 개발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자금을 더 넣어 사업을 확대하고 싶어도 규제에 막히는 상황이 발생한 것. 이에 인터넷은행에 한에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도 금융시장에 정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하여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금융계 전문가들은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정책이 완화되면 적극적인 투자로 인해 간편결제 등 혁신적 서비스가 발전하고,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람이나 청년층 등에 대한 7~10%대 중금리 대출이 늘어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일자리가 늘어나는 등 후생효과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인터넷은행의 등장으로 지난해 시중 은행들은 앞다퉈 오프라인 서비스를 늘리고 저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하는 등 ‘메기효과’가 발생했다. 이번 규제 완화로 인터넷은행이 ‘총알’을 얻으면 은행권의 고객 유치 경쟁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통과 쉬울 듯…여야 8월국회 처리

여야는 은산분리 완화를 담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을 8월 내 처리하기로 합의해 규제완화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청와대가 금융혁신을 위한 과제로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완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국회도 이에 호응하면서 신속한 규제완화 특별법의 처리가 예상된다.

지난 7일 야3당 민생경제법안 TF회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포괄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민생경제법안 TF회의에 참석한 여야3당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사진=뉴시스)
지난 7일 야3당 민생경제법안 TF회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포괄적 합의를 이뤘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민생경제법안 TF회의에 참석한 여야3당의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사진=뉴시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물꼬가 트인 배경에는 규제혁신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나오면서 청와대가 인터넷은행을 시작으로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주장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독도 잘 쓰면 약된다”며 청와대 지원사격에 나섰다. 은산분리 완화에 부정적인 진보세력을 달래는 모양새다. 추미애 대표는 “분명한 것은 혁신성장에 따른 규제개혁이 경제민주화의 원칙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세밀하게 접근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대주주의 사금고화 우려에 대한 의견이 있는데 이런 우려가 나오지 않도록 2중, 3중의 안전장치를 만들겠다”며 “이번 은산분리 예외는 인터넷은행에 대해서만 인정할 뿐이고, 절대 큰 틀의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제1야당인 한국당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자유한국당이 중점법안으로 추진해왔던 인터넷 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문재인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수용한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IT 기업이 은행 경영에 참여해서 혁신과 경쟁을 유도할 수 있고, 신산업분야의 금융조달 능력 제고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선도 국가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 역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 대통령이 야당일 때 반대했다고 하나 지금이라도 인식을 바꾼 건 참 다행”이라며 “실제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 핀테크가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한국의 후진 금융시스템에 개탄하게 된다. 나도 인터넷은행을 위한 은산분리 완화 정책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에서 5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이 제출돼 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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