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교착상태…‘비빌언덕’은 문재인 뿐?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남북은 오는 13일 판문점에서 고위급회담을 열고 3차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논의한다. 고위급회담은 북한이 지난 9일 오전 통지문을 보내 먼저 제안했는데, 이는 최근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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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통일부에 따르면, 북측은 통지문에서 고위급회담 의제로 ‘판문점 선언 이행상황 점검과 남북정상회담 준비와 관련한 문제 협의’를 적시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27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올해 가을 남북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2차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5월26일 판문점에서 극비리에 열렸고, 뒤늦게 공개됐다. 당시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상회담이 갑자기 취소되는 등 미국과 마찰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북미회담 취소 선언 이틀만에 만났고 트럼트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재개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번에 북한이 고위급회담을 먼저 제안한 것도 최근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가 나온다.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종전선언 시기다. 북한은 확실한 체제보장을 위해 비핵화 이전 종전선언을 바라고 있고, 미국은 ‘선 비핵화 후 종전선언’을 주장하고 있다. 종전선언을 두고 불거진 북미 마찰은 지난달 12일 폼페이오 장관의 ‘빈손 방북’을 통해 처음 드러났고, 이후 북미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서로 압박해왔다.

여기에 북한이 미군 유해송환과 미사일 시험장 폐쇄 등 조치에도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리지 않고, 북한산 석탄 등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는 등 북미관계가 더욱 꼬였다. 이에 대한 북한의 불만은 9일 저녁 외무성 담화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북한 외무성은 ‘우리는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중지, 유해송환 등 대범한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은 대북제재를 강화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유화적인 표현을 사용해 수위를 조절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하여 일부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조선(대북) 제재 압박 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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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북한이 꽉 막힌 현안을 돌파하기 위해 ‘3차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언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정상회담을 징검다리로 해서 유엔총회 기간, 북·미, 남·북·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핵미사일 동결, 종전선언, 대북 제재 해제까지 일괄 타결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달 남짓 남은 9·9절(70주년 북한정권수립기념일)을 성대하게 치르고 싶지만,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점도 북한이 다급한 이유로 꼽힌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9월 9일 전에 대외적 성과가 절실한데 여러 국가를 초청하려고 하지만 (미국 때문에) 여의치 않다. 내부적으로 정상회담으로 국면을 돌파하려는 욕구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3차 남북정상회담이 이달 말~9월 초로 조기에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양 정상의 정상회담 개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이 회담 조기개최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통지문을 보내고 통일부가 바로 화답한 것은 양쪽이 판문점선언 합의대로 정상회담을 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13일 열리는 고위급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로, 북측은 리선권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수석대표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는 3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전제로,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 의제 등을 조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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