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범인데 실형"...성별따라 편파 판결 우려
법원 판단 존중..."몰카 심각성 재고되길"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일명 '홍대 몰카' 사건의 가해자가 징역 10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초범인 가해자가 실형을 선고받자 일부 여성들은 가해자가 남성인 것과 비교해 형량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대 몰카' 사건 가해자 안모 씨. (사진=뉴시스)
'홍대 몰카' 사건 가해자 안모 씨. (사진=뉴시스)

13일 서울서부지법 형사 6단독 이은희 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안모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 이수 프로그램 40시간을 명령했다.

안씨는 지난 5월 홍익대학교 회화과 누드 크로키 수업에 참여한 남성 모델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해당 사진을 '워마드' 홈페이지에 게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안씨 역시 피해자와 같이 해당 학교에서 모델 일을 했다.

사건이 여론의 집중 포화를 받자 안씨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고 법원에 16차례의 반성문을 제출했다. 또 7차례 피해자에게 사과 편지를 전했고, 해당 학과 학생들에게도 사과의 편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피해자는 사진 유포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매우 크다며 엄벌을 요구해왔다.

반성문과 사죄 편지 등을 제출했음에도 재판부는 안씨에 대해 엄벌을 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인격적 피해를 가했다"며 "인터넷의 파급력을 고려하면 처벌이 필요하다"고 징역 10월형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나 가해자의 성별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판결은 피해자가 남자냐 여자냐에 따라 처벌 정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용서를 구하고 스스로 반성해도 반성만으로 책임을 다한다고 볼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사 사건 '징역vs집행유예' 판결에 분노

재판부가 피해자의 성별과 상관없이 가해자에 대해 엄벌을 처했지만, 일부 여성들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안씨가 초범인 데다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음에도 과거 비슷한 사례들과 달리 형량이 높다는 입장이다.

서울 구로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A(26)씨는 "안씨가 잘못한 것은 맞다"면서도 "몰카 범죄 가해자들이 집행유예를 받은 사례는 쉽게 접할 수 있었는데, 실형을 선고해서 놀랐다"고 말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B(25)씨는 "과거 초범이라고 봐주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편파적인 판결인 거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씨에게 선고가 내려진 이날 법원은 여자친구의 나체 사진과 성관계 장면을 총 37차례나 촬영한 20대 남성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제주지법 형사4단독 한정석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 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씨는 여자친구와 성관계하는 장면과 나체 사진을 휴대폰으로 29회 걸쳐 찍었고, 잠들어 있는 여자친구의 신체를 8회나 더 촬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반성한 점과 피해자와 합의를 한 점을 들어 집행유예 형과 사회봉사 80시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유사한 사건에 대해서 같은 날 홍대 몰카 사건과는 상이한 판결이 나오자 여성들의 당혹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A씨는 "오늘도 여자친구의 몰카를 찍어서 온라인상에 올린 사람이 집행유예 형을 받았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사법부가 정말 공정한 판결을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 (사진=뉴시스)
지난 5월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 (사진=뉴시스)

법원 판단 존중하지만 "몰카 시위 생각나"

여성들은 또 이번 사건으로 촉발된 '편파 수사 규탄' 대규모 시위를 언급하기도 했다. 페미니즘 단체들은 안씨가 사건 발생 24일 만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것을 두고 '성차별 수사'라고 비판했고, 서울 종로구 혜화역과 광화문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를 개최했다. 총 4차례 열린 해당 시위에는 여성 수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대학생 C(24)씨는 "여성 몇만 명이 모여 편파 수사를 규탄하는 시위에 참여했는데도 누구는 집행유예고 누구는 징역형인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법원이 안씨에게 징역형을 내린 것은 잘했다고 보지만, 이번 판결이 자칫하면 여성들의 분노와 박탈감을 증폭시킬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반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사법부가 몰카 범죄에 엄격한 처벌을 내리길 바란다는 입장도 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D(27)씨는 "피해자나 가해자의 성별에 따라 판결이 오락가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원이 몰카 범죄에 대한 형량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불법 촬영물 유통구조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오는 11월 20일까지 100일간 웹하드나 음란사이트뿐만 아니라 일간베스트 저장소 등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대해서도 특별 단속을 벌일 계획이다. 몰카 문제 등에 대한 적극 수사를 요구하는 여론을 따른 것이다.

경찰은 불법 촬영행위, 촬영물 게시·판매·교환·임대·제공 등 유포, 캡처 게시 등 재유포, 불법 촬영 관련 편취 및 갈취 및 이 같은 행위들에 대한 교사·방조 등에 대해서 들여다볼 계획이다. 아울러 텀블러 등 해외에 서버를 둔 SNS에 대해서도 미국 국토안보부와 연방수사국 FBI에 공조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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