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바야흐로 ‘올드보이’들의 시대다. 지방선거 이후 여야 지도부를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모두 수십년 전 정치계를 주름잡았던 60대 중반~70대 초반의 노장들이다. 자유한국당은 김병준(65) 교수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정됐고 민주평화당은 당 대표로 정동영(66) 의원이 선출됐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컷오프에 통과한 이해찬(67) 의원은 가장 당선이 유력한 후보이고 바른미래당은 72세의 손학규 상임고문이 당대표 경선에 뛰어들었다.

각 정당마다 올드보이들의 귀환이 유행처럼 번진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을 대체할 젊은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당대표에 나선 젊은 후보들은 송영길(55)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경선에서 탈락했다. 그나마 여당인 민주당은 나은 편이다. 지방선거 당시에도 인물난을 겪던 야당은 참패 후 지도부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올드보이들만큼 묵직한 무게를 가진 인물을 찾아보기 더 힘들어졌다.

올드보이들에게도 변명거리는 있다. 특히 야당은 당 존립의 기로에 서있는 마당에 애매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가 나올 경우 그대로 공중분해될 위험이 있다. 어수선한 당을 재정비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들이 가진 정치경력과 연륜이 가장 필요한 순간이다. 손학규 고문이 “나는 올드보이가 맞다. 그런데 바른미래당은 세대교체할 준비가 됐나”고 되물은 것도 이런 정치현실을 꼬집은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올드보이들의 등장은 씁쓸하다. 한국 정치의 풍토가 젊은 정치인들이 올드보이들에게 명함도 못 내미는, 그만큼 성장하기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치신인이 등장하는 방식도 높은 정치 진입장벽을 잘 드러낸다. 조금이라도 주목을 받는 정치신인은 하나같이 ‘OOO 키즈’로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업고 나타난다. 이들도 한 아이의 부모이거나 각자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진 사회인일 텐데 ‘꼬마’ 취급하는 것은 난센스다. 올드보이들의 영입이 없으면 발도 디디지 못하는 곳이 정치판인 것인가.

노인과 아이만 있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말만 ‘새로운 가치’ 운운할 것이 아니라 정말 새로운 가치를 담고 있는 신인을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젊은 정치인에 ‘OOO 키즈’로 이름표를 붙여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지 말고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줘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국 정치에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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