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국내 조선업계 ‘빅3’인 현대중공업이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하청업체에 지급해야 할 기성금(공사대금)을 줄여 지급하는 등의 ‘단가 후려치기’를 자행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논란은 그동안 계속 이어져왔던 현대중공업과 사내 하청업체 간의 잡음과 관련, 하청업체 대표가 직접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리며 공론화되기 시작됐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입장자료를 통해 “사측을 공정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두달 가량 남아있는 올해 국정감사에서 강환구 사장의 소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만약 공정위가 본격적으로 조사에 착수한다면 해당 문제가 국정감사 안건으로도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사진=뉴시스)
현대중공업 울산본사 (사진=뉴시스)

노조 “기성금 삭감으로, 하청업체 수십억원 빚져”

지난 16일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중공업이 4대 보험을 유예받는다는 이유로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을 크게 줄인 사실이 지난 7월 대한기업 대표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며 “현대중공업의 기성 삭감, 추가 인원 투입 강요, 불공정 계약 등 갑질 횡포로 당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기에도 빠듯한 하청업체는 정부기관에 납부해야 할 4대보험금을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많은 하청업체가 4대 보험금 연체와 대출금, 임금체납 등 수십억원의 빚을 지고 있어 그에 따른 피해가 고스란히 하청노동자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현대중공업의 부당 행위에 대한 국가기관의 책임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현대중공업지부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최근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인 대한기업 대표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증언을 하면서 이번 일을 알게됐다”며 “이에 대해 김종훈 국회의원을 통해 알아보니 250여개 하청업체들의 체납보험료가 3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원청인 현대중공업과 하청업체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노조에서 개입은 하지 못한다”면서도 “이번주 화요일부터 하청업체로부터 서명을 받아 공정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서도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청업체 “기성삭감·공정개입 등 갑질횡포 심각해”

현대중공업지부가 이렇게 목소리를 높이게 된 것은 지난달 5일 현대중공업 사내 하청업체 대표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이같은 내용이 담긴 글을 직접 올리면서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사진=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 캡처)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현대중공업(주)의 갑질횡포를 멈춰주십시요.’라는 제목의 글이 제개됐다.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사내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대한기업 대표라고 밝힌 김모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갑질 횡포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어 글을 올린다”며 운을 뗐다.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4대 보험 유예정책 이후 현대중공업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성금(공사대금)을 줄여 지급해 근로자 임금을 주지 못할 정도였다”며 “그로 인해 세금(4대 보험)이 지금까지 유예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렇게 삭감된 기성은 고스란히 부채로 쌓여 2015년 6월 설립한 대한기업의 3년 동안의 부채는, 4대 보험 연체금 12억원과 중진공, 신용재단, 신용기금, 은행권에 4억원 등 총 16억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은) 매달 공정이 바쁘다는 핑계로 인원충원을 원하고 구두상의 압박으로 인원 충원을 했으며, 매달 말 기성 시점이 되면 품위서 결제가 나지 않았다는 핑계로 다음 달에 해준다고 말했다”며 “매달 문제가 발생하면 담당 상무 및 담당 부서장, 그리고 담당 과장들을 직위해제하는 방법으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현대중공업과 사내 도급계약 업체지만 공정 및 인원관리 그리고, 작업 계획 등 부서 지시를 받고 있었다”며 현대중공업과 도급계약을 맺고 있지만 사실상 인력업체 소장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공정이 바쁘다는 이유로 공사 인원 40명을 현대중공업 부서장의 지시로 인원충원을 했고, 인원충원에 대한 공사대금은 부서장이 품위서를 받아 책임을 갖고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부서장이) 보직해임 돼 책임질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물량계약 또한 선공정 후계약으로 진행됐다”며 “매월 15일부터 말일까지 한꺼번에 계약하는 방법으로 진행돼, 하청업체들은 매달 기성이 얼마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달 말까지 기다려야 했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지금처럼 현대중공업 시스템이 계속 간다면 업체들은 줄 도산하고 울산 동구의 실업자 수는 급증 할 것”이라며 “목숨을 담보로 글을 올린다”고 글을 끝맺었다.

한편, 박근쳬 정부는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부터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면서 사용자 지원 방안 중 하나로 ‘4대보험 체납 처분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따라 4대보험 통합 징수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은 조선업종 기업들이 4대보험을 체납해도 압류 등 강제징수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2월까지 체납처분이 유예됐고,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산재보험은 올해 6월까지가 유예 기간이었다. 그러다 울산 동구 지역이 지난 3월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서 보험료 체납처분이 올해 말까지 연장 유예됐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이같은 논란에 대해 현대중공업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원청은 계약서대로 기성금을 지급했고, 보험료·임금체불 등의 문제는 별개의 법인 기업인 하청업체 내부의 문제이기 때문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뉴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조선업이 어려워지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하청업체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프로젝트 물량에 따라 기성금이 정해지는데, 공정 진행·정도에 따라서 일부를 지급하고 공사가 마무리되면 계약상 확정된 공사대금을 전액 지급한다”며 “기성금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늘리거나 줄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4대 보험과 관련해서도 협력업체 또한 자주적인 경영권을 갖고 있는 별개의 업체이기 때문에, 현대중공업이 4대 보험금을 내는 것처럼 협력사도 4대 보험금을 낸다”며 “그것 때문에 기성금을 늘리거나 줄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종훈 의원이 밝힌 협력업체의 보험체납액에 대해서는 “이 또한 경영권을 갖고 있는 협력사의 문제로, 원청에서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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