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승하차 반복...지하철 지연에 고성 오가
"역에 엘리베이터 설치하라"...중증 장애인들의 절규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장애인 단체 회원들이 서울시에 '장애인 이동권' 완전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연착 휠체어 시위에 돌입했다.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엘리베이터는 목숨이다"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은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서울시 내 모든 지하철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설치하는 등 대중교통 이용 시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지하철 그린라이트' 시위를 진행했다.

'지하철 그린라이트'는 휠체어를 탄 중증 장애인들이 승하차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열차를 지연시키는 투쟁으로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다. 이번 시위는 앞서 열린 이달 14일 시위를 시작으로 오는 10월 20일까지 68일간 매주 화요일마다 진행된다.

이 같은 시위는 올해 6월에도 열린 바 있다. 당시에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시청역까지 승하차를 반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지만, 이날은 시청역에서 열차를 수차례 오르고 내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회원들은 '엘리베이터는 목숨이다', '서울시는 약속을 지켜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청역사 내 역무원들과 경찰이 시위 질서 유지를 도왔다.

중증 장애인들이 탑승한 휠체어 약 12대가 일렬로 지하철을 타고 내리자 열차 한 대당 약 20분 정도 지연됐다. 해당 열차에 탔던 승객 대부분은 침묵을 유지하는 등 비교적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일부 승객들은 역무원을 향해 "언제 출발하는 거냐. 왜 시위를 멈추지 않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심지어 한 승객은 시위에 참여한 회원들을 향해 비난을 가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과의 고성이 오갔다. 시위를 지지하는 시민 A씨는 "이분들은 평생 이렇게 사셨다. 이 정도도 못 기다려 주느냐"며 "이분들의 투쟁 덕분에 지하철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될 수 있었던 것이다"라고 승객들에게 호소했다.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서울 지하철 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이 시청역 지하철에 오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이 시청역 지하철에 오르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017년 10월 신길역 리프트 사고
회원들이 이 같은 시위를 시작하게 된 궁극적인 계기는 지난해 10월 20일 발생한 휠체어 리프트 사고다. '지하철 그린라이트'가 이날까지 진행되는 것도 바로 이 사고 때문이다. 당시 중증 장애인 한경덕 씨는 서울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타려다 계단 아래로 추락했다.

오른팔이 불편했던 한씨가 오른편에 있는 직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 석 달간 혼수상태로 있던 한씨는 결국 올해 1월 안타깝게도 사망하고 말았다.

해당 사건에 대한 중증 장애인들의 분노는 이번 시위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일부 회원들은 한씨를 추모하는 팻말과 지하철 리프트 사고가 일어난 년도와 사건 내용이 간략하게 정리된 피켓을 들고 시위에 임했다.

시위에 참가했던 이형숙 노들 장애인 자립 재활센터 소장은 "작년 10월 장애인이 휠체어 리프트를 타다 사망했다"며 "장애인도 지하철을 안전하게 이용하고 싶다"고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어 "시민들과 장애인 모두의 목숨은 소중하다"며 "신길역에 엘리베이터가 있었더라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시청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이 시청역 지하철에서 휠체어 리프트 사고의 경각심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1일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이 시청역 지하철에서 휠체어 리프트 사고의 경각심을 알리는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2022년까지 엘리베이터 설치"
실제로 지하철 내 장애인 이동권 보장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 신길역 사고 후 리프트 직원 호출 버튼을 계단과 떨어진 곳에 배치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졌지만, 중증 장애인들은 휠체어 리프트의 안전에 대해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중간에 가다가 멈춰 서거나 운행 중 덜컹거리는 등 잔고장이 상당히 잦다는 게 장애인들의 증언이다.

이 때문에 전국 장애인 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해 안전성과 편리성이 보장된 엘리베이터를 서울 내 지하철역에 모두 설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은 서울에서만 27개에 달한다. 일부 지하철역의 경우 휠체어 리프트만 4번을 타야 이동이 가능하다.

이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서울시는 이날 '제3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오는 2022년까지 서울지하철 모든 역사에 지하철 입구부터 승강장까지 휠체어, 유모차 이동이 편리하도록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고 밝혔다. 역사 내부 구조 등 물리적 한계로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다고 판돤되는 곳은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애인 탑승이 편리한 저상버스도 2025년까지 100% 도입을 목표로 추진한다. 현재 3,112대인 저상버스를 2022년 5,799대까지 늘리고, 마을용 저상버스도 2020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5년에도 2022년까지 지하철 모든 역사 내에 엘리베이터를 100% 설치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약속 이행이 지체되다가 2017년 신길역에서는 큰 사고까지 발생했다. 장애인 단체에서 장기간 투쟁을 예고한 현재, 서울시가 이번에는 약속을 조속히 이행할 지 우리 모두가 지켜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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