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한과의 비핵화 후속협상을 위해 다음주 4차 방북한다. 이번 방북길에는 그동안 공석이던 미 대북특사에 스티븐 비건 포드자동차 부회장이 새롭게 임명돼 함께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23일(현지시간) 폼페이오 장관은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주 이른 시간 내 북한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북한 특사로 스티븐 비건을 임명했다. 이번 방북은 비건과 함께 간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비건 대북특사를 지정하며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특사도 “이슈들이 쉽지 않고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험난할 것”이라면서도 “이는(문제해결)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김정은 위원장도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건은 포드자동차의 국제담당 부회장인 동시에 백악관과 의회에서 20년 넘게 외교 분야에서 일해온 전문가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보좌했고, 빌 프리스트 전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의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이후 라이스 전 안보보좌관의 추천으로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후임 후보로도 올랐다.

지난 2월 조셉 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은퇴한 이후 약 5개월 간 비어있던 대북 특사가 채워지면서 미 대북협상라인은 ‘완전체’가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과의 비핵화 후속협상에서 ‘몸집’을 키워 협상력을 강화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이 “비건에게 대북협상을 맡길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비건을 ‘상시 메신저’로 장기적인 비핵화 협상을 이어가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4차 방북에서 어떤 성과가 나올지도 주목된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3차 방북에서 비핵화 시간표 등 기대했던 방북성과를 얻지 못해 ‘빈손방북’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폼페이오 장관이 4차 방북을 공식화한 것은 그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담보된 것이 아니냐는 희망섞인 관측이 나온다. 다만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에 가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면담할 계획이 없으며(no plans for a meeting) 만날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방북에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종전선언과 핵시설 리스트 제출 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후속협상이 진전하느냐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에 핵시설 리스트 제출을 요구해왔고, 북한은 핵리스트 제출 전 ‘종전선언’을 먼저 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밖에 폼페이오의 4차 방북은 내달 이어지는 ‘한반도 외교전’에 포석을 놓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9월에는 북한의 정권수립 70주년 행사인 9·9절이 있고, 이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예상된다. 9월 중순 경으로 예정된 3차 남북정상회담도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어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 대신 2차 정상회담 준비작업 차 방북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미 외교 전문가들은 “중요한 사안은 북미 정상 선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고, 양 정상도 실제적인 비핵화 성과를 자신의 몫으로 남기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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