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문화커뮤니케이터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문화커뮤니케이터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 이인권] 시간은 정말 빠르다. 그 가운데 세상도 바쁘게 돌아간다. 111년만의 폭염도 이제 절기로는 가을에 접어든 만큼 누그러질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것은 자연의 순리이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다.

바쁜 것은 시계 초침이나 분침이 더욱 빨라져서가 아니다. 지구가 생성된 지 46억년, 한반도를 이루는 땅덩어리의 역사가 약 25억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아마 그때나 지금이나 시간의 흐름은 같을 것이다.

지구의 회전 속도가 빨라지지도 않았다. 그 속도는 앞으로도 영원불변할 것이다. 그런데 인간이 시간의 척도를 만든 이래 왜 유독 우리는 지금 시간이 빠르다고 느끼는 걸까? 특히 한국사회가 그렇다.

그 가운데 하루를 빠듯하게 살아가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나 할 것 없이 세월이 빠르다고들 한다. 전에는 통상 자기가 속한 나이대별로 비례해 시간의 속도감을 비유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학교에서 가르쳤던 대학생들, 그 젊음을 구가하는 20~30대 청춘 세대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시간이 빨리 가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망설임 없이 “교수님, 그래요”라는 답변이 한결 같았다.

사회에서 한창 바쁘게 뛸 인생의 성숙기에 든 40~50대 중년층은 당연히 시간이 빠를 것이다. 인생의 종착역을 향해가는 한가로울 것 같은 60~70대 이상의 노년층은 전에도 그랬으니 지금은 더 빠르게 느낄 것이다. 그러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시간이 흘러가는 속도는 하나같이 빠르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시간이 부족한 시대에 우리는 허덕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를 두고 세계미래회의(WFS)의 회장이었던 티머시 맥은 말했다. “이제 현대인들은 ‘시간부족사회’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 시간의 여유가 없는 세상에 사람들은 마치 천년만년이나 살 것처럼 아옹다옹 복닥댄다. 그 가운데 우리는 누구나 성공을 추구하며 행복을 갈망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토록 갈급해하는 성공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잠깐 화려하게 피었다 져버리는 한 떨기 장미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성공에서 얻어진다고 생각하는 행복의 느낌은 뭘까? 그 또한 아침에 영롱하게 비췄다 증발되는 이슬과 같을 수도 있다.

지나고 나면 신기루 같기도 한 성공과 행복을 쟁취하기 위해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뛴다. 때로는 그 성공과 행복이라는 굴레 속에서 좌절하기도 하면서다. 그것은 바로 성공을 바라봤지만 출세를 노렸고 행복을 꿈꿨지만 행운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출세와 행운이 성공과 행복처럼 비춰지는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그 속에서 청춘들이 앓는다. 그리고 중·장년들은 고달프다. 이제는 3포 세대, 5포 세대를 넘어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할 수밖에 없는 이른바 ‘n포 세대’들이다.

그들은 꿈과 희망을 저버린 체 절망과 박탈감에 젖어 있다. 그들의 부모 세대들이 헌신과 노력으로 오늘을 일궈 왔지만 자녀들에게는 더 이상 그것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금수저니 흙수저니 하며 수저계급론을 들먹이게 되었다.

그뿐인가. 한국의 오늘을 피땀 흘려 일구어온 기성세대들이 있다. 그들은 그들대로 실망감에 빠져 있다. 신인류 100세 인간의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시대가 도래 했다며 모두가 기뻐했다.

하지만 베이비부머들에게 다가온 노후의 절박감은 현실이 되어 버렸다. 세상은 장수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며 긴장감을 주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세태는 동떨어진 물질적 기준을 들먹이며 평범한 사람들에게 초조한 마음만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대증요법으로만 치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화려해 보이는 선진형 정책들을 내놓는다 한들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역작용이 나는 경우도 많다. 그것은 그런 좋은 제도가 뿌리를 내린 선진사회와 우리는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문화적 바탕 자체가 달라서다.

우리사회는 지금까지 진정한 ‘성공과 행복’의 가치보다 사회 전반적으로 ‘출세와 행운’을 좇는 보편적 성향이 기준치(benchmark)가 되어 왔다. 그러다보니 물질주의가 이른바 성공의 척도가 되어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물질보다 정신 세계가 풍요로워져야 한다. 그래야 참다운 성공과 행복의 멘탈이 강한 공동체가 이뤄지게 될 것이다.

이 인 권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 겸임교수, 13년 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와 문화커뮤니케이터, 긍정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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