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교착상태에 빠진 북한과 미국의 비핵화 협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당초 이번주에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비핵화 후속협상을 이어가기 위해 방북을 계획했지만 북한의 ‘적대적 편지’에 전격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비핵화 조치로 중단됐던 한미군사협동훈련이 재개될 움직임도 보인다.

매티스 국방장관과 던퍼드 합참의장. (사진=AP/뉴시스)
매티스 국방장관(왼쪽)과 던퍼드 합참의장. (사진=AP/뉴시스)

28일(현지시간) CNN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의 편지에는 “비핵화 협상은 다시 위기에 처해 있으며(at stake) 결딴이 날 수도 있다(may fall apart)”며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초기 협상이 어그러진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적혀있었다.

전날 워싱턴포스트(WP) 역시 비슷한 내용의 칼럼을 내놨다. 외교 전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은 폼페이오 장관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명의의 편지를 받았다면서 “메시지의 정확한 내용은 확실치 않지만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으로 하여금 방북을 취소하게 결정할 만큼 충분히 호전적(sufficiently belligerent)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편지를 본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국은 ‘한미협동군사훈련 재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직접 나서 “현재로서는 (한미훈련을)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고 발언한 것. 매티스 장관은 조지프 던퍼드 합참의장과 함께한 기자회견장에서 ‘이제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재개할 시간이냐’는 질문이 던퍼드 합창의장에 던져지자 자청해 이같이 답변했다. 다만 매티스 장관은 “우리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보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미래를 헤아릴 것”이라며 “당장 점칠 수는 없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자”고 말했다.

한미훈련은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사안으로, 매년 훈련기간이 되면 북한은 ‘핵 전쟁 도발 소동’이라며 비난 성명을 발표해왔다. 미국이 한미훈련 재개를 시사한 것은 북한을 향해 가장 강력한 압박 메시지를 준 셈이다.

(사진=AP/뉴시스)
(사진=AP/뉴시스)

앞서 한미 양국은 지난 3월 키리졸브 연습과 독수리 훈련을 대폭 축소해 진행하고, 이달 정례적으로 열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은 아예 열지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반면, 방북 일정을 취소한 폼페이오 장관은 비교적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은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을 통해 “평양 방문을 연기한 결정에도 불구, 미국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북한을 완전하게 비핵화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관여(engage)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일정에 대해 ‘연기(delay)’했다는 표현을 쓴 것은 향후 방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된다.

또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이 합의했듯,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는 이 세계의 목표”라며 북한의 비핵화 이행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모든 회원국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그리고 그 외의 대량파괴무기(WMD)를 포기할 것을 촉구하는 표결을 했다”며 “전 세계는 김 위원장이 그 약속을 이행할 필요성에 대해 일치단결해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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