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셀프체크인 중 ‘1%’만 장애인 사용가능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무인발급기 ‘키오스크’는 대형 천막이나 현관을 뜻하는 터키어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공항, 버스터미널 등에서는 티켓을 발권하거나 셀프체크인을 하고, 관공서나 은행에서는 번호표를 뽑을 일 없이 간단한 민원이나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죠. 최근에는 일반 음식점에서도 키오스크를 놓고 주문과 결제를 할 정도로 일상생활에 깊게 침투돼 있습니다. 무엇보다 사장님은 인건비를 절감하고, 소비자는 대기시간 없이 주문·결제를 할 수 있어서 매우 편리하죠.

하지만 ‘모든’ 사람이 편리한 것은 아닙니다. 시력이 매우 좋지 않거나, 휠체어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키오스크는 너무 멀리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은 키오스크의 터치스크린을 볼 수 없고,휠체어 사용자는 키오스크가 너무 높이 있습니다. 사실 키오스크의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도 전무한 실정입니다. 올해 초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내부 보고용’으로 충청북도 내 키오스크 9대를 조사한 게 전부입니다.

국내 모든 키오스크를 조사한 자료는 없지만,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27일 운영주체가 명확한 공항과 관공서, 은행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조사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차이점이 드러났습니다. 은행과 관공서는 장애인의 키오스크 접근성이 뛰어났지만, 공항은 아주 형편없었거든요.

서울, 부산 등 17개 시도 지방자치단체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총 3830개입니다. 이중 장애인 접근성이 좋은 기기는 2253개, 약 59%입니다. 여기에 2015년 이후로 생산되는 키오스크는 모두 장애인 접근성을 보장해 만들어져서 비율은 점점 높아질 예정입니다. 신한, 국민, 농협 등 시중은행에 설치된 키오스크는 4만682대 중 3만7879대인 93%가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된 기기였습니다. 반면, 공항에 설치된 셀프체크인 기기는 총 175대 중 4대만이 장애인 접근성이 보장됐습니다. 장애인이 사용가능한 기기가 약 1.14%에 불과하다는 것인데, 이마저도 2대는 아직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자료=입법조사처)
(자료=입법조사처)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갖고 왔을까요? 입법조사처는 ‘법령상 근거’ 유무의 차이를 꼽았습니다. 실제로 관공서 키오스크는 행정안전부 고시인 ‘행정사무정보처리용 무인민원발급기 표준규격’에서, 은행 키오스크는 ‘장애인·고령자 등의 정보 접근 및 이용편의 증진을 위한 고시’에서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편의제공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한국은행에서도 ‘장애인을 위한 CD/ATM 표준’을 자체 제정해 시중은행에 사용을 권고하고 있죠.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나서 키오스크의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우선 키오스크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와 함께, 관계법령 정비가 필요하다고요.

모든 일상생활에 키오스크가 보급돼버린 뒤 장애인 접근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 사회적 혼란과 비용 낭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것이겠죠?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하는 키오스크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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