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대기업갑질] "밀린 임금이라도 주고파"...현대重 협력사 대표의 절규
[대기업갑질] "밀린 임금이라도 주고파"...현대重 협력사 대표의 절규
  • 이별님 기자
  • 승인 2018.08.31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갑질피해 증언대회 열려...협력사 '성토의 장' 돼
'단가 낮추라' 압력에 굴복...결국 법정관리까지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대기업의 '갑질'로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협력업체 관계자들의 성토장이 국회에서 열렸다. 이들 중 현대중공업의 협력업체였던 중소기업 대표가 피해 사실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는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가 열렸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 원내대표실에서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가 열렸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8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의당 원내대표실에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의 1차 협력사들, 대우조선해양, SK텔레콤 등의 협력업체 대표들을 초청해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증언대회에는 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 한익길 대기업조선3사 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 대책협의회 위원장, 윤범석 YL에너지 대표, 손정우 태광공업 대표, 가진테크 대표 故 남모 씨의 유족 2인, 주민국 엠케이정공 대표, 황성수 CSA 코리아 대표 등이 참석해 피해 사실을 설명했다.

정의당 측에서는 이정미 대표와 심상정 의원이 참석해 인사말을 전했다. 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성경제 공정거래위원회 제도하도급과 과장, 김성일 중소기업벤처부 거래환경개선과 사무관이 정부 측 관계자로 참석했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납품 단가 후려치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이원태 동영코엘스 대표는 이날 증언대회에서 가장 먼저 발언권을 얻었다.

'단가 후려치기' 시작
선박용 배전반 제작 업체인 동영코엘스는 1995년 설립 해부터 24년째 현대중공업에 납품을 해왔다. 대부분의 매출이 현대중공업과의 거래에서 나오는 동영코엘스는 현대중공업의 경영 현황과 발주 정책 및 규모 등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 대표에 따르면 2015년 현대중공업은 1년 물량을 한꺼번에 계약하는 '일괄발주 시스템' 방식을 도입했고, 연간 약 7~8백억의 물량을 기준으로 11개 해양배전반 제작업체들의 경쟁 입찰을 유도했다. 그는 현대중공업 측이 '일괄발주 시스템'이라는 미명하에 '단가 후려치기'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2015년 2월 3일과 24일 현대중공업은 두 차례에 걸쳐 선박용 배전반 일괄 발주 설명회를 진행했다. 설명회에서 현대중공업 측은 해양 배전반 제작업체들에 3월 6일까지 입찰 마감을 하고, 같은 달 16일에 최종 선정 업체를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동영코엘스는 813억 원의 견적 금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약속된 16일에도 낙찰 업체 선정 최종 발표를 하지 않았고, 도리어 21일 이전 견적에 대한 언급 없이 '3월 25일 오후 2시까지 목표 견적 금액 594억으로 입찰을 다시 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협력업체에 보냈다고 이 대표는 증언했다.

목표 견적 금액 594억 원은 813억 원을 제시했던 동영코엘스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이 대표는 "594억 원이라는 견적은 기존 계약 금액 대비 26%나 감액한 금액"이라며 "영업이익률 6~7%를 겨우 유지하던 동영에는 아예 제작이 불가능한 금액이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동영코엘스는 3월 24일 594억 원보다 약 30억 원 높은 626억 원의 견적 금액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626억 원을 제시하자 현대중공업 측이 회사를 방문해 '21년씩이나 거래를 해온 동영이니, 본사가 추진하는 새로운 계약 방식에 협조해 타 업체들에 모범을 보여달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의 거래가 끊기면 회사를 폐업할 수밖에 없는 동영코엘스는 목표 견적 금액 594억 원보다 낮은 528억 원으로 입찰 금액을 변경해 최종 업체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의 압력에 사실상 '납품 단가 후려치기'를 당한 것이다.

지난 28일 동영코엘스 이원태 대표가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8일 동영코엘스 이원태 대표가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해 발언했다. (사진=이별님 기자)

계약 1년 만에 부도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현대중공업은 528억 원의 물량을 발주하겠다는 약속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동영코엘스는 계약 기간 3년 동안 첫해에는 300억 원대, 2년차에 200억 원대, 3년차에 100억 원대 상당의 물량을 받았다. 그는 "3년간 받은 금액은 원자잿 값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직원 임금이나 납품업체 자재비를 늦게 지불해야 가능한 액수"라며 "계약서에는 약속된 1년 치 물량인 528억 원 어치를 발주하지 않으면 다음 해에 차액만큼 추가 발주 되도록 명기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영코엘스는 시간이 갈수록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렸고, 계약 1년 만에 100억 원대 영업 손실을 입었다. 2016년 9월에는 회사가 부도가 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영코엘스에 현대중공업은 단가를 조정해 줄 테니 납품을 계속하라는 제안을 했다. 이 대표는 "현대중공업의 제안에 동영코엘스는 납품업체들과 직원들을 설득해 생산을 재개했으나, 현대중공업은 일반관리비를 5%에서 8%로 올려주는 것 외에는 더이상의 단가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태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견디다 못한 동영코엘스는 납품단가 인상을 요구했다. 납품업체 대금 결재 연체는 물론 직원들 급여까지 미지급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동영코엘스는 부도가 난 지 1년이 지난 2017년 10월 현대중공업 측에 납품을 중단하고, 손실보상금 25억 원 지급과 단가 25% 인상을 요청했다. 그러자 현대중공업이 내민 것은 계약해지 통보였다.

이 대표는 계약 해지의 부당함을 언론과 정치권에 호소하겠다고 현대중공업 측에 밝혔다. 이에 현대중공업은 해지 통보 이틀 만인 10월 21일 "현 상태에서 손실보상금 지급이 불가하다"며 "우선 5%의 단가를 인상한 후 단가 인상 폭은 TFT를 구성해 1개월 내 인상 폭을 결정하고, 실제 인상 폭이 정해지면 소급 적용을 해주겠다"고 구두 약속했다고 이 대표는 전했다 . 현대중공업 측의 구두 약속에 동영코엘스는 납품을 재개했다.

하지만 1개월 내 단가 인상 폭을 결정하기로 한 TFT는 그해 12월이 돼서야 구성됐다. 이 대표는 약 3개월간 진행된 TFT에서 현대중공업은 근거가 불분명한 적용 규정만을 고집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건비의 경우 시간당 인건비는 2만 1천 원인데, 현대중공업에서는 1만 2천 원이 최대 인건비 예산이니 반영해 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TFT는 올해 3월 14일 동영코엘스 측에 '최종 단가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의 공문을 보냈다. 동영코엘스와 현대중공업의 '납품 단가 인상' 요구와 '단가 인상 불가' 입장이 수개월간 오갔지만, 결론은 현대중공업의 '납품 단가 인상 거부'였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현대중공업은 동영코엘스 공장의 생산 수용 능력이 800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발주량을 다 소화해내기에 모자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동영코엘스는 2015년 기존 부산에 있던 3개의 공장을 정리하고, 현대중공업과 거리가 가까운 울주군 언양 반천 일반산업단지에 5,400평에 달하는 공장을 신축했다. 기존 설비도 대형화·신형화하고, 인원도 확충했다. 하지만 계약한 물량은 약속된 만큼 발주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의 '갑질' 사례에 대해 열변을 토한 이 대표는 "2015년 현대중공업 협력업체 사장님 한 분이 현실을 비관해 자살까지 했지만, 현대중공업 측이 신경 썼던 건 오로지 납기 였다"며 "정권이 바뀌고 하루하루 사람 사는 세상으로 진일보 하고 있지만, 대기업 협력업체와 그 근로자들에겐 그저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겨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협력업체와 함께 살아가길 고민하는 대기업과 약자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정부 조직을 제가 죽기 전에 만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8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한 참석자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지난 28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한 참석자의 사연을 듣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이별님 기자)

"납품업체도 어려워져"
본지의 추가 취재에 따르면 동영코엘스는 2018년 8월 현재 회사 문을 닫은 상태다. 이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대중공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물량이 떨어지면 문을 닫아야 한다"며 "올해 3월 공장 문도 닫고,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영코엘스가 문을 닫자 직원들은 물론 동영코엘스의 납품업체에서도 비상이 걸렸다. 이 대표는 "직원들 임금은 물론이고, 납품업체에도 돈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납품 업체 직원들도 우리 직원들과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때문에 3, 40개의 자재상이 연쇄 부도가 날 형편이다"라며 "이미 부도가 난 곳도 있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회사가 문을 닫은 것은 물론 그간 거래해온 납품업체들까지 위기를 겪고 있지만, 일개 협력업체 대표가 '대기업' 현대중공업에 맞설 방법은 거의 없었다. 이 대표는 올해 3월 26일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 신청을 하고 2차례 사실관계 확인 조사를 받았지만,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 측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조정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약 3달 뒤인 7월 4일 해당 사안은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사건에 담당자가 배정되고 서면 자료가 넘어간 상황이었다. 그런데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 참석하게 되면서 상황은 조금 나아졌다. 이 대표의 호소에 공정거래위원회 측이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는 31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대면조사를 받는다. 현대중공업과 악연 끝에 문을 닫은 동영코엘스는 이제 공정거래위원회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아울러 이 대표는 268억 원을 보상하라고 현대중공업에 요구하고 있다. 그는 "변호사에 자문했더니 피해액이 500억 원이라더라. 하지만 저는 3년 계약 기간 동안 700억 원 납품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268억 원이라도 보상하라고 요구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면 회사는 청산에 들어간다"며 "268억 원이라도 받으면 그간 밀린 직원 임금과 납품업체 대금을 갚고, 회사를 청산할 수 있다. 청산 후에는 자연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기업갑질피해 증언대회'에서 현대중공업을 규탄한 사람은 이 대표뿐만이 아니었다. 한익일 대기업조선3사 하도급갑질피해하청업체 대책협의회 워원장은 현대중공업의 사내협력사 착취 구조에 대해 고발했다. 그는 이날 증언대회에서 대기업의 '선시공-후계약' 등으로 건실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별님 기자 leestarnim@nate.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