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을 위해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북특사단이 꾸려졌다. 이번 특사단은 지난 3월 1차 특사단과 마찬가지로 정 실장과 함께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천해성 통일부 차관, 윤건영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 포함됐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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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같은 명단을 발표하며 “특사대표단 구성이 지난 3월과 동일한 것은 방북 목적의 효과적 달성과 대북협의의 연속성 유지 등을 주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사단은 오는 5일 아침 서해 직항로를 통해 평양으로 출발해 당일 일정을 마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지난 3월 방북 때는 1박2일 일정으로 평양에 다녀왔지만 이번에는 남북간 신뢰가 쌓여있고 방북 내용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당일치기’ 일정으로 방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특사단은 이번 방북에서 평양정상회담의 구체적인 일정과 의제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주요 안건 중 하나가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는 방안으로 4·27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내용을 포괄적으로 협의하기 위한 것이다.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한 남북 관계의 발전을 위해 폭넓게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은 성사될지 미지수다. 김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얘기하기 어렵다”면서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지금 발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험난한 방북길…김정은 면담이 성패

다만 한반도 상황은 지난 3월 첫 방북 때와는 많이 다르다. 북한은 종전선언을, 미국은 핵 리스트 제출을 내세우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고, 최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방북일정까지 취소됐다.

북미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며 남북미 관계도 미묘해졌다. 무엇보다 비핵화 협상과 맞물려 돌아가는 남북관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내로 개소할 예정이었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문을 열지 못했고, 경의선 철도 북측 구간 공동조사도 유엔군사령부의 불허로 무산됐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는 미 국무부가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한국의 대북특사 파견과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북-미 비핵화 협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질문에 “남북관계의 진전은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에 현재까지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북한의 다음 메시지에 이목이 쏠린다.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고 4차 방북이 무산되자 미국은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한미협동군사훈련’까지 언급했다. 나머지는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다. 만약 북한이 이 이상 협상에 부정적인 메시지를 내보내면 ‘한반도 비핵화’ 판은 깨질 위험이 크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문제의 외교성과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특사단에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북한은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을 앞두고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도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대북특사단을 맞이하는 것 외에 별다른 정치이벤트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나 그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할 수 있느냐가 이번 방북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반드시 북·미 대화 단초를 얻어와야 한다”며 “북측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이 가장 좋지만, 북·미 대화 중에는 핵·미사일 실험을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잠정 중단)은 선언해야 한다. 이도 아니라면 특사단이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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