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손흥민은 되고 왜 방탄소년단은 안 돼요?”

45년 전 도입된 예술체육 분야 병역특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논란은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두 번째 빌보드 석권과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 수상이 겹치며 시작됐다.

(사진=빅히트 제공)
(사진=빅히트 제공)

BTS가 지난 2일(현지시간) 1위를 차지한 ‘빌보드 200’은 미국의 인기 음악차트로, 쟁쟁한 미 가수들도 발딛기 힘든 명예의 전당이다. BTS는 지난 6월 LOVE YOURSELF 轉 ‘Tear’가 한국 최초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지 3개월만에 LOVE YOURSELF 結 ‘Answer’로 또다시 빌보드 정상에 섰다.

놀라운 성과에 청와대는 “계속해서 놀라운 기록을 세우며 우리 문화를 알리고 있는 방탄소년단”이라며 축하의 뜻을 전했고, 이낙연 총리도 “1년에 두 번 빌보드 1위에 오른 가수는 비틀즈, 앨비스 프레슬리, 프랭크 시나트라 등 수퍼스타 뿐”이라고 칭찬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축구·야구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금메달을 쟁취, 병역특례를 받게 되자 ‘그 어렵다는 빌보드 차트를 두 번 석권한 오빠들은 왜 병역면제를 해주지 않느냐’는 BTS 팬들의 문제제기가 시작됐다. 병역특례가 ‘국위선양’을 이유로 주는 것이라면 BTS 멤버들 역시 병역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4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같은 내용의 청원이 수십 건씩 올라와 있다. 언뜻 보면 ‘아이돌 팬덤’들의 철없는 요구지만 병역특례 제도의 허점을 정확히 짚었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시대따라 바뀐 병역특례 제도

지난 1973년 3월부터 도입된 병역특례 제도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도입했다. 처음에는 올림픽, 세계선수권, 유니버시아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거나 한국체대 졸업성적 상위 10%에 혜택을 줬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며 특례 혜택 범위는 고무줄처럼 변했다. 지난 1990년에는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로 특례 대상이 축소됐고, 2002년에는 축구 월드컵 16위 이상 입상자가 추가됐다. 2006년에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4위 이상 입상자까지 포함됐다. 점점 특례 대상 범위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2007년에는 월드컵과 WBC 대회 입상자가 특례 대상에서 제외됐다.

예술분야는 도입 당시 ‘국제규모 음악경연대회 2회 이상 우승 또는 준우승’, ‘관계 중앙 행정기관이 인정한 사람’이 특례 대상이었다. 이후 1984년에 국제예술 경연대회 2위 이상, 국내 예술경연대회 1위 입상자, 5년 이상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을 받은 자로 확대됐다. 2008년에는 음악은 123개 대회(유네스코 국제음악대회 가입), 무용은 17개 대회(유네스코 국제무용대회 가입 11개, 5회 이상 개최 및 9개국 이상 참가대회 6개)가 인정됐다. 국제 대회가 없는 국내 분야 8개 대회(국악, 한국무용, 미술 등)도 특례 범위에 포함됐다.

예술분야 역시 형평성 논란에 점점 특례 인정범위가 축소됐다. 2011년에는 국제음악경연대회 123개를 30개로, 2012년에는 27개까지 줄었다.

현재는 병역특례 제도가 인정되는 사람은 체육분야에서 올림픽 3위 이상, 아시안게임 1위 입상자다. 예술분야는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 2위 이상 입상자 중 입상 성적순으로 2명 이내,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내 예술경연대회(국악 등 국제대회가 없는 분야만 해당)에서 1위 입상자 중 입상성적이 가장 높은 자, 중요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이수자에게 병역을 면제해준다.

병역특례 ‘전면손질’ 불가피

논란이 커지자 결국 병무청장이 “병역특례를 전체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제도를 손 볼때가 됐다고 느끼고 있다”면서 “특례 기준을 엄격히 하는 방향으로 제도개선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총리도 4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합리적 개선방안을 내라”고 지시했다. 이 총리는 “아시안게임에서 최고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는 병역이 면제되는데, 이에 많은 논란이 따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개선방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소급적용’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에 공은 문화체육관광부로 넘어왔다. 스포츠와 예술, 대중문화 등을 총괄하는 부처이기 때문. 이미 문체부는 현 병역특례 제도의 현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국방부 역시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병역의 형평성과 공정성 부분 등에 광범위하게 관련기관과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병역특례 문제 등을 개선하기 위해 병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은 기존의 ‘병역면제’ 조항을 없애고 ‘예술 및 체육 지도사’ 등의 자격으로 군복무를 대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올림픽 메달 수상 등으로 국위선양한 인재는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 군복무 시점을 최대 50세까지 본인이 선택해 이행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예술·체육요원으로서 실질적인 군 복무를 해서 자신이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는 예술·체육요원들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 청년들의 박탈감도 해소하는 동시에 장병들도 수준 높은 예술·체육 지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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