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비건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 방한
정의용-볼턴 라인 가동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취소 결정 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숨을 고르고 있던 미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지난 5일 방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당장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는 10일 한국에 방문한다. 6일(현지시간) 미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오는 10~15일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을 순방한다고 밝히며 “비건 대표가 3개국 방문에서 카운터파트와 만나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한 대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강경파’인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실장도 특사단 수석대표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계속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볼턴 실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아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대화를 나눴다. 정 실장의 9월 5일 평양 방문에 대한 종합적인 보고(report)를 받기 위해서다”면서 “우리는 오는 18~20일 열기로 계획된 남북한 정상회담을 진전시키고, 문재인 대통령의 9월 하순 유엔총회 및 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의 만남에 앞서 계속 연락을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정 실장이 방북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남긴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했다”며 “정 실장이 볼턴 보좌관에게 전화를 걸어 특별사절단의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며, 김 위원장이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볼턴 보좌관에게)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앞서 미국과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진행하며 ‘종전선언’과 ‘핵리스트 제출’에서 이견이 발생, 교착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방북 일정을 취소하며 북한이 가장 민감해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까지 언급했었다. 미 일부 언론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취소 결정이 북한의 ‘적대적 편지’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그러던 중 문 대통령은 정 실장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북특사단을 파견,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과 ‘비핵화 시간표’에 대한 언급까지 받아내 돌아왔다. 특사단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 내에 북한과 미국간 7년 적대역사를 청산하고 북미관계를 개선하며 비핵화를 실현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북특사단의 방북을 두고 북미간 신뢰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은 6일 ‘평화의 규칙’ 북콘서트에서 “100%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문 특보는 “김 위원장의 비해화 의지를 확인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여기에)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는 문제가 중요한데, 오히려 북한에서 (군사긴장 완화에)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했다. 상당히 바람직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 발표는 앞으로 나아가기에 충분한 것이었다(sufficient to move forward)”고 평가했다.

해리 카자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소장도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비핵화 다짐을 재확인했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이번 당일치기 방북 결과는 더 이상 좋을 수 없다. 평양과 워싱턴이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강력한 동력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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