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앞두고 요금수납원 ‘정규직 전환 방식’ 놓고 갈등 격화

[뉴스포스트=선초롱 기자] 지난해 ‘낙하산 논란’에도 불구하고 한국도로공사 수장으로 올라선 이강래 사장이 최근 ‘특혜 채용’ 논란에 이어 이번엔 요금 수납원 직원들의 ‘직고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연이은 논란에 이 사장이 공사 수장으로서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기는커녕 문재인 정부의 눈 밖에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오는 10월 예정된 국정감사에서 이 사장을 둘러싼 문제들이 다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사진=한국도로공사)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 (사진=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취임 당시 “한국도로공사의 공적기능 회복과 사회적 가치 실현에 매진할 것”이라며 공공성 강화에 강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기조에 발맞춰 도로공사에 소속된 1만 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고용 문제에 대해서도 시원한 해결책을 찾을 것이란 기대가 컸다. 특히 지난해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도로공사의 전체 비정규직(파견·용역직 포함)이 9396명에 달하고 이중 90% 이상이 외부용역으로 채용된 것으로 조사돼, 이 사장이 주도하는 정규직화에 대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이에 대한 첫 포문은 도로공사에서 미화, 경비 등 시설관리부문 근로자들로 열었다. 이 사장은 지난달 8일 자회사 ‘한국도로공사 시설관리㈜’를 설립해 시설관리부문 근로자 296명 중 243명(기존 용역계약 기간 남은 53명은 내년 1월1일자로 전환)에 대한 정규직화를 완료했다. 이를 통해 공사 내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에 한발 다가간 듯 싶었다.

그러나 100% 용역업체를 통해 간접 고용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6700여명)들의 정규직화는 이 사장의 의지대로 쉽게 움직여지지 않았다. 고용 방식을 두고 사측과 노조와 의견이 엇갈려 갈등을 빚고 있기 때이다. 과거 요금수납원을 100% 외주화한 탓에 현재 상당한 인원을 정규직화 해야 하는 입장인 도로공사는 시설관리부문과 같이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를 노조에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노조는 “자회사는 또 다른 용역에 불과하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노조 “자회사, 또 다른 용역에 불과해”

도로공사가 제시한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고용’에 대해 노조가 반발을 하는 이유는, 법원이 도로공사가 외주업체 소속 요금수납원들을 관리하고 지시하는 등의 행위에 대해 불법파견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9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 전환 강압 횡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을 작성한 청원자 A씨는 노동법 개정 이후 도로공사가 수납원들을 정규직으로 직고용하지 않는 점에 대해서 지적했다. A씨는 “도로공사가 불법파견 용역예약 근무에서 고용 형태를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아 근로자지위를 확인하는 소송을 진행했다”며 “1심과 2심 모두 불법파견을 인정받았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1, 2심 법원 모두 도로공사가 용역업체 소속인 수납원들의 업무와 관련해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어 A씨는 “지난해 7월 정부가 발표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사 내 비정규직들은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돼야 하는데, 새로운 용역인 자회사로만 가라고 한다”며 “노사전협의회에서 일부 노동자 대표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동의를 받기도 하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분명 대통령령에 대한 정면 도전이며 국기문란에 해당되는 것은 물론, 수납원들에 대한 최소한의 노동3권 및 인권 유린”이라고 성토했다.

노조의 반발이 심해지자 정치권도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의당은 지난 12일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들로 구성된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공동투쟁본부 노조와 함께 일방적 자회사 추진 중단, 직접고용 실시 등을 주장하며 한국도로공사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도로공사는 직접 고용해야 할 수납원들에게 자회사로 갈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도로공사는 법원 판결대로 수납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법원에서 불법파견이라고 결론지었음에도 자회사도 가능하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핑계로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며 “노사전협의회에서 전문가 위원들이 퇴장한 틈을 타 일부 노동자 대표들의 서명을 받아 수납원의 자회사 편입을 강행하고, 수납원들에게는 자회사 이전을 개별동의 받겠다고 하는 등 일방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한국도로공사정규직전환공동투쟁본부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정론관에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한국도로공사정규직전환공동투쟁본부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수납원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사 “자회사 통한 정규직화, 개별동의 받으면 문제없을 것”

반면 한국도로공사는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대신 수납원들의 개별적인 동의여부를 받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을 주진 중”이라며 “자회사는 공사가 100% 출자해 만드는 것으로 용역회사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노사전협의회에서 수납원 대표 6명 중 5명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도 “추후 수납원들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납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해당 수납원들에 대한 별도의 고용안전 방안을 제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현재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750여명의 수납원들에 대해서도 정규직 전환에 있어 소송이 불리하게 적용하지 않도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11월 30일 취임 이후 도로공사 수장으로서는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는 이강래 사장은 선임된 순간부터 논란이 있었다. 정부의 ‘코드인사’ 논란을 시작으로, 지난 3월에는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을 도로공사 간부급 직원으로 채용해 ‘특혜 채용’ 의혹을 받았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지만 대변인은 “도로공사는 특혜채용이 아니라고 설명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을 국민이 있겠는가“라며 “도로공사 채용은 문재인 정권이 청산하겠다고 다짐한 공공기관 채용비리이자 우리 국민과 청년들을 피눈물 흘리게 하는 만행“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현재 비정규직 고용 문제까지 겹쳤다. 취임 이후부터 최근까지 계속된 논란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이 사장의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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