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 ‘몸구르기’만 가능한 원고와 4년 소송
1일 당 개호 시간, KB손보 ‘2시간’ 주장 2심은 ‘4.6시간’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며 금융 분쟁에 있어 고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것으로 예고한 가운데 KB손해보험의 ‘소송끌기’가 주장돼 논란이 예상된다.

 

자료=손해보험협회
자료=손해보험협회

뉴스포스트가 입수, 분석한 KB손해보험과 A씨와의 보험 분쟁 판결문에 따르면 A씨(원고)가 사고로 인해 ‘먹기’와 ‘몸 구르기’ 정도만 가능할 정도의 부상을 입었음에도 KB손해보험은 1심 판결에 불복, 항소를 통해 2014년 2월 5일부터 소송만 4년 넘게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KB손해보험 측은 1심에서 개호(간병 등)에 드는 시간에 ‘성인 여자 1명이 하루 8시간씩 행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과 달리, ‘하루 2시간씩의 개호면 충분하므로 해당 손해보상액이 그만큼 감액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전지방법원 제2민사부는 8월 9일 2심에서 ‘하루 4.6시간의 개호 시간’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A씨의 부상 정도를 감안하면 소송에 시간과 비용을 할애하는 A씨에게는 소송이 길어지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던 것. 이에 KB손해보험은 ‘소송끌기’는 일종의 갑질 행위라는 지적이다.

A씨는 1톤 사고 차량의 소유주인 B씨와 친척 관계로, 2014년 2월 왼팔을 다친 B씨를 도와 차량의 떨어진 배기구 부분을 용접으로 붙이는 작업을 하다 부상을 당했다. 차량 적재함 후면 고리에 밧줄을 걸어 농사용 크레인에 연결해 차량을 들어올려 A씨가 차량 밑으로 들어간 사이,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적재함 고리에서 밧줄이 풀린 것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고로 A씨는 요추 제3-4번 골절 및 탈구, 요추부 마미신경총 손상, 대동맥 손상(가성 동맥류), 신경인성 방광, 신경인성 장, 우측 내측 복사뼈 골절, 다발성 늑골 골절 등의 상해를 입었다.

사건 차량의 소유주 B씨와 자동차종합보험보험계약을 체결한 KB손해보험의 약관(대인배상Ⅱ)에 따르면, 보험사인 KB손해보험은 피보험자가 피보험자동차를 소유·사용·관리하는 동안에 생긴 피보험자동차의 사고로 인해 다른 사람을 죽게하거나 다치게 해 법률상 손해배상책임을 짐으로써 입은 손해를 보상하도록 돼 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1심서 우리 측이 불복할 만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항소를 진행한 것"이며 "쟁점이 있기 때문에 항소심까지 4년이 걸린 것으로, 전혀 '지급지연'이나 '소송끌기'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손해보험협회
자료=손해보험협회

보험사들이 분쟁에 대해 소송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지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A씨와의 소송은 보험금 지급액이 많다는 이유로 소송이 진행된 경우다.

17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국내 10개 손해보험사에 대한 분쟁조정 신청 건수(중·반복 포함)는 총 9919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분쟁 조정 신청이 1000건이 넘은 곳은 5개사로, 삼성화재 2297건(총 건수 중 23.2%), DB손보 1635건(16.5%), 현대해상(1574건(15.9%), KB손보 1280건(12.9%), 메리츠화재 1017건(10.3%) 순이다.

같은 기준으로 분쟁 중 소송 제기 건수는 총 90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별 소송 건수는 현대해상(25건), 삼성화재(21건), 한화손보(19건), 메리츠화재(6건), KB손보·AXA손보(5건) 순이다.

한편 지난 7월 초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감독 혁신과제’를 발표하며 사회적 관심이 높은 민원이나 분쟁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조정해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금감원이 향후 보험사의 소송제기로 발생할 수 있는 소비자의 피해를 줄여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가운데, 손해보험사 등 보험사의 분쟁 소송이 어떻게 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자료=금융소비자연맹
자료=금융소비자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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