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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30억 논란...LH 분양원가 공개 '판도라상자' 열까
사라진 30억 논란...LH 분양원가 공개 '판도라상자' 열까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8.09.15 0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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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한국주택토지공사(LH)에 분양원가 공개 압박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호탄은 경기도가 쏘아올렸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 5일 10억 원 이상 공공건설공사 원가를 공개했고, 뒤이은 7일 민간업체와 공동으로 분양한 아파트 공사원가를 공개했다.

여기에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분양원가 공개범위 확대 방안 검토에 나섰다. 수도권 도시공사에서 분양원가 공개 바람이 일자 국토교통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작년부터 국토부에서 시행령으로 (분양원가 공개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면서 아파트 분양 원가 항목을 세부적으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분양원가 ‘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공개될까

그동안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논란은 집값이 폭등할 때마다 있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을 잡으려면 분양원가를 알아야 하고, 분양원가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집값도 잡힐 것이라는 발상이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도시개발공사(SH)가 발주한 상암7단지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한 바 있다. 뚜껑을 열어보니 당시 SH는 분양원가 대비 40%의 폭리를 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현재 국회에는 분양원가를 세부적으로 공개하는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정동영 평화당 대표는 “분양원가만 제대로 공개해도 집값 거품 30%는 잡을 수 있다”면서 “조목조목 분양원가가 공개되기 때문에 집값을 부풀릴 수가 없다. 예를 들어 ‘흙막이 공사가 얼마가 들어갔다, 도배에 얼마가 들어갔다’ 등이 공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양원가 공개는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4월부터 공공과 민간사업에서 각각 61개와 7개 항목에 대한 원가 정보를 공개하도록 도입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규제 완화를 이유로 공공분야에선 택지비(3개), 공사(5개), 간접비(3개), 기타비용(1개) 등으로 뭉뚱그려 12개 항목으로 줄었다. 박근혜 정부는 한술 더 떴다. 2014년 12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됐고, 민간부문 분양원가는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다.

LH 분양원가 공개, 국토부 눈치만

지방정부의 도시공사들이 분양원가 공개에 발벗고 나서면서 자연스럽게 눈은 중앙정부로 쏠렸다. 그동안 LH는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줄소송을 받아왔지만 상세한 원가를 공개하는 것은 극도로 꺼려왔다.

LH가 분양원가 공개를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은 지난 2009년 분양한 경기도 광교 모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사건이다. 입주민들은 고분양가 부담에도 ‘광교’ 메리트를 생각하며 입주했지만, 누수와 시공불량 등으로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2011년 분양원가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나섰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LH는 두 차례에 걸쳐 위원회의 결정을 묵살했다. 결국 법원까지 갔고, 지방법원과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잇따라 패소했다. LH는 대법원 상고까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일관된 판단을 내렸음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결국 입주민들이 ‘간접강제’ 신청서를 제출해 법원이 ‘분양원가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입주민에게 하루 10만원씩 강제금을 지급하라’는 결정이 나오자 마지못해 2016년 1월 분양원가를 공개했다. 5년에 걸친 싸움이었다.

이렇게 공개된 분양원가는 입주민들에게 밝힌 공사비와 큰 차이가 있었다. 입주민들에게 제공된 팜플렛에는 조경공사비가 총 57억원이 사용됐다고 홍보했지만, 실제는 도급·하도급을 거치며 2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앉은 자리에서 30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이같은 LH의 반응은 분양원가 공개가 업계의 ‘불문율’로 여겨질 만큼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분양원가는 ‘영업정보’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4일 LH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LH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만큼, 분양원가에 대한 국토부 정책에 따를 것”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의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 전방위에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은 상급기관의 정책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 관계자는 “납작 엎드려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타 공공기관의 원가공개 압박에 나서고 있다. 경실련은 지난 10일 LH공사와 SH공사의 아파트에 대한 분양원가 관련 공사비 내역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LH에 요청한 내역은 미사 A20, 구리갈매 B3, 동탄2 A66, 강릉유천 A2 등 공공분양 단지와 제주서귀포혁신도시 1단지, 동탄2 A40, 등 10년임대, 동찬2 A24 등 영구임대 택지에 대한 공사비 내역서다.

경실련은 “단순 분양원가 공개 확대에 머무르지 말고 검증가능 하도록 경기도처럼 공사비 내역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면서 “시민들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건축비 거품으로 인한 고분양가에 신음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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