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투자증권 노조 “승인까지 고용안정협약 미체결, 금융전례에 없어”
리테일 부문 두고 양측 의견 첨예한 대립
DGB금융 “실적 개선 위함", 하이투자증권 노조 “결국 구조조정 될 것”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우리는 한 가족이며 한 몸”.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5월 공식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김 회장은 취임부터 통합과 시너지, 소통 등을 통한 권위적·폐쇄적인 문화 수립을 강조했다.

 

(사진=DGB금융지주 홈페이지)
(사진=DGB금융지주 홈페이지)

그러나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겠다며 적극 추진한 하이투자증권 인수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 노조 측과 갈등의 불씨가 생겨났다. 고용안정협약 내용에 있어 양측의 첨예한 대립으로 아직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해 진행한 하이투자증권 인수지만, 피인수자 고용에 대한 별다른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어 DGB금융지주가 입맛에 맞는 것만 취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때문에 하이투자증권 고용협약 문제는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실적 외 경영능력 입증의 첫걸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DGB금융지주 첫 외부출신 수장으로서, 외부인에서 '한 가족'이 될 하이투자증권 직원들을 어떻게 끌어안을 수 있을지도 눈여겨 볼 만 하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1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았다. 은행, 증권, 보험 등의 라인업으로 지방 최초 종합금융그룹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하이투자증권 지부(이하 하이투자증권 노조)에 따르면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과 관련해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태다. 

하이투자증권 노조는 인수자인 DGB금융지주에 5년 동안의 고용 보장, 단체협약 승계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안정협약을 요구했지만, DGB금융지주는 리테일 부문의 실적개선을 위한 논의의 틀을 만들자며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후퇴한 단체협약’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래 하이투자증권 지부장은 “DGB금융지주가 정식 인수 전부터 고용에 대한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원회의 인수 승인까지 고용안정 협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는 증권업계 전례에 없었다며 인수자에 대한 신뢰의 첫걸음부터 어긋나고 있다는 것.

하이투자증권 노조 측은 고용안정협약 체결을 위해 향후 집회는 물론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태오 회장을 필두로 한 DGB금융지주는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비은행부문 강화의 포문을 열었다. 지방금융 최초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 그룹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를 통해 성장궤도에 오른다는 계획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마찰에 대응하는 김 회장의 역할 역시 주목된다.  

DGB금융지주는 박인규 전 회장 재임시절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의혹으로 곤혹을 치렀다.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난항을 겪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DGB금융지주로서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불거진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김 회장이 첫 외부출신 구원투수로 선임됐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금융감독원을 찾아 사태 수습 및 개선을 우선하겠다는 '경영정상화 이행각서'를 전달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제1과제였던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관련해서는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찾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취임 이후 지주 및 계열사 임원들의 사표를 받아 11명의 사표를 수리, 6명은 유임시키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DGB금융지주의 고민을 해결하고 DGB금융이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한 발짝 나아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결기준 올 상반기 DGB금융은 2011년 지주사 설립 이후 순이익 2011년 2051억 원을 기록해 2012년 2741억 원, 2013년 2445억 원, 2014년 2438억 원, 2015년 3083억 원, 2016년 3019억 원, 2017년 3163억 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로는 영업이익이 2750억 원, 당기순이익이 1982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했다.

여기에 총 자산 6조2000억 원 규모의 하이투자증권을 품으며 지방금융 1위 BNK금융지주와의 격차를 줄이고, 나아가 '만년 2위'까지도 벗어날 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이 같은 과정에서, 하이투자증권 고용협약과 관련한 김 회장의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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