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위협 없는 한반도 시대 도래
北동창리 미사일·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동발표한 ‘9월 평양공동선언문’에는 이번 회담 의제인 비핵화와 군사긴장완화, 남북경협 관련 내용이 모두 담겼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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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관련국 전문가들을 불러 완전 폐기하는 ‘추가 조치’를 약속했다. 비무장지대(DMZ) 대치지역을 포함함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하기로 하고, ‘조건부’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

양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경부터 약 1시간10분간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선언문에 사인했다. 문 대통령은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되었다. 남과 북은 오늘 한반도 전 지역에서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위험을 없애기로 합의했다”면서 “남과 북은 처음으로 비핵화 방안도 합의했다. 매우 의미 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사상 최초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도 추진된다. 역대 남북정상회담은 지난 4·27 판문점회담을 제외하고 모두 북측에서 열린 것처럼 북측 최고지도자가 남한의 수도에 내려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문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을 요청했고, 김 위원장은 가까운 시일 안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면서 “여기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라는 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올해 안에’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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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창리 폐쇄 추가조치, 북미대화 열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다. 우선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과 미사일발사대를 관련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완전 폐기하기로 약속했다.

동창리 미사일시험장은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이다. 이곳은 지난 2009년 완공된 곳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필요한 부대시설이 현대화돼있는 곳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바로 이 동창리 시험장에서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MB 화성-15형을 개발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동창리 시험장의 영구폐쇄를 ‘검증’할수 있도록 유관국에 문을 활짝 열었다는 점이다. 앞서 북한은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폐기하면서 외신을 불렀지만 전문가들 참관은 제한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피 미 대통령도 북한의 ‘검증’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사찰을 허용하고 국제 전문가들 앞에서 (핵) 실험장을 영구 해체하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로켓이나 핵 실험은 없을 것”이라면서 “매우 신난다”고 덧붙였다.

이번 동창리 시험장 폐기는 이미 6·12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 구두로 약속한 사안이다. 지난 7월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위성 촬영사진을 분석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해체작업이 시작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환영의 뜻을 밝혔고,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엔진 시험장을 해체할 때, 그 현장에 감독관을 있게 해달라고도 (김 위원장에) 요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여기에 북한이 약속한 추가 비핵화 조치는 영변 핵시설 폐쇄다. 영변 핵시설은 북한의 핵개발에 핵심적이고 상징적인 장소로 북핵기술을 연구하는 시설이 밀집돼있는 곳이다.

다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쇄에 ‘조건’을 걸었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겠다는 것. 여기서 북한이 말하는 상응조치는 종전선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시설 신고와 국제사회의 검증 수용 등을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로 보고 있는 미국 정부가 북한이 제시한 비핵화 조치에 종전선언으로 화답할 지는 미지수다. 미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평양선언에 비핵화 시간표 등 ‘구체성’이 결여돼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WP)는 "비핵화 노력을 약속하고 북한이 미국의 상응 조치 시 영변 핵시설의 영구 폐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는 빠졌다"고 지적했고, 블룸버그는 "핵무기 시설 신고라는 미국의 요구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군사긴장완화, 실질적 종전선언

남북간 군사긴장을 완화하는 실질적인 조치도 합의했다. 평양공동선언문에는 ‘한반도 전 지역에서의 실질적인 전쟁위험 제거와 근본적인 적대관계 해소’라는 포괄적인 합의가 담겼고, 세부 내용은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를 채택해 정했다.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9일 오전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군사분야 합의서는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 조선인민군 대장이 서명했다. 그동안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서해 구역은 평화수역과 시범적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고,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공동유해발굴 등에 합의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육해공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의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기로 했다. 군사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모든 실마리를 없애 ‘항구적 평화’로 정착시키겠다는 것. 남북은 모든 문제를 평화적 방법으로 협의·해결하며 어떠한 수단과 방법으로도 상대방의 관할 구역을 침입 또는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해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증강 문제, 다양한 형태의 봉쇄 차단 및 항행 방해 문제, 상대방에 대한 정찰행위 중지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했다. 또 오는 11월1일부터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도 중지하기로 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km 내 포병 사격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을 전면 중지하고, 해상에서는 서해의 경우 남측 덕적도 이북으로부터 북측 초도 이남까지의 수역, 동해의 경우 남측 속초 이북으로부터 북측 통천 이남까지의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 기동훈련을 중지한다. 해안포와 함포의 포구 포신 덮개 설치 및 포문도 폐쇄하기로 했다.

공중에서는 군사분계선 동·서부 지역 상공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내에서 고정익항공기의 공대지 유도무기사격 등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을 금지하기로 했다. 전투기 등 고정익항공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동부전선은 40㎞, 서부전선은 20㎞가, 헬기 등 회전익항공기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가,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 서부지역에서 10㎞가, 기구는 25㎞가 비행금지구역이 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평양 백화원영빈관에서 “사실상 남북 간에 불가침 합의를 한 것이다. 남과 북은 사실상 초보적 단계의 운영적 군비 통제를 개시했다”고 평가했다. 정 실장은 “남북 정상 간의 공동선언 부속서로 군사 분야 합의서를 채택한 것은 남북의 최고 군통수권자들이 앞으로 이 합의를 이행하는 것을 점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남북간 경제협력과 관련한 합의도 구체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남북 철도분과·도로분과에서 합의한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을 올해 안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아직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점을 고려해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우선적으로 재개하고, 문 대통령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실현할 서해경제공동특구 및 동해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도 협의하기로 했다.

산림분야는 경협이 아닌 인도적 사안인만큼,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전염성 질병의 유입 및 확산 방지를 위한 긴급조치를 비롯한 방역 및 보건·의료 분야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문화교류도 그 폭을 대폭 넓힌다. 특히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설면회소’를 빠른시일 내 설치하고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했다. 시설이 복구될 동안 남북은 적십자회담을 통해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나가기로 했다.

당장 내달에는 평양예술단이 서울을 방문해 공연을 한다. 또 10월4일 11주년을 맞이하는 10.4 선언 행사를 의의있게 개최한다. 내년 100주년을 맞이하는 3.1운동 행사도 공동으로 열기로 약속했다. 이 밖에 오는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는 공동으로 진출하고, 2032년 하계올림픽은 남북공동개최를 유치하는 데 협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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