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br>​​​​​​​문화커뮤니케이터<br>
이인권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문화커뮤니케이터

[뉴스포스트 전문가 칼럼 = 이인권] ‘한국이 싫어서’라는 장강명 작가의 소설이 있다. 한국에서의 분망한 삶에 지쳐 결국 호주로 떠나는 젊은 주인공을 다룬 작품이다. 그 소설 속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한국에서는 딱히 비전이 없으니까.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집도 지지리 가난하고, 그렇다고 내가 김태희처럼 생긴 것도 아니고, 나 이대로 계속 살면 나중엔 지하철 돌아다니면서 폐지 주어야 돼.”

작품의 주인공은 “일단 난 매일매일 웃으면서 살고 싶어”라고 고백한다. 그 주인공처럼 한국을 떠나고 싶어 하는 청춘들은 우리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있다. 집단적인 문화, 사회에 팽배한 성별주의, 끝없이 내몰리는 경쟁의 굴레. 그래서 인간 존엄의 가치를 찾아 홀연히 이 나라를 떠난다는 내용이다.

그들도 스스로 선택한 외국행이 멀리서 꿈꿔온 유토피아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그래도 여기에서 ‘을’의 인생으로 살아가는 것 보다는 낫겠다는 기대다. 한국보다는 개인의 가치가 존중되고, 평등한 대우를 받는 살만한 곳을 찾아 과감히 짐을 꾸리는 것이다.

아마 그 소설의 주인공들은 1%의 출세를 위해 한국에서 희생하며 사는 것을 두려워 한 것이다. 그러느니 99%의 성공을 위해 외국행을 선택한 것이지 않을까. 우리 한 가운데 1%의 출세를 거머쥔 ‘수퍼갑’의 엘리트들. 그들이 세상을 지배하며 독식하는 사회, 그게 지금 한국이다.

모두는 99%의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 이 사회의 주류가 되는 그런 평등한 사회를 갈망한다. 그래야 행복국가가 될 수 있다. 이제 행복한 나라가 되려면 한국 사회의 문화체계가 바뀌어야 한다.

바뀌는 정도가 아닌 정신적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국민소득 3만 달러, 아니 4만 달러의 시대가 된다 치자, 그런들 풍요 속의 빈곤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갈수록 우리사회가 중산층은 희석된 체 빈익빈 부익부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년 다양한 국제기구에서 국가별 행복도나 긍정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 조사결과를 보면, 한국의 순위는 언제나 바닥을 맴돈다. 2014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공표한 자료를 보자. 한국인이 한 해 동안 느낀 긍정적 감정을 지수로 환산했더니 143개국 중 118위에 불과했다. 곧 한국의 '긍정적 경험 지수'는 59점에 그쳤다.

여기에서 긍정경험지수의 요소들을 살펴보면 ‘ 어제 편안하게 쉬었는가?’, ‘어제 존중을 받아보았는가?’, ‘어제 많이 미소를 짓고 많이 웃었는가?’, ‘어제 재미있는 일을 하거나 배웠는가?’, ‘어제 즐거운 일이 많았는가?’이다.

거창하게 말해 긍정경험지표이지만 들여다보면 평범한 일상에서 느끼고 싶거나 체험하고픈 감정이다. 실제 누구나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들이다. 이 질문들에 ‘예’라고 답변을 하게 되면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긍정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인들에게는 결국 ‘아니요’라는 대답이 더 많다는 얘기다. 한국인의 삶이 얼마나 메마르며 팍팍한지를 알 수 있는 통계다. 일상의 생활에서 재미있는 일이나, 웃을 일이나, 즐거운 일이 별로 없다는 반증이다.

왜 그럴까?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11번째,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내다보는 시대에 물질이 부족해서 일까. 냉장고에 먹을 것이 가득 차 있으면 지구상에 있는 인구 3%에 해당하는 풍요로운 부류에 속한다는데 말이다.

그것은 기성세대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경제부국을 이뤄냈지만 그에 걸맞는 긍정의 행복감을 심어주지 못해서이다. 세계 10위권 경제국가에서 2030년이 되면 세계 5대 강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그때 가면 행복감도 그에 맞춰가게 될까? 지금처럼 사회가 굴러간다면 과연 국민의 긍정과 행복 지수도 세계 5위쯤 될 수 있을까?

이게 긍정의 행복감이 중시되는 사회문화가 정착되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그것은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희구하는 최고의 가치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풍조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개인 스스로가 변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뀌지 않으면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워질 수는 있을지언정 정신적으로 행복해질 수가 없다.

그러한 긍정가치의 성공과 진정한 행복감을 누리는 사회문화체계가 되어야 한다. 그런 긍정가치가 우리 사회에 은은한 향기가 되어 모두가 행복을 느껴 긍정경험지수가 높아지는 사회가 되어야 명실상부한 선진국가가 될 것이다.

이 인 권

필자는 중앙일보, 국민일보, 문화일보 문화사업부장, 경기문화재단 수석전문위원 문예진흥실장, 예원예술대 겸임교수, 13년 동안 한국소리문화의전당 CEO 대표를 역임했다. <긍정으로 성공하라> <경쟁의 지혜> <예술경영 리더십> 등 14권을 저술했으며 칼럼니스트, 문화커뮤니케이터, 성공강연가, 긍정경영 미디어 컨설팅 대표로 있다.

이인권 success-ceo@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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