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새 확 달라진 北유엔총회 연설…‘신뢰’ 강조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지난 29일(현지시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강조한 것은 ‘신뢰구축’이었다. 지난해 유엔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악통령’, ‘투전꾼’ 등 높은 수위로 비판하던 것과 달리, 리 외무상은 향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겨냥해 절제된 발언을 이어갔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이날 리 외무상은 약 15분간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신뢰’를 총 18차례 언급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조미 두 나라가 신뢰조성에 품을 들여야 한다”며 “조미 사이에 진행된 여러 협상과 대화들, 합의들의 리행과정이 결실을 보지 못한 것은 서로에 대한 불신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하고 호상신뢰가 부족하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내용도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공고히 하는 데서 관건은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제정된 력사적인 조미수뇌 상봉과 회담에서 합의 채택된 조미공동성명을 철저히 리행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세계최대의 열점이었던 조선반도는 아시아와 세계의 안전에 기여하는 평화와 번영의 발원지로 전환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핵화 방법에 대해서도 기존의 동시적·단계적 원칙을 고수하며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따라 미국도 ‘상웅조치’를 해야한다고도 했다. 리 외무상은 “공화국 정부는 벌써 조미수뇌회담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중지하고 핵시험장을 투명성 있게 폐기했다”면서 “그러나, 이에 대한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전선언 관련 논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을 두고도 불만을 드러냈다. 리 외무상은 “미국은 조선반도 평화체제의 결핍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대신 선비핵화만을 주장하면서 그를 강압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제재 압박도수를 더욱 높이고 있으며, 심지어 종전선언 발표까지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 외무상이 ‘이상적 북미 관계’로 예를 든 것이 남북간 관계다. 그는 “최근 북남관계에서 나타난 급속한 개선과 협력의 분위기는 신뢰조성이 어떤 결정적인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면서 “미국이 아니라 남조선이었더라면 조선반도의 비핵화 문제도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 빠지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제재 조치도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 외무상은 “조미공동성명을 리행하는 것은 조미의 공동의 책임인 동시에 여기에는 유엔의 역할도 있다”며 “우리의 핵시험과 로케트시험을 문제시하여 숱한 제재결의들을 쏟아낸 유엔안전보장리사회이지만 그 시험들이 중지된지 언근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결의들은 해제되거나 완화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유엔사 사령부의 법적 지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 했다. 리 외무상은 “유엔군사령부에 대하여 말한다면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만 복종하고 있는 연합군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유엔과 특히 유엔안전보장리사회는 헌장에 규제되어 있는 자기 사명으로부터 마땅히 국제평화안전에 도움이 되는 사태발전을 지지 환영하고 고무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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