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총리 ‘사이다 답변’ 유형 살펴보니

[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이낙연 국무총리가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야당 의원들의 집중공세를 받았다. 이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평양 정상회담 성과, 판문점선언 비준 동의 등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이어갔다.

당초 이 총리는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의 집중 질문에 막힘없이 답변해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이 생긴 바 있다.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이 총리의 ‘어록’이 나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에 <뉴스포스트>는 이 총리의 대표적인 대정부질문 답변 유형 세 가지를 분석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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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문하기

이 총리의 대정부질문 답변 전략 중 하나는 반대로 질문하기다. 이날 가장 먼저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나선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은 같은당 심재철 의원의 재정정보 유출 건과 신창현 더불어민주당의 신규택지 유출 논란을 비교하고 나섰다.

유 의원은 “(심 의원은) 문제가 생가자마자 검사가 배당되고, 나흘만에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반면 토지개발정보를 유출한 민주당 의원은 한달이나 지나 압수수색을 했다. 이것이 균형에 맞는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리는 “검찰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며 “청와대와 정무실은 검찰의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이 “총리가 관여해야 하지 않느냐”고 말하자 이 총리는 “검찰 하는 일에 총리가 관여하면 칭찬했을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유 의원이 북한의 차관 문제를 지적하며 “청년실업률 10% 넘었는데 그 숫자가 43만명 정도 된다. 나눠주면 250만원씩 두달 정도 지급할 수 있는 돈”이라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청년 취업을 위한 예산은 별도로 편성돼 있다”고 답했다.

이에 유 의원이 “계산이 그렇다는 것이다. 청년실업이 심각한데, 한번도 상환요구를 하지 않고 북한에 퍼주기 애정공세만 한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퍼주기라고 말씀하셨는데, 남북간 경협이 변죽이라면 개성공단 대표들이 공단재개를 그렇게 바랄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같은당 안상수 의원은 이 총리에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방문 당시 ‘태극기’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총리는 “프로토콜은 초청자 측 판단 존중해야 한다. 역으로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서울 한복판에 인공기를 휘날릴 수 있느냐”고 물었다.

1일 대정부질문 외교,통일분야 답변하는 이낙연 총리. (사진=뉴시스)
1일 대정부질문 외교,통일분야 답변하는 이낙연 총리. (사진=뉴시스)

팩트체크

기자 출신의 이 총리가 자주 사용하는 전략 중 하나는 ‘팩트체크’다. 이 총리는 유 의원과 안 의원이 정부가 NLL(서해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는 지적에 “거듭 말씀드리지만 NLL은 확실히 지키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총리는 “NLL은 38선처럼 한일자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서쪽이 높고 동쪽이 낮게 되어있다. 대동강과 초도는 NLL 50km이고, 남쪽 덕적도는 NLL 남단에서 32km 떨어져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그쪽 수역에서 (북한 도발로) 우리 장병 54명이 희생됐다. 북측 도발에 의한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함포와 해안포를 포함한 기동 훈련 등을 하지 말자하는 게 왜 안보 포기인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총리가 ‘대각선 NLL’을 상세히 설명한 것은 최근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NLL 평화수역에서 남측이 30여km 손해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북측의 평화수역은 약 50km인데, 우리 측은 85km를 평화수역으로 정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측정법은 NLL 왼쪽에서 잰 방법으로, 같은 논리로 오른쪽에서 NLL 평화수역 구간을 재면 오히려 남측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게 된다.

결국 NLL 관련 논란은 ‘해안선에 배치된 군사력’ 측면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북한의 해안포나 함포 등은 우리나라의 것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이 구역을 무장해제하는 남북 군사합의는 결코 불리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이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한 바있는데 이미 포기했다고 한 NLL이 군사합의서에 들어가 있다. 그때 포기했으면 지금 왜 들어있느냐”고도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그동안 NLL 관련 논의에서 ‘서해북방한계선’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조선 서해 해상 군사분계선’을 일방적으로 주장해왔다.

한편, 안상수 의원이 “어떤 분들은 대통령이 이번 평양 방문 때 헌법을 위반했다고 한다”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어떤 분이 그랬을까요”라며 출처를 묻기도 했다. 이에 안 의원은 “그 부분은 시간관계상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동의하기

이날 이 총리와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찰떡 호흡’을 자랑했다. 하 의원이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당의 태도를 지적하면 이 총리가 이에 동의하는 식이다. 그동안 하 의원은 “북한의 변화를 부정하는 야당은 자유한국당 하나만으로 족하다”며 진보적인 대북관을 주장해온 바 있다.

하 의원은 “국회의원도 그렇고 정부와 장관, 공무원, 국민까지 변화된 남북관계에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고 지적하자 이 총리는 “옳은 말씀이십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 총리는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하는 거의 화석화된 인식체계가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하 의원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니 걱정만 한다”고 말하자 이 총리는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야 말로 정말로 안 변한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그러자 하 의원은 “그렇다. 모르는 게 병”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국내에 북한 방송을 열어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에 이 총리는 “남북관계 진전되면 언젠가는 그런 논의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고려사항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도자급이나 심지어 기자들 사이에서도 북쪽이 남쪽을 훨씬 잘 알고 있다. 햇병아리 기자시절 판문점에서 만난 북한 기자들은 제가 몇 평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는지도 알고 있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는 북에서 온 분들이 국회 대정부질의답변 내용을 알고 있었다. 놀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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