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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망치 든 강도라고?”…프로파일러가 되물었다
[인터뷰] “망치 든 강도라고?”…프로파일러가 되물었다
  • 김혜선 기자
  • 승인 2018.10.0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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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교수

[뉴스포스트 김혜선 기자] 

“마음의 감동을 일으켜 자백하게 만드는 건 없어요. 자백하는 것은 범죄자가 ‘이제 이쯤 되면 내가 다음 단계를 진행해야 겠다’고 판단하는 거예요. 그 판단의 기준을 바꿔 주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이죠”

권일용 동국대 교수. (사진=김혜선 기자)
권일용 동국대 교수. (사진=김혜선 기자)

2006년 4월, 한 남자가 서울 모 주택에 침입해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주머니를 뒤지던 남자는 잠에서 깬 20대 남성을 파이프렌치로 때렸고, 옆에서 자던 여자도 ‘망치’로 머리를 때렸다. 관할 경찰서는 남자를 강도상해 혐의로 보고했으나 그의 정체는 정남규, 13명을 죽인 연쇄살인범이었다.

그를 잡을 수 있던 것은 지난 2년간 그가 범죄현장에서 보인 ‘행동’을 분석한 프로파일러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범죄자들 중에서 한 프로파일러는 강도짓을 하기 위한 도구로 ‘망치’를 선택했다는 것에 이상함을 느꼈다. “돈을 훔치려는 평범한 강도는 망치를 사용하지 않는다. 거의가 칼을 사용한다.”

그가 바로 국내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다. 권 교수는 지난 1989년 8월 순경 공채로 경찰생활을 시작했다. 1993년엔 감식요원으로 선발돼 범죄현장 지문을 ‘기가 막히게’ 채취하는 것으로 명성을 떨쳤고, 2000년 2월 최초 프로파일링 팀에 발탁됐다. 그리고 지난해 4월 ‘바람직한 삶’을 위해 경찰복을 벗었다.

명예퇴직 후 1년 6개월. 그가 프로파일러 팀의 이야기를 담은 책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로 대중에게 돌아왔다. 픽션 속 프로파일러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진짜’ 프로파일러의 길은 녹록치 않다. 수천수만의 증거와 현장, 사건 속에서 끊임없이 회의(懷疑)한다. 사건현장에서 스스로가 ‘범인’이 되어 보고,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등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줬던 ‘악인’들의 심연으로 파고들어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참혹히 당한 피해자 가족의 아비규환도 직면한다.

17년간 프로파일러로 지낸 그의 삶은 어떠했는가. 유력 일간지 기자로 오랫동한 일한 고나무 논픽션 작가가 공동저자로 그의 이야기를 듣고, 체험하고, 정리했다. 지난 4일 오후, 서울시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권 교수와 고 작가를 만났다.

권 교수(오른쪽)와 고나무 작가. (사진=김혜선 기자)
권 교수(오른쪽)와 고나무 작가. (사진=김혜선 기자)

 

책을 쓴 계기가 있나.

권일용 교수(이하 권) 현직에 있을 때부터 프로파일링에 대한 기록들을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퇴직하기 일년 전부터 준비했었죠. 내 글을 내가 쓸 수도 있지만, 제 경험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싶었어요. 고민하던 차에 고 작가와 만났고 의기투합 했습니다. 퇴직 후에 본격적으로 매달려서 결과가 나왔어요.

고나무 작가(이하 고) 선배(권 교수)를 만난 건 2016년 11월 쯤이고요. 저도 선배도 현직에 있을 때였어요. 선배는 나름대로 퇴직과 함께 프로파일로서의 삶을 한번 정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고, 적절한 저자와 출판사를 기다리는 중이었어요. 논픽션 작가이자 전기 작가인 저도 범죄문제에 관련해서 관심이 많았어요. 그러다가 출판사 기획자가 저와 선배님께 ‘고나무란 사람이 있는데 책 쓰겠냐’ 제안했고 좋다고 한 거죠. 두 사람의 동기가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방식으로 잘 맞았죠.

프로파일러 경력이 오랜 만큼 수많은 사건을 만났을 텐데. 특별히 6개의 사건을 꼽은 이유는.

프로파일러 활동 초창기 사건들이에요. 가장 초창기 사건이 유영철 사건이었어요. 물론 시점 상으론 어린아이를 성폭행하고 살해한 사건이 있었지만 유영철 사건과 겹쳐 일어났어요. 어린아이 사건의 경우, 아동성범죄는 그동안 있어왔던 범죄지만 그렇게 끔찍하게…죽이는 일은 없었죠.

그때 당시에는 프로파일링이 대중뿐 아니고 경찰조직 내에서도 자리를 잡지 않아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우연히 제가 프로파일러에 뛰어든 시기에 이상범죄들이 일어나기 시작한 거죠. 그 초창기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정리하고 싶었어요.

책에 나온 사건들은 전부 언론보도 된 것들인데요. 작가인 제가 봤을 때는 사람들이 보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누가 프로파일러 팀을 만들었고, 초창기 프로파일러들의 고민이 무엇이었는지 비추는 것이 포인트였어요.

특히 언론에서 많이 강조된 사건은 유영철, 강호순 사건이잖아요. ‘겁나’ 잔인했던 사건으로 대중들은 기억하죠. 그런데 저와 선배가 가장 방점을 찍은 사건은 정남규 사건이에요. 정남규 사건도 신문과 방송에서 많이 보도됐지만 이 책에서 특히 집중을 한 이유는 프로파일링이라는 작업이 실제 검거에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 역사적인 사례이기 때문이에요. 이런 맥락을 언론에서 짚은 바 없죠. 그래서 그런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프로파일러와 프로파일링의 역사적이 의미라는 측면에서 사건을 추렸죠. 뺀 것도 많습니다.

출간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는지.

사실 범인 검거와 검거 과정에서의 고민은 당연히 경찰이 해야 할 것들이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영웅적으로 비춰지는 것을 굉장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고민이 좀 있었죠.

범죄를 알리는 것은 양날의 검이에요. 피해자가 고통을 되새길 수 있는 문제가 생기죠. 범죄자들이 이 책을 읽을 수도 있고요. 동시에 사회 구성원들이 보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어요. 고민을 많이 했죠. 그런데 목표는 하나예요. 사회가 이상범죄 문제를 알고 예방하는 것. 이런 범죄가 다시는 벌어지지 말아야 한다는 논의를 진행하는 것.

어려움이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충분한 취재가 필요했는데요. 퇴직한 분들은 만나기 꺼려하셨어요. 당연히 부담스럽죠, 개인적인 고뇌가 있을 수도 있고요.

또 한가지는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어떤 방식으로 전달하는냐에 대한 거였어요. 대중은 범죄문제를 추리소설이나 게임처럼 소비하잖아요. 제가 기자시절 지존파 납치생존자 여성을 인터뷰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범죄가 예능화되는 것보다 피해자의 문제,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어떻게 포착해서 전달하는지가 제 화두였죠.

책을 보면 범죄자가 ‘술술’ 자백하는데. 비결이 있나.

영업 비밀인데. (웃음)

밥그릇 달라고 하는데요. (웃음)

프로파일링이 역할하는 상황을 크게 나누면, 범죄자가 밝혀지지 않았을 경우와 이미 밝혀졌을 경우예요. 전자는 수사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찾는 것이고, 후자는 그가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느냐 찾는 것이죠.

자백을 얘기하셨는데, 자기 범죄를 다 자백한 범인이 성장배경과 성장과정, 내재된 분노와 심리적 갈등 등 범죄동기가 형성된 이야기를 얻어내는 것은 상당한 스킬이 필요해요.

‘자백하지 않은 범인’은 정말 극단적인 거예요. 왜냐면 자기는 자신의 범죄를 밝히면서 인생이 끝나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만나서 자기 자백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프로파일러는 범인의 범죄사실과 범죄현장, 그 현장에서 읽은 행동 등 많은 특성을 알고 있어요.

한 용의자를 면담해 자백을 받으려고 하면 그에 대한 수많은 정보들 중 어떤 것이 ‘트리거’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케이스별로 맞는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이 중요하고 많은 공부를 하고 가야해요.

더 부연설명하면 마음의 감동을 일으켜 자백하게 만드는 건 없어요. 자백하는 것은 범죄자가 ‘이제 이쯤 되면 내가 다음 단계를 진행해야 겠다’고 판단하는 거예요. 그 판단의 기준을 바꿔 주는 것이 프로파일러의 역할이죠. 정말 진솔한, 그 사람의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해서 감동하고, 그런 얘기는 영화에도 안 나와요.

좋은 얘기하고 조언하고 심리적 교감하고, 이런 경우도 일부 있어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범죄자들이 자백한다고 하면 프로파일러 필요 없어요. 자상하게 생긴 형사 하나가 들어가서 설렁탕 사주면 다 자백해요. 그게 ‘수사반장’ 시절이에요. 그런데 프로파일러가 등장한 것은 그런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자기만족에 함몰된 사이코패스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프로파일러가 필요하죠.

책에서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이 있다. ‘왜 냉혈한같은 범죄자가 생기는가’.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주목했는데. 양극화가 이상범죄를 일으키는 것인가.

그게 정답일 수는 없어요. 범죄행동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개입되잖아요. 상관관계를 찾을 순 있어도 인과관계로 볼 수 없죠. 사회적 환경이 어느정도 범죄와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지만 그 외에 원인이 너무나도 많아요.

양극화보다 더 위험한 것은 다극화예요. 양극화라고 하는 것은 두 집단간 서로간에 차이를 느끼거나 우월감을 느끼거나가 비교되는데, 다극화는 여러 계층간 장벽이 많이 있잖아요. 흔히 이야기하는 흙수저, 금수저도 ‘애초에 나는 흙수저기 때문에 올라갈 기회가 박탈돼 있어’라고 느끼는 거죠. 이런 생각이 팽배하면 시니컬해지고 까칠해지고, ‘저 인간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성공하거나 돈 벌거나 하지 않았을거야’라고 냉소하죠. 결국 어떤 감정이 폭팔해서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거예요. 내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이 사람을 공격한다 한들, 그들은 나와 다른 계층의 사람들인데 내가 왜 미안해야 하느냐는 거죠. 묻지마 범죄의 현상 중 하나예요.

책에 미처 담지 못한 사건이 있다면.

그것은 시즌 2에서 이야기해야죠.

2권을 계획하고 있는 것인가.

구체적으로 계획된 것은 없고요. 또 하긴 해야죠. 이번 책이 범죄자의 심리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으면 프로파일링의 과학적인 측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CSI 분야가 물리적인 증거를 수집하는 것과 범죄심리학적인 것이 있는데, 그 두 가지가 어떻게 협업했는가가 (다음 책의) 포인트가 될 것 같아요.

책 출간 후 주변 반응은 어땠는지.

어떤 분은 현직 경찰이신데, 프로파일러는 함께 일하면서 항상 봐 왔지만 어떤 고뇌가 있는지는 잘 몰랐다고 하더라고요. 또 가족의 소중함을 잘 알게 됐다고 해서, ‘가족한테 잘 하라’고 했어요. 다른 분들은 피드백 받아보니 편하게 읽힌다고도 해요.

프로파일러 1기 이름은 다 넣었는데, 아무래도 초반에 같이 고생을 하다보니 끈끈한 유대감 같은 게 있어요. 책이 나오면서 자기들이 말 못하던 부분들을 시원하게 얘기해줬다, 그런 얘기를 해요.

집사람 같은 경우는, 조금 놀라 하더라고요. 제가 맡았던 사건들은 집사람도 언론에서만 보거든요. 제가 집에 가서 현장이 어떻고 이야기를 할 수 없으니까요. 자세한 이야기를 모르다가 읽으니 좀 놀라고 충격을 받아한 것 같아요.

지난해 퇴직하며 ‘후학육성’의 꿈을 이뤘는데. 미래 프로파일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나와야 해요. 저는 최고는 아니었어요. 최고의 의미는 범죄를 ‘완전장악’하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하고, 그 노력은 자신이 아닌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해요.

마지막으로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고 대한민국 프로파일러와 프로파일러 팀의 탄생, 성장, 초기 주요사건 해결과정을 탐사하고 조명한 유일한 범죄 논픽션.

김혜선 기자 hyeseonkim9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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