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홍여정 기자] 오너리스크로 한차례 후폭풍을 겪었던 ‘봉구스밥버거’ 가맹점주들에게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 벌어졌다. 회사가 자신들도 모르게 매각됐단 사실을 뉴스로 접하게 된 것. 특히 오세린 전 봉구스밥버거 대표는 점주들과의 수십억원 규모의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족이라는 점주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회사를 팔아버렸다.

이번 논란은 지난 2일 네네치킨이 지난달 봉구스밥버거를 인수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서 요점은 인수 시기가 지난 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점주들에게 사전 고지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이에 봉구스 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를 가맹거래법 위반 등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오세린 전 대표가 점주들과 무려 40억원 가량의 채무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졌다. 봉구스밥버거 가맹점협의회에 따르면 점주들은 오 전 대표와 본사 요청으로 포스(POS)기를 변경했고 기존업체에 물어야할 위약금은 오 전 대표가 책임지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오 전 대표의 회사 매각으로 무너져내렸다.

물론 회사 상황에 따라 더 좋은 환경을 위해 매각 결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변화를 현장에서 직접 마주하게 될 점주들에게 필요한 충분한 설명은 없었다. 오히려 오 전 대표와 본사는 그동안 점주들의 인수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회사를 파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앞서 봉구스밥버거는 오너리스크로 한차례 곤혹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오 전 대표의 상습 마약 투약이 적발된 것이다. 이 때문에 1000여 개 이상의 가맹점수는 650여 개로 곤두박질 쳤다. 그 당시 직접적인 타격은 점주들이 입었다. ‘뽕구스’ 라는 조롱섞인 단어를 직접 들어야 했으며 매출도 떨어졌다. 그래도 점주들은 책임을 다해 장사를 했다. 

그렇다면 본사와 대표는 그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했어야 했나. 공식적으로는 SNS에 사과글을 올리고 뒤로는 점주들에게 광고비 부담을 늘리는 것이 그들의 책임이었을까. 봉구스밥버거는 단순한 길거리 장사가 아니다. 수 백개의 가맹점이 있고 그 속에는 그들의 가족들도 포함하면 수 천명이 속해 있다. 대표의 말 한마디와 행동에 흔들거리는 것이 프랜차이즈 업계다.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이 필요했다.

아직도 봉구스밥버거 홈페이지에는 오 전 대표의 인사말이 있다. 길거리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는 그는, 본인을 소자본 창업자로 소개하며 앞으로도 그들을 위해 열심히 일 하겠다고 자부했다. 그의 말대로 열심히 일한 결과로 ‘청년 사업 성공의 신화’라는 수식어를 갖게 됐지만, 지금은 ‘먹튀 매각’, ‘몰락’ 이라는 부정적인 평가만 남은 상태다.

수 년 간 함께해온 대표가 말도 없이 떠난 봉구스밥버거. 새로운 본사가 점주들에게 좋은 둥지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네치킨 역시 인수 사실을 숨겼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건 가맹점주들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을 지는 것이다. 오세린 전 대표는 점주들과의 채무 문제 해결과 진심이 담긴 사과를, 새로운 본사는 갑작스런 회사 매각으로 혼란에 빠진 점주들을 보듬는 일을 해야 한다. 그것이 수 년 간 함께해온 대표가 말도 없이 떠난 봉구스밥버거를 지키는 가맹점주들에 대한 예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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