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CJ의 박근희 부회장 선임, CJ-삼성 관계 개선 여부 이목집중
CJ 주요계열사 대표 모두 삼성출신CJ올리브네트웍스

[뉴스포스트=안신혜 기자] CJ와 삼성 올 하반기에 접어들며 ‘화해분위기’가 조성됐다. 지난 8월 CJ대한통운 부회장에 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이 선임돼, 고위임원의 이동에 이목이 집중된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삼성출신 CJ임원이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CJ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중 대표이사 모두가 삼성 출신인 곳은 CJ올리브네트웍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뉴스포스트가 CJ제일제당, CJENM, CJ헬로, CJ대한통운, CJ푸드빌 등 CJ그룹의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이력을 조사한 결과, CJ올리브네트웍스의 이경배, 구창근 대표이사가 모두 삼성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올리브영’으로 헬스앤뷰티(H&B)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CJ 계열사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대부분을 오너3세들이 보유하고 있어 CJ의 경영권 승계문제에서도 핵심역할을 할 수 있는 계열사로 꼽힌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대표이사는 지난 2016년에 이어 올해 임원 인사를 통해 삼성 출신 대표가 선임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각자대표 체제로, 이경배 정보기술(IT) 사업부문 대표와 구창근 올리브영부문 대표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경배 대표는 1959년 생으로 1982년 삼성생명 전산실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삼성SDS상무·전무 등을 지냈다. 이후 2016년 2월 CJ올리브네트웍스 정보기술 사업부문 대표로 선임돼 CJ로 둥지를 틀었다.

구창근 대표는 197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삼성증권 등 증권사에서 식음료, 유통 분야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2010년 이후 CJ그룹으로 이적해 기획팀, 사업팀장, 전략1팀장 등을 거쳤다. 지난해 7월에는 CJ그룹 내 최연소 대표이사로서 CJ푸드빌로 이적했다, 올 7월 다시 CJ올리브네트웍스 올리브영부문 대표로 선임됐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은 이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17.97%를 소유했고, 이 회장의 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 담당 상무는 지분 6.91%를 갖고 있다. 최대주주는 55.01%를 소유한 CJ주식회사다.

이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구 대표가 CJ올리브네트웍스로 옮기며 핵심사업인 올리브영을 성장시키는 것과 함께 CJ 오너3세의 경영승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화해 무드 접어든 '삼성·CJ'

CJ 대표이사들의 경력이 주목받은 것은 지난 8월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이 선임된 이후부터다.

두 그룹은 2012년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이 동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상대로 4조원대 상속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삼성물산 직원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며 업무방해로 소송하는 등 두 그룹의 분위기는 크게 악화했다. 소송은 1,2심 모두 고 이맹희 회장이 패소, 2015년 별세하며 자연스럽게 마무리됐다.

이처럼 형제 간 재산 싸움이 시작되며 소위 ‘남보다 못한’ 관계로 틀어진 것으로 보인 두 그룹 사이에서는 박근희 부회장의 이직이 관계 개선의 물꼬가 트이는 상징적인 케이스가 됐다.

박 부회장은 1978년 19기 삼성공채 출신으로 삼성SDI, 삼성 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장, 삼성캐피탈 대표이사 사장,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 삼성전자 중국총과 사장 등을 역임했다. 삼성생명으로 옮긴 후로는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지낸 대표적 삼성맨이다.

지난 8월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선임된 박근희 부회장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생명 부회장이라는 고위직에서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바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부회장 선임 후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삼성사회공헌위원회로 옮기며 사실상 경영일선에서 떠난 상태였지만, CJ와 삼성과의 관계가 소원한 상태에서 이 같은 고위임원의 이동은 주목받을 만 했다. 삼성화재 부회장에서 CJ 부회장으로 옮긴 손경식 회장과도 비슷한 케이스다.

업계에서는 박 부회장이 올해 건강문제로 등기이사를 사임한 이채욱 부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부회장 역시 삼성그룹 출신으로 1972년 삼성그룹에 입사해 삼성물산 등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CJ그룹 내에서 외부출신 고위 임원이 선임된 것은 드문 일은 아니다. 오히려 대표이사 급의 경우 CJ에 최초입사한 임원이 적다. 신현재 CJ제일제당 대표는 제일합섬 출신으로 합병 후 CJ맨이 됐고,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는 동원그룹 출신으로 2011년 동원홈푸드 대표이사까지 역임한 후 2013년 CJ프레시웨이로 옮겼다.

초기 입사 후 몇 년 간 삼성그룹에 적을 뒀던 경우도 있다. 손경식 CJ회장과 허민회 CJ ENM 대표, 서정 CJ CGV 대표, 김춘학 CJ대한통운 대표 등이다. 손경식 회장은 1961년 한일은행에 입사, 1968년 삼성전자공업, 삼성화재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지낸 후 1993년 CJ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허 대표는 1986년 삼성그룹 입사 후 같은 해 제일제당 자금팀으로 옮겼고, 서 대표는 1986년 삼성물산에 있다 2001년 CJ오쇼핑으로 이동했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이경배 대표와 구창근 대표 모두 삼성출신이 맞다. 하지만 고위직에서 고위직으로 바로 이동한 것은 아니다. 두 그룹간의 관계개선으로 주목받고 있는 박근희 부회장의 경우와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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