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생활 수준 악화..."도시 대비 64% 하락"
언론·정부 모두 문제..."농산물 값 정상화가 답"

[뉴스포스트=이별님 기자] "아이들이 먹는 막대사탕도 500원인데,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이 약 200원이라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달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지난달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2018년 올해는 쌀 목표가격을 정하는 해다. 목표가격은 한 번 정해지면 향후 5년간 적용된다. 쌀 목표가격이란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에 의해 직불금을 지급하기 위해 쌀 수확기 평균가격을 기준으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고시하는 기준가격이다.

쌀 산지 가격이 목표가격보다 낮으면 그 차액의 85%를 현금으로 보전해주는데, 목표가격이 높을수록 벼농사를 짓는 농업 노동자들의 소득 보전 금액이 늘어난다.

농민 단체 전국농민회총연맹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대한민국의 쌀값은 80kg당 17만 8천 원으로 1kg당 2천 원 수준이다. 이를 밥 한 공기로 환산해보면 약 200원 정도에 그친다.

이 때문에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농민 단체들은 현재 '밥 한 공기 300원'과 '쌀 목표가격 24만 원'을 목표로 정부를 상대로 쌀값 정상화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농업 노동자들은 쌀 목표가격이 24만 원 수준은 돼야 최소 생산비를 유지해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

하지만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달 올해 쌀 목표가격을 19만 4천 원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대로 결정된다면 쌀 1kg를 생산해도 농업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소득은 불과 몇천 원 남짓. 경제적 어려움은 농민들에게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는 지난 8일 농업 노동자들의 어려움과 이들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쌀값 정상화 투쟁을 이어나가는 강광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을 통해 들어봤다.

'비정상적' 쌀값으로 농촌 경제 악화

지난달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지난달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강 위원장은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쌀값 정상화 투쟁을 '농산물에 대한 최소한의 가격을 보장받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말한다. 그는 "현재 밥 한 공기에 들어가는 쌀값은 200원·1kg에 2천 원인데, 최소한 공기에 300원·1kg에 3천 원은 돼야 한다"며 "아이들이 먹는 막대사탕과 자판기 커피 한 잔도 500원인 세상"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장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쌀값은 2·30년 전 수준에 머물러있다. 그는 "2016년 가을 80kg 쌀은 12만 9천 원으로 30년 전 가격"이라며 "지난해 쌀값은 15만 4천 원으로 1997년 김대중 정권 때와 같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러하니 농업 노동자들의 경제적인 상황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강 위원장은 지난 20년 동안 전체 농업 노동자들의 농업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농업 노동자들의 소득은 도시 노동자 대비 64%까지 하락했다. 논 농업 기준 1만 5천 평의 농사를 지어야 도시 가구 평균 소득 수준 생활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1만 5천 평 규모의 농사를 짓는 농업 노동자는 전체의 5%에 불과하다.

강 위원장은 "상위 20%의 소득과 하위 20%의 소득 격차를 분석하는 가구 양극화를 보면 농촌 양극화율은 도시 가구 양극화율의 두 배다"라며 "중·소농업 노동자들의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라고 덧붙였다.

농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농업 노동 환경의 악화까지 이어졌다. 강 위원장은 농민들의 노동 환경이 어떤 상황이냐는 물음에 대해 '농촌 고령화' 문제를 가장 먼저 언급했다. 그는 "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일손이 줄고, 청년이 없다"고 말했다. 고령의 농업 노동자들이 부족한 일손으로 고된 노동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 밖에도 강 위원장은 "소득은 줄어들었는데 농기계값이 농민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더욱 비싸지고 있다"며 현재 농업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폭등'이 아니라 '정상화'입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하지만 일각에서는 농업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쌀값 인상'만 연일 때리고 있다. 실제로 쌀 목표가격이 정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매체에서는 쌀값 '폭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에 우려를 표하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강 위원장은 이를 언론의 '호들갑'이라고 불만을 표했다.

강 위원장은 "언론은 현재의 쌀값(80kg당 17만 8천 원)이 2016년(12만 9천 원)에 비해 35%나 인상됐다고 호들갑이다"라며 "쌀값이 '폭등'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조금씩 '정상화' 하는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13년 10월 기준 쌀값은 17만 8,551원으로 2018년 쌀값과 동일한 수준이다. 지난 정권 말부터 폭락했던 쌀값이 약 5년 전 수준으로 회복한 것이다.

아울러 강 위원장은 쌀값 인상이 국민들의 가계지출에 부담을 준다는 언론의 보도는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전체 소비자 물가에서 쌀이 차지한 비중은 0.64%에 불과하다"라며 "핸드폰(요금)이 3.83%, 커피가 0.23%"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1인당 소비하는 쌀값은 연 11만 5천 원 정도"라며 "1년에 12만 원 소비되는 쌀값이 가계지출에 부담을 준다는 것은 언론의 왜곡 보도다"라고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농민들은 쌀값 폭등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쌀값 정상화와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쌀에 대한 제값을 받지 못하면 생산비가 모자라 빚을 질 수밖에 없다"며 빚을 지는 일 없이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쌀값 정상화' 및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 정부, 전 정부와 달라진 점 없어"

지난달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지난달 11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에서 쌀 목표가격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강 위원장은 언론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농업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 정부에 대해 "농업 분야를 봤을 때 (전 정부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약 1년 반이 지났지만, 이전 정부와 비교해볼 때 농업 정책 및 농업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특히 강 위원장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 혁신 밸리 조성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사업은 청년 농업인 유입 등을 위해 생산과 교육, 연구 기능을 모두 갖춘 일종의 산업단지 조성을 말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해당 사업이 농산물 과잉 생산을 불러 농산물값 폭락을 야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농업진출 우회도로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강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실패한 스마트팜 혁신 밸리 사업을 현 정부가 답습하고 있다"며 "전 정권과 전전 정권 당시에 있던 농림축산식품부 적폐 관료들이 그대로 농정을 이끌어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북 관계의 발전 등 현 정부 집권 1년 6개월 동안 많은 게 변했지만, 농민의 삶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농업 정책에 대한 현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도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김영록 전 장관이 전남도지사로 출마해 이개호 신임 장관이 임명되기까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5개월이나 공석이었던 점, 당시 청와대에 농·어업 관련 비서관이 없었던 점 등을 지적했다. 그는 "농업 예산은 1%밖에 안 올랐다"며 "대파와 마늘, 양파 등 농산물 가격 폭락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편 강 위원장은 농업 노동자들의 삶이 나아지기 위해 농업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농업 예산을 적어도 정부예산 확대비율만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밖에도 최소 생산비를 보장하는 제도와 식량자급률을 최소 50% 이상으로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강 위원장은 북한과의 농업 분야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변화한 남북 관계에 맞게 '쌀부터 교류하자'는 농민들의 요구를 정부가 귀담아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한의 잉여쌀 문제와 북한 주민들의 영양 개선을 위해서 농업교류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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