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스트=김혜선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프란치스코 교황에 평양 초청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황이 초청에 응할지 주목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동안 ‘평화’를 강조하며 남북관계 완화를 언급해왔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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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의 교황 초청은 지난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번영에 관심이 많다면서 만남을 제안했고, 김 위원장은 “교황님이 평양을 방문하시면 열렬히 환영하겠습니다”고 화답했다고 9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김 대변인은 “평양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이 백두산 천지에서 김희중 대주교를 만난 적 있다”면서 “그 자리에서 김 대주교가 ‘남북이 화해와 평화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걸 교황청에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을 듣고 김 위원장이 ‘꼭 좀 전달해주십시오’라고 응답하기도 했다”고 부연했다.

문 대통령은 내주 유럽순방 중 18일 교황청을 방문, 교황을 만나 김 위원장의 평양 초청 뜻을 직접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황이 김 위원장의 초청에 응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교황청은 이번 문 대통령의 방문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초청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진다.

현재 교황청은 가장 큰 행사인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임에도 불구, 문 대통령에 이례적으로 정오에 교황을 면담할 수 있게 했다. 일반적으로 국가 정상들의 교황 면담은 오전 9시 반을 전후해 면담 일정을 잡는다. 지난해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오전에 면담을 진행했다.

여기에 전날인 17일은 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교황청 국무총리 격인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 주재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미사가 진행된다. 성베드로 대성당은 교황청의 중심으로, 개별 국가의 평화를 주제로 미사가 열리는 것도 상당히 파격적인 일이다.

그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반도 평화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북핵위협이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에도 교황은 한국 종교지도자협의회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한국인에게 평화와 형제간 화해라는 선물이 주어지길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다”고 남북화해를 강조한 바 있다.

이후 교황은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에도 “27일 판문점에서 남북한의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난다. 이 만남은 투명한 대화, 화해의 구체적 여정과 형제애의 회복을 이끌어낼 상서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지지의 뜻을 밝혔다.

교황은 3차 평양 남북정상회담 다음날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평화는 선택이다. 평화는 강요될 수 없고 우연히 발견되지도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다만 일부 미 언론은 교황의 방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교황이 중국 정부와 주교 임명안에 합의한 데 이어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 기록을 가진 북한 평양을 방문하게 될 경우 비판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또 바티칸과 북한의 외교관계가 없고 역대 교황들 중 북한을 방문한 경우도 없지만, 양측이 지난 수년간 비공식적 접촉을 해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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